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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66주년 기획] 좋은 부장판사, 좋은 배석판사 되는 법

    판결문 초안 수정은 친절하게… 합의과정 땐 서로 존중

    신지민 des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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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연장자가 가운데, 젊은 두 사람이 좌우에서 '삼각편대'를 이루며 걷는 사람들이 있다면 판사들일 확률이 높다. 가끔 이들을 보좌하는 재판연구원(로클럭)들까지 편대에 합류해 '처진 날개형'이나 '다이아몬드형' 편대를 이루기도 한다. 부장판사 1명에 배석판사 2명 등 '3인 운명공동체'로 구성된 합의부는 법원을 떠받치는 힘이다. 중요한 사건의 재판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젊은 판사들은 이 시스템 속에서 도제식 교육을 받으며 때로는 치받고 때로는 깎이면서 한 사람의 진정한 법관으로 거듭나게 된다. 업무는 물론 식사나 술자리 등 생활적인 측면에서도 이들은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동고동락하기 때문에 서로의 관계가 원활한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어떤 부장, 어떤 배석을 만나느냐에 따라 1~2년 동안의 운이 결정된다. 종종 좋은 부장은 배석의 사표(師表)가 되기도 한다. 좋은 부장판사, 좋은 배석판사를 만나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좋은 부장, 좋은 배석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 법률신문이 창간 66주년을 맞아 '좋은 부장, 좋은 배석이 되는 법'을 찾아봤다.

    ◇부장의 '빨간펜 지도' 필요하지만 초안부터 성실해야= 배석판사의 주업무는 판결문(초안)을 작성해 부장에게 납품하는 일이다. 부장은 이를 꼼꼼하게 검토해 합의 결과가 충실하게 반영되었는지, 법리 검토에 비약은 없는지 등을 살펴 최종 완성한다. 이 같은 첨삭 과정에서 배석과 부장간에 판결문이 오가길 반복하기도 한다. 배석에게 납품일은 언제나 긴장된다. 부장의 잔소리나 꾸중이 동반되기도 하고, 사실관계나 법리를 착각하거나 문장 또는 문맥이 매끄럽지 않으면 스스로 자괴감이 드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부장의 친절하고 꼼꼼한 첨삭 지도는 배석과의 원활한 관계를 설정하는 첫 걸음이다. A판사는 "부장의 꼼꼼한 첨삭과 합리적인 지적은 수긍할 수 있는 것을 넘어 감사한 일"이라며 "그러나 포스트 잇 등에 '물음표(?)' 하나만 표시해 되돌려 보내거나, 빨간펜으로 군데군데 그어놓기만 하고 판결문을 내려보내는 부장들이 간혹 있는데 배석 입장에서는 대체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 수가 없어 어떻게 수정해야 할 지 몰라 난감한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석도 처음부터 완벽한 수준의 초안을 쓸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고쳐줄 수 있을 정도의 기본틀이 잡힌 성실한 판결문을 납품해야 한다. B부장판사는 "도저히 손을 댈 수 없을 정도 수준의 판결문을 써오는 배석들이 있다"며 "그런 사례가 이어지면 아예 부장이 초안부터 직접 쓰는 일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일의 효율성이 떨어질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 처리도 지연돼 재판부 분위기가 나빠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사생활 묻지 마세요" vs "친근감의 표시"= 사생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애인은 있는지', '결혼은 언제 할 것인지', '출산 계획은 어떤지' 등을 묻는 부장은 배석 입장에선 사절이다. C판사는 "애인이 있다고 하면 데이트 하느라 일을 늦게 하느냐고 하고, 애인이 없다고 하면 언제 결혼할거냐고 걱정한다. 결혼 후에는 출산이나 육아 계획까지도 간섭할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부장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으니 서로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D부장판사는 "하루종일 사건 이야기만 할 수 없으니 좀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서 하는 말인데 사생활이니 묻지 말라고 하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느냐"며 "인생 선배로서 해 줄 말도 있는데, 묻지 않아도 배석이 자기 이야기를 먼저 꺼내주면 좀 더 친근하고 화목한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식보다 두려운 등산= 배석들에게는 최근 회식보다 더 무서운 것이 등산이라는 말이 있다. 회식 자리에서는 주량 등에 따라 알아서 마시는 술의 양을 조절하거나 거절할 수도 있지만 등산은 개인의 운동능력이나 체력의 차이가 전혀 고려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말에 할 수 밖에 없고 시간도 최소 반나절 이상이 걸려 기피 대상 1호다. 

    E판사는 "등산을 좋아하는 부장을 만나면 두렵다. 한번은 부장을 따라 억지로 정상까지 올라갔는데 내려오는 길에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 낙오되고 말았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부장이 손전등을 켜고 찾으러 왔다. 민망하고 부끄러워 도망가고 싶었다"며 "업무만으로도 체력이 달리는데 그나마 쉴 수 있는 주말에 등산까지 하려면 여간 힘든게 아닌다"라고 했다.

    하지만 부장들은 평소 운동 부족으로 떨어진 체력을 함께 키울 수 있을뿐만 아니라 산에 오르는 동안 속 깊은 대화도 할 수 있다며 등산을 선호한다. 꼭 등산이 아니라도 부장과 운동이나 취미를 함께 하자고 하는 배석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도 적절한 접점을 찾는 것이 좋다.

    ◇'저녁이 있는 삶'… 퇴근시간 둘러싼 갈등도= 최근 '저녁이 있는 삶'이 법조계에서도 화두가 되면서 부장과 배석간에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둘러싼 갈등도 종종 발생한다. 올 초 서울중앙지법의 F부장판사는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함께 일하게 된 배석들과 가진 첫 식사자리에서 한 배석이 "(제게는) 저녁이 있는 삶이 중요하다. 오후 6시가 되면 퇴근하겠다"면서 '칼퇴근'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는 "일을 빨리 끝내면 빨리 퇴근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일이 밀려있는데도 칼퇴근을 하면 나머지는 누가 책임을 지느냐"며 혀를 찼다. 이에 대해 배석들은 일을 등한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야근이나 주말근무를 너무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G판사는 "어차피 납품 기한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안에만 일을 끝내면 되는데, 언제 출근하고 퇴근하는지 시간을 체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면서 "더구나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부장들이 너무 당연하게 야근하라고 하거나 주말에도 일하길 바라 서운할 때가 많다"고 했다.


    ◇합의과정에서는 '상호존중'= 합의과정에서는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장과 배석의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서로 경청해 양보할 부분은 양보하고 한번 더 생각해 보고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부장이 자신과 생각이 다른 배석을 나무라고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면 '합의'의 의미가 사라진다. H판사는 "부장이 내린 결론과 내가 내린 결론이 달랐는데, 부장이 한번 더 생각해보자고 했다. 그래서 시간을 갖고 좀 더 기록을 검토하고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 부장 결론이 맞았다"며 "부장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려고 했으면 반발심에 오기가 생겼을 수도 있지만 시간을 두고 서로 생각해보고 나서 다시 논의하니 더 좋은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장들은 배석들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결론이 틀리거나 부장과 다르더라도 정확한 이유와 법리적 논거를 댈 수 있기를 원한다. I부장판사는 "치받아도 좋으니 명확하게 판단 근거를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며 "배석의 의견에 설득돼 내 의견이 바뀔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오히려 그럴 때 부장들은 더 뿌듯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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