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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디지털 저작물의 NFT가 갖는 함의와 법적 보호

    윤종수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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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NFT의 속성

    ① 암호자산은 블록체인상에서 생성, 거래되는 디지털 토큰으로서 특정한 역할이 할당된 복제되지 않는 데이터이다. 블록체인은 중앙서버나 중개자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암호기술과 알고리즘을 통해 이중 지불의 위험을 제거하였다. 수량으로 파악되는 비트코인, 이더 등의 암호자산과 달리 개개의 토큰이 고유한 ID를 가지고 있어 다른 토큰으로 대체 불가능한 암호자산이 NFT(Non-Fungible Token)이다. ② NFT는 특정 자산이나 자격 등을 대상으로 발행된다. 일반적으로 대상자산 자체가 아닌 대상자산의 이름, 해시값, 링크, 부여된 권리 등의 관련 정보가 기록되는 일종의 디지털 권리증명서이다. 디지털 저작물의 경우 보통 저작권이 아닌 NFT 활용에 필요한 이용 권한 정도만 NFT 보유자에게 부여된다. ③ 메타버스(Metaverse)가 기존의 온라인 공간과 구분되는 핵심적 요소는 본격적인 가상경제의 실현이다. 특정 주체에 의존하지 않고 복제되지 않는 희소성과 불변성을 확보할 수 있는 NFT는 가상경제의 재화로서 역할한다. 특정한 메타버스에 종속되지 않으므로 메타버스 간에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Ⅱ. 디지털 저작물의 NFT가 갖는 함의
    1. 기술적 복제시대의 진품성(Authenticity)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1935년에 발표한 논문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사진, 영화 등 기술적 복제 가능성의 시대에서 위축되고 있는 예술작품의 '진품성'에 대해 논한 바 있다. 그는 사물의 진품성에 대해 "그 사물의 물질적 지속성과 함께 그 사물의 역사적인 증언가치까지 포함하여 그 사물에서 원천으로부터 전승될 수 있는 모든 것의 총괄개념"으로 설명하고, 이러한 진품성의 특징들을 아우라(Aura)라는 개념으로 요약했다. 지금의 디지털 시대는 월등한 복제기술 덕분에 현장에서 진품을 감상하는 것보다 더 좋은 조건에서 예술작품을 즐길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 여기 유일하게 존재한다'는 예술작품의 진품이 갖는 아우라는 강력하고 여전히 갈망의 대상이다.

     
    2. 디지털 진품의 등장

    모든 것이 데이터로 존재하고 완벽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세계는 진품을 상정하기 어렵고, 원본과 사본의 구별마저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복제되지 않은 데이터로서의 NFT는 이러한 디지털 저작물에 진품성을 부여한다. 디지털 저작물의 NFT는 진품성을 부여할 수 있는 '권위를 가진 자'에 의하여 발행되었는지가 핵심이고, 일반적으로 창작자가 그러한 권위를 갖는다. 똑같은 CD임에도 뮤지션의 사인을 받은 CD가 특별한 가치를 가지 듯 수많은 사본 중 창작자가 NFT를 발행한 사본이 특별한 가치를 갖게 된다. 진품이 갖고 있는 특별한 아우라는 역설적으로 무한한 사본의 세계인 디지털 시대에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물리적 실체가 없는 가상세계에 전시된 그림의 특별한 가치는 시각적으로 구현되는 복제 가능한 이미지 데이터가 아니라 진품임을 증명하는 NFT라는 데이터에 있다.

     

     
    Ⅲ. NFT 보유자의 법적 보호
    1. NFT 보유자의 지위

    저작권자와 NFT 보유자의 관계는 캔버스에 그린 미술저작물의 저작권자와 유형물인 원본 소유자의 관계와 유사하다.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저작권자는 원본인 그림을 타인에게 양도하더라도 저작물로서의 그림에 대한 저작권을 계속 보유하고, 원본의 매수자는 저작권에 의한 제한을 받는다. 대신 원본의 매수자는 해당 원본에 대한 소유권 등 물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는다. 디지털 진품으로서의 NFT가 유의미한 법적 보호의 대상이 되려면 유형물인 원본에 버금가는 정도의 지위를 가져야 하고, 이는 데이터에 불과한 NFT를 물리적 세상의 원본과 같은 물건으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2. NFT의 물권법적 보호
    가. 논의의 실익

    암호자산을 유체물과 동등한 데이터로 파악하는 입장에서는, 현실에서 이러한 데이터를 물건처럼 취급하여 거래하는 사례가 빈번함에도 불구하고, 물권법의 적용을 일률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통설의 입장을 비판한 바 있다. 하급심이긴 하지만 일부 판결에서 암호자산에 대한 인도청구를 인용한 바 있는데, 물건성에 대한 다툼이 없어 직접적인 판시는 없었지만 암호자산을 이미 자연스럽게 물건처럼 인도의 대상으로 보는데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던 당사자들과 재판부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NFT의 물건성 논의는 이런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려 하에 권리자와 거래안전의 보호를 위해 NFT를 물권의 대상으로 포섭할 수 있는지를 모색해 보는 것이다.

