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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제69회 제헌절… 정재황 세계헌법대회 조직위원장

    개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국민'과 '기본권'이 돼야

    이세현 기자 shlee@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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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헌절은 단순히 헌법을 만든 날이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최고의 기본법을 제정하였음을 널리 공포하고, 앞으로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뜻깊은 날입니다. 또 우리나라가 어떻게 나아가야할지를 고민하는 날이기도 하지요."

     

    내년 6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10회 세계헌법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재황(59)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제69주년 제헌절'을 닷새 앞둔 12일 본보와 만나 "제헌절은 역사적 의미와 미래지향적인 의미를 모두 가진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1948년 제정된 제헌절은 나라의 근간인 헌법의 의미를 되새기는 중요한 날이지만, 지난 2008년 주 40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휴일 수 증가로 인한 기업 생산 차질·인건비 부담 증가 등의 이유로 5대 국경일(國慶日) 가운데 유일하게 공휴일에서 제외되는 등 홀대를 받고 있다.

     

    세계헌법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 교수는 내년 세계헌법대회를 기점으로 헌법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재조명 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나아가 "세계헌법대회를 계기로 우리 헌법이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s)가 돼 한국이 헌법의 선도국가로서 세계인류를 위해 공헌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헌법대회는 전세계 100여개국의 권위 있는 헌법학자들이 모여 헌법을 논의하는 장(場)이다.

     

    정 교수는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논의 되고 있는 개헌 움직임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지금이 개헌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최적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점을 헌법해석과 헌법판례로 메꾸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왕 시작된 논의라면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공감할 내용이 담겨야 합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헌법과 개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국민'과 '기본권'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헌법의 존재목적은 국민과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들을 보장해 보다 나은 삶을 약속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권 중심적인 개헌이 되어야 하는 것은 자명하지요. 기본권체계를 강화해 촘촘한 그물망으로 국민생활 구석구석에서 기본권을 보호해야 합니다. 개헌을 논의하면서 여전히 국가권력구도의 새판짜기에만 관심을 두는 것은 결국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봉사한다는 기본적 마인드가 없다는 증거입니다."

     

    정 교수는 기본권 보장에 중점을 두지 않은 개헌은 전시효과적인 개헌일뿐이라고 했다. "국회에 입법권을 준 것은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법률을 만들라는 뜻이고, 정부에 행정권을 준 것은 국민을 위한 복지국가를 만들라는 뜻입니다. 사법부에 재판권을 준 것은 재판을 공정히 해 국민을 보호하라는 뜻입니다. 헌법은 결국 기본권 구현이 궁극적 목적입니다. 대통령제냐, 분권형이냐, 의원내각제냐 논쟁하며 당장의 정치적 유불리에 연연하면 국민은 진정성을 의심할 겁니다. 국가권력은 사람이 사람답게, 또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데 사용하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국가기관을 어떻게 조직하고 어떤 권력을 줄지에만 온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대통령제를 유지하든, 의원내각제로 바꾸든 제대로 운용을 하지 않고, 타협과 설득이라는 의회주의가 실종된 채 매일 국회에서 정쟁만 하는 구태가 여전하다면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어떤 정부형태라도 민의(民意)가 충실히 전달되는 정당정치, 의회정치가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국회는 당장 해야 할 일을 미룬 채 개헌을 주장하지 말고 먼저 올바른 정당정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정 교수는 또 "국가권력은 국민을 무서워해야 한다"며 "국민 스스로 헌법과 국가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들이 개헌을 '권력을 바꾸는거구나'라고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개헌 논의 중심에는 기본권이 있어야 합니다. 기본권이 궁극적인 목적이 되면 국가권력이 국민들의 눈치를 안 볼 수 있겠습니까. 외국의 의회주의가 성숙된 것은 국민을 무서워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안 되면 어떤 정치제도가 들어오더라도 문제가 계속 생깁니다."

     

    정 교수는 올바른 개헌을 위해서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의 최고법이자 기본권보장법인 헌법이 자주 바뀌어서 되겠습니까. 50년, 100년뒤에도 후손들이 '고치면 안되겠다'라고 생각할 헌법이 되어야 합니다. 설령 세상이 변화무쌍해 그런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적어도 각오는 그렇게 가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론화를 통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헌법개정이 결국 기본권의 정연하고 충실한 보장에 있다면 지금도 민의의 목소리가 또록또록 큰 울림으로 들려야 하는데 과연 그러한지 의문입니다. '국민에 의한' 개헌이란 명제가 여기서 나옵니다. 국민들이 국회 개헌특위에서 기본권 규정들이 어떻게 개정되도록 제안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청년실업,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을 보면서 재정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분배할 것인가 하는 문제 등 녹록치 않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진정으로 국민이 개헌을 통해 얻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공감대 형성에 대한 판단 등 선행작업이 우선돼야 합니다."


    정 교수는 마지막으로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법의 '따뜻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法)이라는 한자는 '삼수변(?)'에 '갈 거(去)'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순리를 강조한다고 볼 수 있죠. 우리 법은 자연의 이치대로, 인간에게 무엇이 필요하지 고민해왔습니다. 우리나라가 민주화는 늦었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인간에 대한 애정은 차곡차곡 키워왔습니다. 인간의 혼에서 나오는 것들을 법에 담아가면서 따뜻한 법을 만들어야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면서 법조인이 제일 먼저 사라질직업으로 꼽히지요. 따뜻한 법을 만들어 잘 운용한다면 100년이 지나도 인간 법조인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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