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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4) 언론법

      황성기 교수(한양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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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Ⅰ. 총평

    언론법 분야와 관련하여서는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판례를 선별해 보았다.

    첫째, 통신자료 제공 관련 손해배상청구 사건은 대법원 판결로 현행 통신비밀 보호법제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하고도 논쟁적인 이슈와 관련된 사건이다. 이 판결은 현행 통신비밀 보호법제의 향후 개선과 관련하여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인터넷상 청소년유해매체물 이용자에 대한 본인확인제 사건은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온라인에서의 청소년보호와 관련된 규제시스템의 필요성 및 그 방법, 방법론적인 한계 및 문제점과 관련하여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는 사건이라고 판단된다.

    셋째, 본인확인기관 사건은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인터넷상에서의 본인확인제의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본인확인기관에 의한 주민등록번호의 수집·이용에 대해 헌법적 판단을 내린 사건이다.

    넷째, 주민등록번호 변경 사건은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주민등록법 규정에 대해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 사건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개인식별번호인 주민등록번호의 변경 문제가 개인정보자결정권의 보호와 어떠한 관련성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준 사건이다.

    다섯째, 의료광고 사전심의 사건은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광고에 대한 정부의 사전심의의 헌법적 한계와 관련하여 기존의 사전검열금지원칙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한 사건이다.

    위의 다섯 가지 판례 중에서 의료광고 사전심의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들은 모두 통신비밀 보호 내지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통신비밀 보호 내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리의 발전에 있어서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통신비밀 보호 내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최근의 사회적 관심도를 엿볼 수 있다.


    Ⅱ. 대법원 판례 - 통신자료 제공 관련 손해배상청구 사건[대법원 2016. 03. 10. 선고, 2012다105482 손해배상(기)]

    1.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전기통신사업자가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항 등에 따라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에게 이용자의 통신자료(이용자의 성명,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이용자의 주소, 이용자의 전화번호, 아이디, 이용자의 가입일 또는 해지일)를 제공한 것이 해당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나 익명표현의 자유 등을 위법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2. 판결요지
    명예훼손을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의 고소에 따라 수사관서의 장인 경찰서장이 그 수사를 위하여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항, 제4항에 따라 전기통신사업자인 피고에게 이 사건 게시물에 관한 통신자료의 제공을 요청하자, 피고가 위 규정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경찰서장에게 원고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통신자료를 제공하였고, 달리 경찰서장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였다거나 그로 인하여 원고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찾을 수 없으므로, 피고가 수사관서의 장의 요청에 따라 원고의 통신자료를 제공한 것은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항, 제4항에 의한 적법한 행위로서, 그로 인하여 피고가 원고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던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3. 해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을 포함한 전기통신에 대한 국가의 통신비밀 침해를 통제하는 절차 및 방법과 관련되어 있는 제도는 통신비밀보호법상의 감청제도, 통신비밀보호법상의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제도, 전기통신사업법상의 통신자료 요청제도 세 가지가 존재한다. 그런데 통신비밀보호법상의 두 가지의 경우에는 영장주의가 적용되는 반면에, 전기통신사업법상의 통신자료 요청제도에는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 전기통신사업법상의 통신자료 요청제도의 경우에는 수사관서의 장의 요청이 있는 경우 통신자료의 제공 여부가 전기통신사업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그런데 수사관서의 장의 요청에 대해서 전기통신사업자가 아무런 실질적 심사를 하지 아니한 채 기계적으로 이용자의 개인정보인 통신자료를 수사관서의 장에게 제공해 온 것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제기되었고, 실제로 공익소송의 차원에서 이 사건 소송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제1심은 전기통신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원심은 전기통신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였다. 원심의 주된 논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하여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해서 실질적 심사의무, 즉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있을 때 전기통신사업자가 개별 사안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 그 제공 여부 등을 실질적으로 심사할 의무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실질적 심사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다는 점, 실질적 심사에 대한 기대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통신비밀보호법과는 달리 통신자료 요청제도에 대해서 영장주의를 적용하지 않은 입법취지 등을 고려해 볼 때,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해서 이러한 실질적 심사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사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의 통신자료 요청제도(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에 규정되어 있던 통신자료 요청제도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에 동일한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음)에 대해서는 영장주의, 적법절차원칙 등의 관점에서 많은 비판이 있어 왔다. 대법원의 2012다105482 판결과 관련된 사건들도 이러한 비판의 연장선상에서 공익소송의 차원으로 제기된 것이었다. 그런데 결국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실질적 심사의무가 인정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최종적인 유권해석이 내려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법원의 2012다105482 판결은 통신자료 요청제도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법리를 제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향후 입법론적인 측면에서 통신자료 요청제도의 개선방향과 관련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Ⅲ. 헌법재판소 판례

