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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말·고성으로 쟁점 흐리고 인신공격으로 재판진행 방해

    품위 잃은 법정다툼… 법조계 시각

    손현수 기자 boysoo@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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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침체에 따른 법률시장의 장기 불황과 일감 부족으로 변호사들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법조인들의 말과 글, 행동이 갈수록 '날 선 칼'이 돼가고 있다. 법원 등에 제출하는 각종 서면에 상대방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물론 법정에서까지 고성과 막말을 내뱉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같은 무례한 언행들은 재판부에 부정적인 인상을 줘 의뢰인에게 피해가 갈 뿐만 아니라 조정이나 합의를 통해 분쟁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원천봉쇄해 사회적 비용의 낭비를 초래한다. 전문가들은 "법조인들이 예의를 내팽겨치면 결국 사법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이어진다"면서 "지금이라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인식을 갖고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재판부에 부정적 인식… 부메랑 효과= 원색적 표현이 담긴 준비서면이나 법정에서 상대방 대리인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행동은 재판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특히 일선 판사들은 변호사가 의뢰인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다소 거친 언행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의뢰인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뢰인의 한(恨) 풀이용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전체적인 변론 취지에서 나쁜 인상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재경 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변호사가 상대방 대리인이나 당사자에게 모욕을 주는 언행을 하며 법리적 쟁점이나 사실관계를 흐리면 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변호사는 자신의 언행이 전체 변론 취지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판사는 "판사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가뜩이나 처리해야 할 사건이 쌓여있는데 재판진행에 방해가 되는 원색적 비난이 오고간다면 어떤 판사가 곱게 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구두로든 서면으로든 상대방 변호사를 비방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품격을 갖고 재판에 나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일부 판사들은 법정에서 지나친 막말과 고성이 오가거나 준비서면에 명백한 허위사실을 근거로 상대방을 비난할 경우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형사처벌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재경 지법의 한 형사부 판사는 "준비서면은 기록으로 남고 구두 변론내용도 모두 녹음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변론과정에서 막말을 하면 증거가 될 것"이라며 "심한 경우라면 형사처벌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기 합의 가능한 사건도 끝장재판= 상대방에게 모멸감을 주는 지나친 언행은 조정이나 합의로 조기 종결될 수 있는 사건까지 끝장으로 몰고 간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준비서면이 의뢰인의 감정을 자극해 조정으로 원만히 해결될 수 있는 사안까지도 협상의 여지를 없애는 사례를 많이 봤다"며 "의뢰인을 기껏 진정시켜 놨는데 상대방 변호사가 낸 준비서면을 보고 감정이 격해져 재판을 끝까지 진행하자는 의뢰인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의뢰인이 당장은 속시원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는 격이 될 수 있다"면서 "일부러 이런 행동을 하거나 의뢰인을 자극시키는 극소수 변호사들의 얄팍한 영업전략이 전체 국민들의 사법신뢰를 끌어내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도 "특히 이혼사건의 경우 서로 상대방이 낸 준비서면 때문에 당사자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변호사들은 준비서면 속 표현을 신중히 선택할 필요가 있다"며 "변호사는 분쟁을 해결해주는 사람이지 싸움을 붙이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상호 존중'… 법정문화 개선돼야= 많은 법조인들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법정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누워서 침뱉는 격'인 상호 비방을 중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정근(55·사법연수원 15기) 법무법인 소망 변호사는 "이 문제는 법조인의 윤리의식과 품위유지의무와도 관계가 있다"며 "변호사는 의뢰인의 감정에 이입돼 휘둘려선 안 되고 객관성과 중립성을 갖고 재판에 참여해야 한다. 의뢰인이 자극적인 표현을 쓰자고 요구해도 만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판사의 얼굴은 판결문이고 검사의 얼굴은 공소장, 변호사의 얼굴은 준비서면"이라며 "자존심이자 얼굴인 준비서면을 통해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고 준비서면의 내용은 변론의 일부이기 때문에 비록 글이라고 하더라도 법정에서 상대방을 향해 모욕적인 비난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찬희(51·30기) 정률 변호사는 "모든 법조인들이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동료라는 의식을 갖고 존중하며 먼저 상대방을 배려하다 보면 법정문화가 개선될 수 있다"며 "의뢰인들도 변호사는 부족한 법률적 지식을 보완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야지 자신을 대신해 싸워주는 사람이라고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하거나 무리한 소송을 하는 것은 의뢰인에게도 피해가 될수있는 만큼 변호사와 의뢰인 모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손현수, 이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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