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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중대재해처벌법위반 등으로 첫 실형선고한 하급심 판결에 대한 소고

    - 죄수관계를 중심으로 -

    김영규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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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대상판결의 의의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제1형사부는 사내 하청 근로자가 작업중 사망한 것과 관련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위반 등 사건으로 기소된 제강제조업 원청 대표이사에 대하여 2023. 4. 26. 최초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였다.(2022고합95 판결) 대상판결은, 도급관계에서 수급인 근로자의 방열판 보수작업에 제공한 크레인 등 장비의 위험성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개선할 책임이 있는 원청의 경영책임자 겸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피고인에게 다수의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위반 처벌 전력이 있음에도 하청 근로자 등 종사자의 안전권을 침해하는 구조적 문제를 방치한데에 대한 엄중한 형사책임을 부과한데 의의가 있다.


    Ⅱ. 죄수관계에 대한 비판적 검토
    1. 안전조치의무위반치사로 인한 산안법위반죄와 중대재해법의 관계
    가. 견해의 대립

    대상판결처럼 대표이사가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 겸 산안법상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두 법의 의무를 동시에 부담하는 경우에, 종사자 사망이라는 결과를 구성요건으로 하는 산안법 제167조 제1항 위반죄와 중대재해법 제6조 제1항 위반죄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의 죄수관계가 문제되는데, 세 가지 견해가 대립된다.

    첫째(실체적 경합관계설), 입법목적·규정내용·적용영역 등을 달리하는 별개의 법으로서 두 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고, 특히 두 법의 의무내용은 ‘구체적인 조치행위’(산안법)와 ‘관리상의 책임’(중대재해법)으로 실질적인 차이가 있으므로 각각 별개의 위반행위라는 견해이다.(정진우, 개정판 중대재해처벌법, 중앙경제(2022). 55면 ; 집필대표 권창영, 중대재해처벌법 연구Ⅰ, 법문사(2022), 300면)

    둘째(상상적 경합관계설), 두 죄 모두 종사자의 생명이라는 동일한 보호법익을 보호하고 있고, 행위자를 기준으로 보면 각각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으로 향해 있는 일련의 행위라는 점에서 규범적으로 동일하고 단일한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상상적 경합관계라는 견해이다.(사법정책연구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재판 실무상 쟁점(2022), 123~124면)

    셋째(절충설), 원칙적으로 실체적 경합관계이나, 구체적 사례에 따라 두 죄의 의무에 중첩되는 내용이 있는 경우라면 행위의 동일성이 인정되어 상상적 경합관계로 볼 수 있다는 견해이다.(대검찰청,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2022), 115면)

    나. 대상판결의 요지(상상적 경합)
    『두 죄는 모두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이고, 두 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주의의무는 내용 면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부과되는 것으로서 서로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며, 각각의 의무위반행위는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으로 향해 있는 일련의 행위라는 점에서 규범적으로 동일하고 단일한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

    다. 비판적 검토
    1) 형법 제40조에서의 ‘한 개의 행위’ 판단기준
    대상판결은 두 죄의 의무내용의 차이는 인정하면서도, 서로 ‘밀접한 관련성’이 있고, 각각의 의무위반행위가 결과 발생으로 향해 있는 일련의 행위라는 점을 근거로 규범적으로 동일하고 단일한 행위라고 평가하였다. 그런데 행위의 단일성·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 의사결정의 단일성이나 실행행위의 상호관련성 등을 고려하되, 법적 쟁점은 두 죄의 구성요건적 주의의무의 주요부분에 ‘완전한 동일성’ 또는 ‘부분적 동일성’이 있느냐라는 규범적 평가에 있다.

    2) 두 죄의 의무내용의 본질적 차이점
    두 죄의 작위의무는 사회관념상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서 상당한 관련성이 있으나, 법적 평가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이 두 법의 의무주체의 상이한 법적 지위에 따라 두의무의 주요부분에 본질적 차이가 있으므로, 각각 별개의 위반행위로 확실히 구분될 수 있기 때문에 실체적 경합관계로 봄이 타당하다.

    산안법상 사업주의 의무는 개별 사업장에서의 ‘구체적인 안전 보건조치’로서 해당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직접적 의무임에 반하여,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의 의무는 사업 전반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운영, 안전 관계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감독상의 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어, 그 의무의 핵심적 내용과 성격이 서로 상이하여 차원이 전혀 다르다.[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중대산업재해 관련), 2021. 6~7면 참조]

    특히 중대재해법 시행령(이하 '시행령)상 안전보건 목표를 설정하고 전담조직을 중심으로 계획을 주기적으로 반기 1회 이상 점검·평가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의무는 PDCA 사이클에 따른 '컴플라이언스 체제' 구축·작동이라는 경영책임자의 지속적인 안전보건경영의무로서. 산안법과는 차원이 다른 별개의 의무이다.