    1. 인터넷상 청소년유해매체물 이용자에 대한 본인확인제 사건 - 헌재 2015. 3. 26. 2013헌마354, 청소년 보호법 제16조 제1항 등 위헌확인

    (1)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제공하는 자에게 이용자의 본인확인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청소년 보호법(2011. 9. 15. 법률 제11048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6조 제1항 및 본인확인을 위해 공인인증서, 아이핀(I-PIN), 휴대전화를 통한 인증 방법 등을 정하고 있는 청소년 보호법 시행령(2012. 9. 14. 대통령령 제2410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7조(이하 위 두 조항을 합하여 '이 사건 본인확인 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알 권리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2) 결정요지
    이 사건 본인확인 조항은 청소년유해매체물 이용자의 연령을 정확하게 확인함으로써 청소년을 음란·폭력성 등을 지닌 유해매체물로부터 차단·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인터넷상에서는 대면 접촉을 통한 신분증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공인인증기관이나 본인확인정보를 가지고 있는 제3자 등을 통해 본인인증을 거치도록 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이다. 이 사건 본인확인 조항이 정하고 있는 공인인증서나 아이핀, 휴대전화를 통한 본인인증 방법은 과거 무분별한 주민등록번호 수집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서 마련된 것으로,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을 통해서 본인인증을 하도록 하여 정확한 본인확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면서도 개인정보의 제공이나 보유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안된 방안이다. 나아가 이용자가 자율적으로 개인정보 제공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는 한 이 사건 본인확인 조항 자체에 의해 정보제공자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보관할 수 없으며, 이용자가 정보제공이나 수집에 동의한 경우에도 수집된 개인정보들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호되므로,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강한 전파력을 가지고 무차별적으로 유포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인터넷 매체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제한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청소년 보호라는 공익은 매우 중대한 것임에 반해, 이 사건 본인확인 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입게 되는 불이익은 인터넷상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이용하려는 경우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따라서 이 사건 본인확인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알 권리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3) 해설
    일반적으로 청소년 보호를 위하여 매체나 콘텐츠를 규제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기본원리 상 '금지의 대상'인 불법콘텐츠와 '관리의 대상'인 청소년유해콘텐츠는 구분되어야 한다. 불법콘텐츠와 청소년유해콘텐츠의 구분을 전제로 할 때, 청소년유해콘텐츠에 대해서는 성인의 접근은 허용해야 하는 것이 논리필연이다. 따라서 청소년유해콘텐츠에 대해서 성인의 접근은 허용하면서도 청소년의 접근을 금지하려면 청소년유해콘텐츠에 대한 성인/청소년의 차별적 접근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 성인의 접근은 허용하면서 청소년의 접근은 통제할 것인가?' 라고 하는 통제수단 내지 통제방법에 관한 문제이다. 이러한 통제수단 내지 통제방법의 가장 일반적인 것이 바로 연령확인이다.

    연령확인과 관련하여, 오프라인에서는 전통적으로 신분증 확인 및 대면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문제는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온라인 환경에서는 신분증 확인 및 대면을 통한 방법이 불가능해지게 되자 그 이외의 수단 내지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이 사건의 심판대상인 개정 청소년보호법을 통해서 기존의 '연령확인' 이외에 '본인확인'이 추가되고, 이러한 본인확인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에서 공인인증서, 아이핀(I-PIN), 휴대전화를 통한 인증방법 등을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새로운 본인확인방법이 과연 효과적이고, 특히 성인의 알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가의 문제점 등이 존재해 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청소년보호법령 상의 본인확인제에 대해서 합헌결정을 내렸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청소년보호법령상의 본인확인제와 유사한 것으로서 게임물 관련사업자에게 게임물 이용자의 회원가입 시 본인인증을 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및 동법 시행령 상의 본인인증제에 대해서도 유사한 취지로 같은 날에 합헌결정을 내렸다(헌재 2015. 3. 26. 2013헌마517,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2조의3 제1항 제1호 등 위헌확인).