     
    나. NFT의 물건성
    (1) 게임아이템의 물건성 논의

    오래전부터 게임아이템을 둘러싼 게임사업자와의 분쟁이나 아이템 침해행위와 관련해서 이용자의 아이템에 대한 권리를 물권으로 파악하는 견해들이 있었고 그 중에는 아이템을 민법의 '물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한 의견도 있었다. 다수설은 아이템의 물건성을 부인하였고, 그 주된 근거 중 하나는 독립성의 결여였다. 채권과 달리 물권의 대상인 물건에 해당하려면 타인의 행위가 개입됨이 없이 독립하여 존재하여야 하는데, 게임아이템은 게임사업자의 시스템에 저장, 구현되고 그의 통제를 받으므로 독립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2) 물건으로서의 NFT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이라고 정의한다. 해석상 물건에 해당하려면 배타적 지배가 가능하고 독립하여 존속해야 하며, 여기에 (ⅰ) 유체물이나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과 (ⅱ) 외계의 일부일 것(비인격성)이 그 전제로 요구된다. 복제되지 않고 개인키로 배타적 지배가 가능한 암호자산의 속성상 배타적 지배가능성, 즉 경합성과 배제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NFT는 특정 주체에 의존하는 중앙집중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가장 중요한 '독립하여 존속할 것'이라는 요건도 충족한다. 비인격성이야 다툼의 여지가 없으므로 결국 물건의 유체물성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전기 기타 자연력'에 데이터가 포함되느냐만 남는데, 학설은 대체로 이를 엄격한 의미의 '자연력'에 한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NFT는 물건의 정의에 큰 문제 없이 부합하고 현실의 인식이나 필요성이라는 측면에서 정책적 정당성도 있으므로 충분히 민법상 물건으로 포섭하여 물권적 보호의 대상으로 삼을 만하다.

     
    3. NFT의 물권법적 보호와 저작권법의 관련 이슈

    저작권법은 무형물인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자와 유형물인 물건에 대한 소유권자의 이해관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몇가지 규정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술저작물 등의 원본 소유자는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저작물을 원본에 의하여 전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저작권자의 전시권을 일부 제한한 저작권법 제35조와 저작권자의 배포권이 1회의 판매로써 소진된다는 이른바 권리소진의 원칙을 규정한 저작권법 제20조 후단이다. 디지털 저작물이 보편화되면서 NFT 등장 이전에도 디지털 저작물에 위 규정들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들이 있었는데 NFT의 물건성이 인정될 경우 더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재판매될 때마다 스마트계약에 의하여 저작권자에게 로열티가 지급되는 NFT의 발행도 가능한 바, 미술저작물에 대한 재판매 보상청구권인 추급권(Droit de suite)의 도입 논의를 더 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4. NFT의 희소성의 보호

    물권법에 의한 NFT의 보호와 별개로 NFT의 희소성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 동일한 작품의 NFT가 추가로 발행되면 NFT의 희소성은 희석되고 재산적 가치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특히 여전히 저작권을 갖는 권리자에 의한 추가 발행이 문제된다. 추가 발행을 제한하는 약정에 의한 계약법적 보호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실제 거래에서 그러한 약정이 있었다고 해석하기가 만만치 않은 데다가 가사 약정이 성립된 것으로 보더라도 저작권의 양수인에게는 대항할 수 없으므로 한계가 있다. 입법론적으로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의 저명상표 등의 희석행위와 유사한 부정경쟁행위로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나, 이를 위해서는 NFT의 가치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공감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 먼저 정립될 필요가 있다.


    Ⅳ. 결론

    저작권도 갖지 못하고 수많은 사본 중 하나에 불과함에도 거액에 팔리는 디지털 저작물의 NFT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디지털 진품과 물건으로서의 데이터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너무 도발적인 주장이라 여겨졌던 데이터의 물건성은 이미 NFT의 거래당사자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법률가의 입장에서 데이터를 물건으로 포섭하는 건 디지털로 진품을 구현하는 것보다 더 큰 패러다임의 변화라 할 수 있지만 이제는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시기이다.


    #인용된 참고문헌 등은 법조 70권 6호에 게재된 같은 제목의 논문을 참조하기 바랍니다.

     

     

    윤종수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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