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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뢰인-변호사 간 비밀유지권의 검토 및 개선방향

    한애라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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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의뢰인-변호사 간 비밀유지권의 의의

    의뢰인과 변호사 간 의사교환에 대한 비밀유지권은 의뢰인의 방어권과 법치주의 보장을 위하여 핵심적인 제도이다.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사건에 관한 제반사항을 숨김없이 털어놓을 수 있어야만 변호사도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적절한 법적 조언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의뢰인의 방어권과 법치주의가 보장될 수 있다. 비밀유지권을 두는 목적은 변호사에게 어떠한 특권을 부여하려는 것이 아니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상의 기본권 보호와 적법절차 보장이라는 공익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신뢰관계에 터 잡은 의사교환의 비밀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변호사뿐만 아니라 의뢰인 또한 비밀유지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수사나 행정조사의 개시에서부터 증거조사, 판결에 이르기까지 비밀유지권이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절차가 운용되어야 한다. 주요 선진국은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비밀유지권을 보장함과 아울러 이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여러 절차적 장치를 두고 있다. 



    2. 주요국의 의뢰인-변호사 비밀보호 법제
    영국은 변호사 특권(Legal Professional Privilege)을 엘리자베스 1세 시대 이래 판례법으로 확립하여 민사·형사·행정의 제반 사건에 적용하고 있다. 미국 또한 이를 받아들여 변호사-의뢰인 비닉특권(Attorney-Client Privilege, 이하 'ACP'라 한다)을 커먼로로 발전시키다가 연방증거규칙 제501조, 제502조로 성문화하였으며, 각 주도 통일증거법 제502조를 기반으로 이를 성문화하였다. 

     

    ACP를 인정할 경우 실체적 진실발견이 제한될 수 있으나, 이는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자유롭고 솔직한 의사교환 및 이로 인한 법치주의 실현을 위하여 정당화된다. ACP는 의뢰인이 법적 조언을 받기 위하여 변호사에게 밝힌 비밀 및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건넨 법적 조언을 양방향에서 모두 보호한다. 변호사도 ACP를 행사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ACP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터 잡은 의뢰인의 권리이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한 법적 쟁송 내지 자문 과정에서 준비한 업무 결과물에 대하여도 제출거부의 특권이 주어지는데, 이를 '업무결과물의 원칙(work product doctrine)'이라고 한다. 

     

    ACP는 당사자의 방어권과 적법절차 보장에 핵심적인 권리이므로 그 예외는 매우 한정적으로만 인정된다. 범죄-사기의 예외, 의뢰인의 동의, 변호사가 의뢰인 등과의 분쟁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가 그것이다. 범죄-사기의 예외(crime-fraud exception)는 변호사와 의뢰인 간에 '현재 진행 중이거나 장래 계획 중인 범죄나 사기'에 관하여 한 의사교환은 ACP로 보호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경우에는 현재 진행되거나 장차 진행될 범죄의 저지 및 예방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종료된 과거 범죄에 대한 의사교환은 이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 

     

    어떠한 문서가 ACP로 보호되는지 다투어질 경우, 수사기관은 이를 압수하더라도 그 내용을 보지 않고 일단 봉인하여야 하며, 법원이 임명한 특별 지휘권자(special master) 등이 비공개(in camera)로 ACP 보호 여부를 심사하여 보호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최종 판단하는 경우에만 비로소 수사기관이 당해 문서를 볼 수 있다. 

     

    캐나다도 ACP를 단순한 증거법 규칙을 넘어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다. 캐나다 연방대법원은 2002년 Lavallee 사건에서,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절차를 규정한 캐나다 형법 제488.1조는 피압수자나 그 변호사가 이의할 충분한 기회와 기간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고,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법원의 판단 전에도 ACP의 다툼이 있는 압수문서의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위헌이라고 선언하였다. 

