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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제3자 정자제공형 인공수정에 대한 동의가 갖는 친자법상 의미

    박신욱 교수(경상국립대 법학과)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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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들어가며

    우리 가족법은 수많은 개정을 거쳤다. 이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사고의 변화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발전과도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사회를 지탱한다고 여겨졌던 사상의 큰 축을 흔드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논의가 따를 수밖에 없다. 같은 맥락에서 2019년 우리 대법원의 판결(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2019년 판결') 역시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법원은 2019년 판결에서 아내가 혼인 중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임신한 경우, 남편의 동의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친생부인을 부정하였다. 이하에서는 남편은 무엇에 대해 동의해야 하며, 어떠한 방식으로 동의가 이루어져야 하는지, 나아가 이러한 동의는 친자관계 형성에 있어 어떠한 법적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Ⅱ. 무엇에 대해 동의해야 하며, 어떠한 방식으로 동의가 이루어져야 하는가?

    우리 민법에는 제3자 정자제공형 인공수정과 같은 보조생식술을 통해 출생한 자녀의 친자관계 성립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이는 우리 민법 제정당시 인공수정을 통한 포태의 가능성을 상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판결의 다수의견은 인공수정에 따른 친생추정을 긍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다수의견에는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첫째,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사회적·문화적 배경의 변화를 다수의견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다. 권순일 대법관 등의 별개의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법률상 혼인관계에 있는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것이라는 사회적·법률적 배경 및 친생추정규정의 적용을 배제할 합리적 이유 없음이라는 친자추정의 근거는 이미 흔들리고 있다. 둘째, 인공수정을 친생추정의 예외에 포함시킬 수는 없는지 혹은 시술대상자의 배우자가 동의를 한 경우에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는지의 문제이다. 우리 대법원은 종래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친생추정의 확대적용을 경계한 바 있다. 또한 여타의 판결에서도 제844조는 부부가 동거하여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있는 상태, 즉 동서(同棲)의 가능성을 적용의 요건으로 삼고 있다. 이는 혈연관계의 추정여부가 개별적·구체적인 심사에 의해 정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원칙의 명백한 예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존의 판결에서 적시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인공수정으로 임신한 자녀에 대한 친생추정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음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 대법원은 기존의 판결에서 명백히 동서가 결여된 경우에 제844조에 따른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까닭은 부의 입장에서 혈연의 자가 포태될 가능성이 영(零)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인공수정에 의해 부의 입장에서 혈연의 자가 포태될 가능성은 수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영(零)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그렇기 때문에 제844조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 혹은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는가에 대한 의문의 제기는 타당할 수밖에 없다.

    2019년 판결에서는 동의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던 사정이 있더라도, 친자관계를 공시·용인해 왔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동의가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우리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동의를 받아야 하는 자는 배아생성의료기관이며, 시술대상자의 배우자는 동의권자이다. 또한 그 동의의 내용은 체외수정시술에 대한 동의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윤리법에 따른 동의에는 자녀의 양육이나 자녀와 관련하여 도덕적·사회적·법적 문제를 포함한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는 일과 관계되는 사항에 대한 내용은 없는 것이다. 독일은 이러한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하였다. 독일민법 제1592조 제1호에 의해 친생추정이 되는 부에게는 제1600조 제1항에 근거하여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그러나 그의 자가 부와 모의 동의에 따라 제3자가 제공하는 정자에 의한 인공수정으로 포태되어 출산되었다면, 독일민법 제1600조 제4항에 근거하여 그 자에 대한 친생부인은 배제된다. 이러한 규정은 향후 우리 입법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내용은 독일민법 제1600조 제4항이 도입 전의 논의이다. 왜냐하면 개정 전의 독일민법은 현재 우리 민법의 형식과 내용의 측면에서 비교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시 독일에서도 처의 인공수정에 동의한 부가 이로 인해 출생한 자를 상대로 친생부인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존재했었다. 다수설은 처의 인공수정에 동의한 부의 친생부인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한 권리의 남용으로 보았다. 그러나 독일연방대법원은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BGH, 03.05.1995 - XII ZR 29/94). 물론 독일민법 역시 동의의 방식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실무에서는 보조생식술 시행을 위한 연방의사협회의 모델지침 제8.3조에 따라 동의는 서면으로 진행되며, 처치를 하는 의사의 서명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독일연방대법원은 부가 하는 동의의 상대방은 배아생성의료기관이 아니라 자의 모, 다시 말해 자신의 아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Ⅲ. 동의는 친자관계 형성에 있어 어떠한 법적 의미를 갖는가?