    3) 대상판결에서의 두 죄의 의무내용에 부분적 동일성 없음
    피고인은 산안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수급인 소속 근로자의 중량물 취급 작업에 관한 작업계획서 작성의무)’와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시행령 제4조 5호)하고, 도급 등을 받는 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절차를 마련(9호)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 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

    산안법상 작업계획서 작성의무는 당해 작업에서의 근로자의 위험 방지를 위하여 작성하는 구체적인 계획이다. 반면에, ㉮ 시행령 제4조 5호는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총괄책임자 등의 위험평가 실시 등 직무 수행이 충실히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이들에게 권한과 예산을 주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반적 관리·감독의무이다. 따라서 경영책임자와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지위를 겸한 대표이사는 법규범적으로 두 의무내용이 명확히 구별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각각별개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산업재해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대표이사가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직무를 수행한 자신을 평가함에 있어 공정하게 평가하여야 하며, 기업여건상 가급적 두 지위를 분리함이 바람직하다. ㉯ 시행령 제4조 9호 의무 이행도 대상판결과 같이 하청이 상시근로자 5인 미만 비법인으로 중대재해법 적용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더욱 중요해진다. 즉 영세한 사내하청에 도급을 준 경우에는 하청의 산업재해 예방 능력을 제고할 원청 경영책임자의 책무가 막중해졌다고 할 것이다.

    결국 두 죄의 주의의무는 서로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나, 그 내용의 주요부분에서는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면이 있으므로 각각 별개의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라. 소결론(절충설 타당)
    동일인이 기업의 경영책임자와 사업장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의 지위를 겸하더라도 상이한 법적 지위와 권한에 따른 각각의 의무를 이행함에 있어 의사결정의 단일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법규범적으로 별개의 의무내용이므로 두 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안전관리자 등 안전보건 전문인력 배치의무(시행령 제4조 6호)는 의사결정(고의)의 단일성도 인정되고, 두 법의 구성요건적 행위의 동일성이 있으므로 상상적 경합관계로 볼 수 있다.

    2.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중대재해법의 관계
    가. 견해의 대립

    첫째(상상적 경합관계설), 중대재해법상 의무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이하 '업과사')의 주의의무를 구성할 수 있으므로, 하나의 의무위반행위로 인하여 동일한 법익을 침해한 수죄로 보아 두 죄가 성립하되,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는 견해이다.(사법정책연구원, 앞의 책. 125면)

    둘째(법조경합 관계설), 중대재해법위반죄는 경영책임자를 가중처벌함으로써 노무제공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업과사의 특례 규정이므로, 중대재해법위반죄가 성립되는 때에는 업과사는 그 죄에 흡수되어 중대재해법위반죄만 성립되어, 법조경합 관계에 있다는 견해이다.(정진우, 앞의 책, 59면)

    나. 대상판결의 요지(상상적 경합)
    『산안법위반죄와 업과사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고, 중대재해법에 따라 부과된 안전보건 확보의무는 산안법에 따라 부과된 안전보건 조치의무와 마찬가지로 업과사의 주의의무를 구성할 수 있으므로, 업과사와 중대재해법위반(산업재해치사)죄 역시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

    다. 검토(중대재해법 일죄설·예외적 상상적 경합관계)
    대상판결은 중대재해법상 의무도 산안법상 안전조치의무와 마찬가지로 업과사의 주의의무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보았으나, 이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중대재해법과 산안법상 두 의무내용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법적 성격을 전혀 달리하는 별개 의무이므로, 산안법상의 구체적인 안전조치의무가 업과사의 주의의무를 구성하더라도, 엄격해석 원칙에 따라 일반적·추상적 의무에 해당하는 중대재해법의 의무는 업과사의 주의의무에 포섭하기 어렵다고 하겠다. 따라서 중대재해법의 의무위반으로 인한 중대재해 발생시 일반적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경영책임자에게는 업과사는 성립하지 않고, 중대재해법위반죄만 성립한다.(결론에서는 법조경합설과 같음) 다만, 중대재해법과 산안법 두 죄의 의무내용이 동일한 ‘안전관리자 등 배치의무’(시행령 제4조 6호는 산안법상 정해진 수 이상의 안전관리자 등을 배치할 것”이라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등이 충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는지를 평가하는 등 판단의 여지를 남기는 5호와 차이가 있음)는 업과사의 주의의무를 구성하여 두 죄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Ⅲ. 맺는말
    상급심에서 죄수관계(특히 중대재해법과 산안법상 결과적 가중범의 관계)에 대하여, 「중대재해법의 수범자인 경영책임자와 산안법의 행위자인 안전보건총괄책임자는 상이한 법적 지위에 있어 그에 따른 의무와 책임도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 비추어, 두 지위를 겸한 대표이사가 두 법의 의무를 불이행한 경우에 법규범적으로 층위를 달리하는 부작위(최고경영자로서의 안전보건경영체계 미구축 vs.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의 직무 미수행)를 동일한 행위로 볼 수 없고 명백히 별개의 행위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는 견해」에 대한 보다 진전된 법리논증을 기대해 본다.


    김영규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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