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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 게임'과 천 원짜리 평등

    '오징어 게임'과 천 원짜리 평등

    '오징어 게임'(황동혁 감독)이 화제다. 오징어 게임의 주관자는 수퍼리치들의 재미를 위해 사회에서 좌절과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외딴 섬의 어떤 시설로 데려가 목숨을 건 게임을 시키고, 살아남은 승자가 모든 상금을 차지하도록 한다. 극중 프론트맨(이병헌 분)은 게임 참가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세계에서 여러분 모두는 평등한 존재이며 어떠한 차별도 없이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456명의 참가자들에게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더라도 각자가 가진 개인적 조건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게임 과정이 공정할 수 없고 결과 역시 정의롭지 않다. 그래도 게임은 진행되고 승패가 갈린다.프론트맨의 대사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제11조를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법 앞의 평등'은 궁극적

    Memento Mori

    Memento Mori

    법무사가 하는 많은 일 중에 상속등기가 있다. 여기에는 상속인의 범위를 소명하기 위해 피상속인의 '제적등본'을 첨부한다. 제적된 호적이란 뜻의 이 장부는 2005년 호주제가 폐지됨에 따라 시행된 가족관계등록법에 의해 2008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당시 호적에 기재되었던 사항은 가족관계등록부로 이관하고 기존의 호적부는 제적부라는 명칭으로 보존하면서 상속등기에 필요한 서면으로 여전히 살아 있게 되었다. 가족관계증명서와 달리 제적등본은 호주를 중심으로 한 모든 구성원의 출생과 사망, 혼인과 이혼, 입양과 분가 등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그 기록은 일제 강점기의 창씨개명이나 당시 일왕의 연호가 적혀 있는 것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이런 오래된 기록들은 날려쓴 한자로 기재되어 있어서 이를 해독하

    "나라 지키라고 군대 보냈더니"

    "나라 지키라고 군대 보냈더니"

    최근 넷플릭스를 통하여 방영된 드라마 'D. P.'가 한참 화두에 오르고 있다. 군대 내에서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를 DP(Deserter Pursuit)라 부른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국방부는 드라마 속의 실제 병역 모습은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 후폭풍이 적지 않은 듯하다. D. P.를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드라마 속 탈영병의 부모가 '나라 지키라고 군대 보냈더니' 왜 우리 아들이 탈영병이 되었는지 화를 내는 장면이 있다고 한다. "나라 지키라고 보냈더니…." 지난 수년간 무수히 많이 들었던 말이다. 3년 전부터 국방부 전공심사위원으로 2달에 한번 가량 전공심사에 참여하고 있다. 복무 당시 사망하거나 질병을 얻은 경우 사망자, 부상자에 대하여 심사를 통하여 '순직'여부나 '공상

    '내용부인' 제도 遺憾(上)

    '내용부인' 제도 遺憾(上)

    검사로 근무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안타까운 제도가 '사경조서의 내용부인 제도'였는데, 피고인이 "사실과 달라요. 거짓말 했어요"라고 하기만 하면 그 진술의 법정 사용이 금지되는 증거법칙입니다. 사경이 적법하게 확보한 진술도 피고인의 한마디면 물거품이 되는 것으로, 증거의 처분권을 보완책 없이 오로지 범죄자의 선의에 맡기는 것입니다.사경 확보 진술의 증거 사용 불가에 따른 공판의 어려움과 실무에서 접하는 일선 사경의 적법수사, 성실성 등으로 인하여 그 제도의 유효성과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내용부인 제도는 해방 직후 경찰 인력부족, 분단 등으로 인하여 독립투사를 변론하던 법률가들이 다수 임명된 검찰과 달리 고문을 통상 수단으로 하던 일제강점기의 순사들을 다수 채용할 수밖에 없

    국민참여재판 구하기

    국민참여재판 구하기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은 효율성 면에서 세계 10위권이지만(세계은행), 사법 신뢰의 기초가 되는 사법시스템의 독립 면에서는 60위권으로 초라한 평가를 받는다(세계경제포럼). 점점 양극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사법 신뢰는 국민이 사법권 행사에 직접 참여하는 데에서 나온다고 한다. 우리 국회도 2007년에 국민이 배심원으로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법을 제정하기는 했지만, 헌법상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충돌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타협적 입법을 했다. 즉, 피고인이 원하지 않거나 재판부가 배제결정을 한 경우에는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지 않도록 했고, 배심원의 유무죄와 양형에 대한 의견에는 권고적 효력만 인정했다.이러한 타협적 입법의 결과 피고인과 재판부 모두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국민참여재

    보정 유감

    보정 유감

    매매계약을 하고 잔금 지급일 전에 가등기 신청을 했는데 보정이 났다. "등기목적이 '가등기'인지 '소유권이전'인지 불명확함. 가등기면 등기원인을 매매예약으로 하여 매매예약서를 첨부하시오." 등기소에 전화해서 설명했다. "확정된 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가등기를 신청한 것이라 매매계약서를 첨부한 것이고, 장래에 확정될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가등기가 아니라 매매예약서가 따로 없습니다." 그랬더니 등기관 왈 "그건 당신 생각이냐? 아니면 의뢰인과 상의를 했느냐?"라고 묻는다. 나: "의뢰인과 상의했고 다른 원인서면은 없으니 다시 한 번 판단해 주십시오."등기관: "앞뒤가 안 맞다. 가등기를 신청했으면 매매예약서를 첨부해야지, 왜 매매계약서를 첨부해서 가등기를 신청하느냐?"나: '아…. 이분은

     공정의 시대, '합법적 병역기피'는 여전히 유효한가?