    가족법은 재산법과 달리 그 사회의 전통적 관습이나 습속에 지배되기 때문에 보수적인 성격이 강하고, 성적·혈연적 관계를 규율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비타산적이며 비합리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며, 원칙적으로 강행법규로서의 특징을 갖는다. 특히 보수성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가족법과 가족법상의 법률행위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우리만의 특징을 매우 섬세하게 이해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독일민법 제1600조 제4항이 도입되기 전 독일연방대법원의 판결에서 다루었던 인공수정과 관련된 논의는 우리와 큰 틀에서 다를 수 없기 때문에 보편성이 확보될 수 있다. 또한 소개한 독일연방대법원의 판결에 적용되었던 독일민법은 현재 우리 민법의 구조와 내용에서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해석의 틀로서 비교법'이 갖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더욱이 독일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우리의 2019년 판결과는 달리 동의가 갖는 의미를 법률의 틀 내에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부와 처의 동의는 가족법상 특수성이 반영된 정당한 계약이며, 친생추정은 이루어지나, 친생부인의 소는 제기할 수 있고, 친생부인이 되더라도 계약은 지속적으로 지켜져야 하며, 이후 사정변경이 고려될 수 있다. 이러한 독일연방대법원의 논리는 법률의 규정이 있는 친생추정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부에게 주어진 일신전속권인 친생부인을 부정한 것도 아니며, 계약의 내용인 동의 그 자체를 과도하게 확대하거나 축소한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당시 학계의 비판이 있었음에도 논리적으로도 결과론적으로도 수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을 이후의 입법을 통해 대응한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해결 방식으로 우리 민법과 법률행위를 해석함에 있어 충분한 해석의 틀을 제공하고 있다.


    Ⅳ. 나가며

    모자관계와는 다르게 부자관계는 출산이라는 사실에 의하여 귀속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혈연의 진정성뿐만 아니라 자의 복리, 당사자의 의사와 그들 간의 관계 등도 부자관계를 귀속시키는 데 고려하여야 한다. 시대에 따른 사고의 변화와 과학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가족관계의 형성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고, 이에 따라 고려의 요소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고려의 요소들은 부자관계의 귀속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이미 귀속되어 있는 부자관계를 해소함에도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 법의 해석을 통해 이러한 변화와 발전을 수용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른다면, 법률의 개정도 고려되어야 한다. 다만 이러한 개정이 없이 현시점에서 어떠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법률과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하는 것은 현재 우리 법의 체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일련의 고려요소들 역시 그 체계 내에서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한 까닭에 다음과 같은 해석론을 제안하고자 한다. 부의 동의는 입양의 합의와 유사한 형태로써 의사에 의한 부자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의사표시의 일종이며, 이는 출생한 자가 제3자가 되는 제539조에 근거한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보아야 한다. 이에 따라 부는 출생한 자에 대해 친생자와 마찬가지로 양육해야 하는 계약상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또한 제844조 제1항이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로 추정하기 때문에, 부부간의 합의를 기초로 인공수정을 한 경우에도 부성추정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부의 친생부인권은 일신전속권으로 포기될 수 없다. 부가 친생부인권이 행사되어 자에 대한 부의 친생이 부인되더라도, 계약상 책임은 지속적으로 부담해야 하며, 이는 사정변경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박신욱 교수(경상국립대 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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