    2. 본인확인기관 사건 - 헌재 2015. 6. 25. 2014헌마463,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3조의2 제1항 제1호 위헌확인

    (1)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이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받은 경우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2. 2. 17. 법률 제11322호로 개정된 것) 제23조의2 제1항 제1호(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2) 결정요지
    심판대상조항은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말미암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이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하여 안전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은 본인확인기관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본인확인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허용하는 것으로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된다. 본인확인업무에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다른 고유식별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확성, 신뢰성의 측면에서 주민등록번호에 비견할만한 것은 찾아보기 어려운 점, 본인확인기관은 본인확인업무라는 한정된 목적을 위해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 그가 동의한 기간에만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이용할 수 있고 수집·이용 목적을 달성하였거나 동의를 받은 기간이 끝난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지체 없이 파기해야 하는 점, 본인확인업무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사후 조치들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3) 해설
    정보통신망법상의 본인확인기관제도는 온라인을 전제로 하는 본인확인제도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즉 온라인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온라인을 통한 상거래나 정보유통이 일반화되었다. 따라서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을 통제하기 위하여 그리고 거래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관련 당사자들의 '연령 확인' 및 '본인 여부'가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본인확인은 오프라인에서는 주로 신분증 확인을 통해서 이루어지지만, 온라인에서는 신분증 확인을 통한 방법이 적절치 못하므로 새로운 방법이 필요할 수 있다. 공인인증서, 아이핀(I-PIN), 휴대전화를 통한 인증방법 등이 새로운 본인확인 방법으로 입법화되거나 제도화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공인인증서, 아이핀(I-PIN), 휴대전화를 통한 인증방법 등은 결국 모든 국민이 갖고 있는 개인식별번호인 주민등록번호의 수집·이용이 전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가이든 민간이든 누군가는 주민등록번호의 수집·이용을 통한 본인 확인을 통해서 공인인증서나 아이핀(I-PIN)을 발급해 주든가, 아니면 휴대전화번호 발급을 해 주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이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받은 경우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하는 제도를 채택하였다. 그런데 실제로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받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대부분 사기업인 이동통신사이다. 여기서 사기업인 이동통신사들에게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을 허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그리고 오늘날 보편화되어 있는 이동통신과 관련된 모든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다시 주민등록번호에 연계되어 정보감시체제가 더욱 심화될 위험성이 없는지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존재하였다.

    이러한 우려에서 출발하여 심판대상조항에 대해서 헌법상의 기본권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심판의 형태로 청구가 이루어졌는데, 헌법재판소는 합헌결정을 내린 것이다.


    3. 주민등록번호 변경 사건 - 헌재 2015. 12. 23. 2013헌바68, 주민등록법 제7조 제3항 등 위헌소원 등

    (1)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개인별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면서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주민등록법(2007. 5. 11. 법률 제842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7조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2) 결정요지
    주민등록번호는 표준식별번호로 기능함으로써 개인정보를 통합하는 연결자로 사용되고 있어, 불법 유출 또는 오·남용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뿐만 아니라 생명·신체·재산까지 침해될 소지가 크므로 이를 관리하는 국가는 이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여야 하고,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 그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보완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등록번호 유출 또는 오·남용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등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일체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수 있다.