     

    독일은 형사소송법 제97조 제1항 제1호, 제2호에서 변호사가 의뢰인으로부터 위탁받아 보관하는 물건, 의뢰인과의 서면교신, 피의자가 업무상 신뢰관계 하에 변호사 등에게 알린 내용이나 변호사 등이 업무와 관련하여 작성한 기록을 모두 압수거부권의 대상으로 규정한다. 아울러 형사소송법 제160a조는 변호사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에 대한 압수 및 이들이 증언거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용을 획득하고자 하는 수사방법을 엄격하게 금지함으로써, 의뢰인이 보관 중인 변호사 작성 문서도 압수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프랑스 또한 변호사법 제66-5조에서 '상담 업무 또는 방어에 관한 업무를 불문하고 의뢰인의 변호사에 대한 자문의뢰 및 변호사의 조언,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의 통신, 변호사 간의 통신회의 기록, 기타 일반적으로 그 사건에 관한 서면 등이 모두 직업상 비밀의 보호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면서, 변호사의 직업상 비밀을 비밀유지의무와 비밀유지권 양 측면에서 모두 보호한다. 프랑스 파기원은 피조사자인 회사로부터 압수된 문서 중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의사교환을 내용으로 하는 것은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의사교환에 대한 비밀보장 원칙 등에 의하여 압수가 제한되므로 그 압수는 즉시 무효라고 보았다. 

     

    유럽사법재판소 또한 AM&S Europe Ltd v. European Commission 판결 등을 통해 의뢰인-변호사 간 의사교환에 대한 비밀유지권을 인정하여 왔다. 



    3. 우리나라의 법제도와 실무

    우리나라의 법제도와 현실은 여러모로 선진국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관련 법률은 직무상 비밀에 대한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 압수거부권, 증언거부권, 문서제출거부권만을 규정할 뿐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유지권을 보장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비밀유지권의 인정여부에 관하여 다툼이 있다. 다수 학설은 현행법의 해석상으로도 의뢰인과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나, 대법원은 명문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비밀유지권을 부정하면서, 의뢰인에게서 압수된 변호사 작성 의견서가 증거로 제출되었을 때 그 원작성자인 변호사가 증언을 거부하면 의견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된다고 하였을 뿐이다(대법원 2012. 5. 17. 선고 2009도6788 전원합의체 판결). 


    이에 따라 의뢰인과 변호사 간 비밀은 제대로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의뢰인은 자신이 보관 중인 변호사 작성 문서에 대하여 압수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위 문서는 향후 증거능력이 부인될 것이 명백하더라도 일단 압수되어 수사의 단서로 이용될 수 있다. 변호사 또한 자신에 대한 압수수색 시 압수거부권을 행사하기 현실적으로 곤란한 경우가 많고, 설령 압수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압수거부권의 예외사유가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수사기관이 압수거부의 예외사유를 주장하면서 압수를 강행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 또한 압수된 문서에 관하여 압수거부권 유무의 다툼이 있을 경우 이를 일단 봉인하고 법원의 심사를 받도록 하는 절차가 완비되어 있지 않아, 법원 판단 전에도 수사기관이 얼마든지 문서의 내용을 볼 수 있고 이를 수사의 단서로 활용할 수 있다. 

     

    이로 인하여 국민들은 방어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상 권리를 침해당하고, 변호사 또한 안심하고 법적 조언을 제공할 수 없으며, 국제적으로도 우리 법률서비스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대한민국의 법치 수준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4. 개선방향

    이러한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하여 가장 시급한 것은 의뢰인과 변호사의 비밀유지권을 명시하는 근거규정의 신설이다. 현재 변호사법 제26조 제2항에 비밀유지권의 일반규정을 신설하는 개정안들이 발의되어 있고, 최근 대한변호사협회도 이에 관하여 찬성 및 보완의견을 제시하였다. 개정안은 '누구든지' 의뢰인과 변호사 간에 직무상 비밀리에 행해진 의사교환 내용이나 자료의 공개·제출·열람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하면서, 그 예외사유는 구체적으로 엄격하게 명시한다. 이를 통해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의 비밀 침해도 저지할 수 있고, 의뢰인 또한 비밀유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며, 수사기관 등이 추상적인 예외사유를 주장하며 압수를 남발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단, 이와 별도로 압수된 문서에 관하여 비밀유지권 유무가 다투어지는 경우 그 문서를 일단 봉인하여 중립적인 제3자가 보관하고 법원의 심사 후에 비로소 수사기관이 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와 같은 입법적 개선이 이루어지기 전에도, 법원은 영장의 엄격한 발부와 조건의 부가 등을 통해 의뢰인과 변호사 간 비밀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용하여야 할 것이다. 

     

    자격을 갖춘 독립한 법관에 의한 재판과 마찬가지로, 자격을 갖춘 변호사의 조력은 법의 지배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이며,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한 아무리 훌륭한 실체법이 있더라도 절차적 정의는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법치주의의 근간인 비밀유지권 제도의 개선에 대한 모두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한애라 교수 (성균관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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