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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관 6개월째 공백… 박한철 후임 인선 감감

    소장후보 임명동의안 기약 없이 표류… 정작 빈 재판관 자리 한 번도 언급 없어

    이세현 기자 shlee@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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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일부터 시작된 헌법재판관 공석 사태가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기본권을 침해당한 국민을 구제하고, 법률의 위헌 여부와 국가기관 간 권한 다툼을 조정하는 최고 헌법재판기관인 헌법재판소가 6개월이 넘도록 비정상적인 체제로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달이 지났는데도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 해결에는 손을 놓고 있어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의 헌법기관 구성권은 권한이자 의무라는 점에서 문재인(64·사법연수원 12기)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헌법 제111조 2항은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3항은 '제2항의 재판관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고 하고 있다.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판관으로 임명한 박한철(64·13기) 전 헌재소장이 지난 1월 31일 임기만료로 퇴임하면서 시작됐다. 이때부터 8인 재판관 체제로 운영되던 헌재는 대법원장 지명 몫인 이정미(55·16기) 전 재판관마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직후인 3월 13일 임기를 마치면서 한때 재판관 7인 체제의 위기 상황을 맞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단 1명만 사고가 생겨도 헌재의 재판 기능이 마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양승태(69·2기) 대법원장이 이 전 재판관 후임 인선에 나서 이선애(50·21기) 재판관이 3월 29일 취임하면서 16일만에 가까스로 '재판관 8인' 체제로 복귀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1명의 재판관은 공석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는 새 정부가 유독 헌법재판관 인선에 대해서는 방기(放棄)에 가까울 정도의 무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김이수(64·9기) 헌재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여야 충돌로 국회에서 기약없이 표류 중인 가운데 비어있는 재판관 한 자리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문 대통령이 '부작위에 의한 헌법 위반'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법조계에서 높아지고 있다.

    재판관 장기공석사태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것은 이미 헌재 결정에서도 설시된 적이 있다. 

     

    헌재는 2014년 '국회가 임기만료로 퇴임한 조대현(66·7기) 전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를 선출하지 않아 재판관 공석 상태가 장기화 돼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오모 변호사가 낸 헌법소원사건(2012헌마2)에서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임명권과 선출권 및 지명권은 권한인 동시에 의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헌재는 당시 결정문에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재판청구권에는 공정한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도 포함되고, 헌법 제111조 2항은 헌재가 재판관 9명으로 구성된다고 명시해 다양한 가치관과 헌법관을 가진 재판관 9명으로 구성된 합의체가 헌법재판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며 "재판관 중 3명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회가 선출해 임명된 재판관 중 공석이 발생한 경우, 국회는 공정한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을 위해 공석인 재판관의 후임자를 선출해야 할 구체적 작위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나 국회, 대법원장이 퇴임한 헌법재판관 후임 인선 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장기간 재판관 공백사태를 빚었다면 국민의 기본권인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손인혁(50·28기)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권한이 아니라 헌법기관을 구성해야할 권한이자 책임인데 그 책임을 장기간 이행하지 않는 것은 헌법기관 구성권이라는 책임을 해태하는 것"이라며 "재판관을 임명함에 있어 장애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판관 임명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이 헌법상의) 의무를 사실상 부작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장관 인선 일정과 맞물려 재판관 임명이 늦어진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하는 행위는 대통령의 내각을 완성하는 행위이고 임명권 내의 행위지만, 헌법재판관의 임명은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의무이자 책임"이라며 "헌법수호기관으로서 의무를 인식한다면 장관 인선과 독립적으로 헌재소장 및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법조인은 "헌법재판관 8인 체제에서는 재판관 의견이 4대 4 또는 5대 3으로 나뉘는 사건은 진행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며 "장관 업무는 차관이 대행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장 업무는 재판관이 대행할 수 있지만, 헌법재판관이 없으면 대행할 수가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편 이처럼 헌법재판관 공석이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이수(64·9기) 헌재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헌법재판관을, 만약 부결되면 소장직을 수행할 헌법재판관을 지명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 경우 소장 후보로는 박시환(64·12기) 전 대법관과 전수안(65·8기) 전 대법관이 거론되지만 정년을 채울 수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김지형(59·11기) 전 대법관이나 김선수((56·17기) 변호사를 주목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청와대가 김이수 헌재소장 임명 건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새로운 헌재소장을 세울 생각으로 현재의 공백사태를 두고 보고 있다면 매우 적절하지 않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할 헌재의 구성이 정치계산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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