    비록 국가가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정보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더라도, 여전히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하거나 수집·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아니하며, 이미 유출되어 발생된 피해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못하므로, 국민의 개인정보를 충분히 보호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개별적인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허용하더라도 변경 전 주민등록번호와의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여 활용한다면 개인식별기능 및 본인 동일성 증명기능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고, 일정한 요건 하에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춘 기관의 심사를 거쳐 변경할 수 있도록 한다면 주민등록번호 변경절차를 악용하려는 시도를 차단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불러일으키지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3) 해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 이유는, 모든 국민에게 개인별로 부여된 주민등록번호제도 자체가 위헌인 것이 아니라, 개인별로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면서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주민등록법 규정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이 헌법재판소에서 다루어지게 된 배경은, 개인정보 유출 또는 침해 사고로 인하여 주민등록번호가 불법 유출된 청구인들이 각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 줄 것을 신청하였으나, 현행 주민등록법령상 주민등록번호 불법 유출을 원인으로 한 주민등록번호 변경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거부한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주민등록번호는 모든 국민에게 일련의 숫자 형태로 부여되는 고유한 번호로서 당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하는 개인정보이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국가가 주민등록번호를 부여·관리·이용하면서 그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주민등록번호 불법 유출 등을 원인으로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하고자 하는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한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할 정도로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가 쟁점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주민등록법 규정에 대해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 이유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를 형성함에 있어 기술적인 문제나 소요되는 비용 등을 고려하여 어떤 경우에 변경을 허용할 것인지, 변경 절차나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변경 허용 여부에 관한 판단을 누가 하도록 할 것인지 등에 관하여 입법자가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가진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한편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취지는 주민등록법 개정을 통해서 입법에 반영되었다. 즉 2016. 5. 29. 법률 제14191호로 일부 개정되고 2017. 5. 30.부터 시행예정인 주민등록법은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되어 생명ㆍ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행정자치부에 설치된 행정위원회인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였다.


    4. 의료광고 사전심의 사건 - 헌재 2015. 12. 23. 2015헌바75, 의료법 제56조 제1항 등 위헌소원

    (1)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사전심의를 받지 아니한 의료광고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는 의료법(2009. 1. 30. 법률 제9386호로 개정된 것) 제56조 제2항 제9호 중 '제57조에 따른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 부분 및 의료법(2010. 7. 23. 법률 제10387호로 개정된 것) 제89조 가운데 제56조 제2항 제9호 중 '제57조에 따른 심의를 받지 아니한 광고'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규정들'이라 한다)이 사전검열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이다.

    (2) 결정요지
    헌법이 특정한 표현에 대해 예외적으로 검열을 허용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점, 이러한 상황에서 표현의 특성이나 규제의 필요성에 따라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를 받는 표현 중에서 사전검열금지원칙의 적용이 배제되는 영역을 따로 설정할 경우 그 기준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헌법상 사전검열은 예외 없이 금지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의료광고 역시 사전검열금지원칙의 적용대상이 된다.

    의료광고의 사전심의는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위탁을 받은 각 의사협회가 행하고 있으나 사전심의의 주체인 보건복지부장관은 언제든지 위탁을 철회하고 직접 의료광고 심의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점, 의료법 시행령이 심의위원회의 구성에 관하여 직접 규율하고 있는 점, 심의기관의 장은 심의 및 재심의 결과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여야 하는 점,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 단체에 대해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점, 심의기준·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각 의사협회는 행정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사전심의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규정들은 사전검열금지원칙에 위배된다.

    (3) 해설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에 대한 위헌결정의 의의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광고도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됨은 물론이고, 광고에 대해서도 사전검열금지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즉 사전검열은 절대적으로 금지되는데, 여기에서 절대적이라 함은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를 받는 표현에 대해서는 사전검열금지원칙이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의미이고, 따라서 의료광고가 상업광고의 성격을 가진다 하더라도 헌법 제21조 제1항의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 됨은 물론이고, 동조 제2항도 당연히 적용되어 사전검열도 금지된다는 점을 헌법재판소는 분명히 하였다.

    둘째, 사전검열에 관한 기존의 법리를 여전히 유지하면서도 일관되게 관철시켰다는 점이다.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표시·광고 사전심의제도에 대한 2010년도의 합헌결정(헌재 2010. 7. 29. 2006헌바75,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 제5호 등 위헌소원)에서 이러한 법리의 유지 및 관철이 약간 흔들렸지만, 이번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에 대한 위헌결정을 통해서 헌법재판소가 사전검열에 관한 기존의 법리를 여전히 유지하면서도 일관되게 관철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위헌결정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셋째, 과거에 한국 사회에서 일반화되어 있던 표현물에 대한 행정부 주도의 각종 사전심의제도(예컨대, 영화, 음반, 비디오물, 방송광고 등에 대한 사전심의제도)를 헌법재판소가 1996년도부터 위헌결정을 통해서 폐지시켜 왔는데, 이러한 역사적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의해 폐지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위헌결정의 또 다른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