    공정의 시대, '합법적 병역기피'는 여전히 유효한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20도쿄올림픽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올해는 유독 메달을 획득한 선수보다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아름다운 4등'들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육상 높이뛰기의 우상혁선수와 김연경 선수가 속한 여자배구에 대한 관심이다. 반면, 잔뜩 기대를 안고 메달을 획득을 노린 야구팀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동메달이 걸린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동메달을 따도 군대 보내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야구 대표팀에 쏟아진 비난의 이유는 중간 중간 보여준 불성실한 태도 뿐 아니라 메달이 곧 '군 면제'라는 병역특혜가 출전 6개국 중 3위라는 '동메달'에게도 주어지는 것이 수많은 선수들과 경쟁하여 얻어낸 타 종목과 비교하여 과연 공정한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 인생의 중요한 시발점인

    단죄를 넘어 제도 개선까지

    단죄를 넘어 제도 개선까지

    필자가 국정농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진실을 은폐하는 공무원들에게 한 마지막 말은 "국정농단 사건은 현대사의 비극이나 더 중요한 것은 실체를 명확히 하여 유사사례의 재발을 막는 것으로, 그것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마지막 소명이 아니겠느냐?"라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4대강 사건 수사에서 '권력자의 정파적 이익에 경도된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와 부정부패 사례'를 경험했었는데, 얼마 되지 아니하여 유사한 구조의 부정부패를 다시 접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처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부정부패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발 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 하다가, '수사에서 실체를 최대한 확인해 두는 것이 검사로서 할 수 있는 최

     곤(Ghosn) is 곤(Gone)

    곤(Ghosn) is 곤(Gone)

    카를로스 곤(Ghosn) 전 닛산-르노 회장. 그는 브라질에서 태어나 중동에서 자란 레바논 혈통의 프랑스인이다. 1999년 도산 위기에 처한 닛산을 구해낸 이후 19년간 닛산-르노 그룹을 이끌었던 그가 두 번 사라졌다(Gone). 2018년 11월 19일 경영 일선에서 사라졌다. 도쿄 하네다 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그는 일본 검찰에 의해 체포됐다. 주된 혐의는 거액의 퇴직보너스를 회사의 사업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곤은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오히려 자신은 르노가 닛산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일본 기업문화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2019년 12월 29일 일본에서 사라졌다. 곤은 4개월간 구금되었다가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던 중 악기 상자에 몰래 몸을 숨긴 채 비

    확인서면의 추억

    확인서면의 추억

    등기필정보란 것이 있다. 소위 집문서라고 부르는 것인데, 이것을 잃어버리면 다시 발급받을 길이 없기 때문에 나중에 내가 집을 팔 때에 그 이전등기를 수임한 법무사가 "내가 이 부동산의 소유권자임"을 확인하는 서면을 작성하고 그것으로 이를 갈음하게 되는데, 이를 확인서면이라 한다. 여기에 본인의 우무인을 찍고 필적을 기재한 후, 특기사항란에 "언제 어디에서 본인 확인을 하였는지" 그 상황을 간략하게 기재한다. 그런데 2018년 12월의 등기예규 이전에는 이 란에 그 사람의 키나 몸무게, 신체적인 특징을 기재했었다. 문제는 등기 완료 후에 이것이 본인에게도 송달되기 때문에, 기분이 상하지 않게 조심하면서도 최대한 본인의 신체적인 특징을 잘 묘사해서 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체

    우리도 '비대면'이 가능할까?

    우리도 '비대면'이 가능할까?

    매일 아침 하루하루 늘어가는 확진자 추이를 눈 뜨자마자 확인하고, 마스크 대란이 온다고 하여 무려 개당 5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필터 교체형 마스크를 식구 수 대로 구매하기도 하였다. 의뢰인들로부터 '코로나'로 인해서 변호사 업계는 괜찮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들으면서 1년 하고도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이제는 확진자 수가 아니라 백신을 맞을 순서는 언제일까가 나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마스크와 소독제의 사용, 체온 체크, 법정을 출입할 때 인원 제한 역시 오래된 습관처럼 익숙해진 지금, 코로나가 아니라도 변호사 업무는 과연 '비대면'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섣부른 결론은 변호사 업무는 비대면 업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IT 강국 대한민국에서 화상을 통한 회의, 재판 및

    수사권의 기원과 본질

    수사권의 기원과 본질

    16년 전 검사 임관 후 끊임없이 고민했던 질문이 '수사란 무엇인가? 경찰이 대부분의 수사를 하는데 왜 검사가 수사의 주재자인가? 검사는 왜 판사와 동일한 자격을 요하는가?'라는 매우 기초적인 질문들이었습니다. 밀려오는 사건을 처리하느라 깊이 있는 고민이나 해답을 갖지 못하다가 2019년 1년간의 해외연수에서 '형사법집행권의 歷史'에 대한 공부를 통하여, 그 간의 '역사에 대한 무지'로 인한 민망함과 '늦은 깨달음'에 따른 안도감을 함께 느끼면서 나름의 답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사인소추에 기반한 중세시대는 국가의 수사권이 태동하기 전으로 사인이 증거를 수집하여 형사소송을 제기하고 판사는 그에 기초한 재판을 하였는데, 12~13C 무렵 대륙법계 국가에서 공공소추 제도 도입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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