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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시간 개념조차 불분명… 형사처벌은 명확성 원칙 위배”

    개정 근로기준법 본격 시행… 법조계 시각

    이장호 기자 jangho@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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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週)당 법정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지난 1일 시행에 들어가는 등 문재인정부의 각종 노동개혁 입법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위반 시 형사처벌의 근거가 되는 노동법 관련 규정의 용어 등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법적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등에도 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떤 것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 등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도 불명확한데다 노사의 견해차는 물론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각 사례별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모두가 불안한 상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노동법 위반시 형사제재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민사나 행정적 제재로 노동문제 해결을 보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정 근로기준법·퇴직급여보장법, 처벌기준 '모호'= 이달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근로자 300인 이상인 사업장에서 이를 지키지 않으면 사업주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정부가 개정법 시행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6개월간 처벌을 유예하고 계도기간으로 운영하기로 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위반 시 이른바 '오너 리스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규정이 적용되는 사업장은 해마다 점점 확대돼 2021년 7월에는 전 사업장에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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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근로시간 개념이 아직까지 명확하게 정리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출장 시 이동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 상사와 함께 거래처 직원을 접대한 것도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 등 근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례에 대해 전문가들조차도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주당 52시간 근로시간 제한을 지키지 않으면 사업주가 형사처벌된다. 범죄 구성요건이나 마찬가지인 근로시간의 개념이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이걸 어겼다고 처벌하는 셈이다. 형벌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엄격한 제재이기 때문에 범죄 구성요건은 엄격한 명확성 원칙이 요구된다.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는 애매한 처벌 조항은 위헌 무효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어떻게 할지 불명확한 상황에서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것은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시행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개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제32조 4항을 신설해 확정급여형퇴직연금제도 또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한 사용자는 근로시간 단축이나 임금피크제 적용 등으로 임금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퇴직급여 수령액이 감소될 우려가 있는 경우 근로자에게 이를 미리 알리고 근로자대표와의 협의를 통해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로의 전환, 퇴직급여 산정기준의 개선 등 근로자의 퇴직급여 감소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실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위반하면 사용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회사는 물론 대표 등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까지 뒀다.

     


    노동법 위반 구성요건·규정

    해석 싸고 전문가들도 의견 분분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이나 임금피크제 등으로 실제 해당 근로자의 임금과 퇴직금이 감소하는지 여부는 근로자가 얼마나 더 계속해서 그 직장에 다니느냐, 근속에 따른 임금 상승 폭이 어떻게 정해지느냐 등 여러 조건에 따라 시뮬레이션별로 결과가 달라져 일의적으로 확정짓기 어려운데다, 퇴직급여 감소 예방 조치를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로의 전환 등 2가지만 예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어 기업이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까지가 면책 범위에 드는지 불분명한 상태다. 근로시간 단축 규정과 마찬가지로 구성요건 자체가 불명확한 셈이다.

     

    한 로펌의 노동전문 변호사는 "한 직장에서도 퇴직 시점이나 임금 상승률에 따라 퇴직급여가 달라지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근로자들이 존재하는데다, 퇴직급여 감소를 위한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도 불명확한 상태"라며 "결국 사측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나중에 자칫 설명 대상자를 빠뜨린 것으로 판단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매우 불합리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지침도 무용지물… 결국 판결 날 때까지 '불안상태'= 고용노동부는 가이드라인 등 개정법과 관련된 지침이나 설명자료를 내놓으며 혼선을 줄이려 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만 했다가는 낭패를 볼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법원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통상임금이다. 고용노동부 지침은 1개월 단위로 지급되는 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로 2,3,6개월 또는 1년마다 지급되는 정기상여금도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2012다89399). 


    업종별·사업장별 다양한 분쟁… 

    법원 판단에 의존 가능성도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을 목전에 둔 지난달 11일에서야 기존 판례와 관련 법령을 토대로 '근로시간 해당 여부 판단 기준 및 사례'라는 뒷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휴게시간·대기시간, 교육, 회식 시간 등 몇 가지 사례만 설명해 사업장과 업종 별로 다양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결국 법원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사용자는 자신이 처벌 대상일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정한 상태에 방치되는 셈이다. 반대로 보면 그 때까지 일종의 처벌 공백 상태도 발생하는 격이다. 법원 최종 판결까지는 수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 

     

    ◇"형사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노동문제는 업종별, 사업장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를 법률로 규율하기 위해서는 노동법 규정 자체가 다소 포괄적·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같은 노동법의 특성을 무시한 채 형벌로만 준수를 강제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근로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가장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야 할 필요성이 있긴 하지만 유연성이 떨어지는 단점도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때문에 형벌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민사나 행정적 제재로도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벌 만능주의 벗어나

    민사·행정적 제재 등 대안 모색 필요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우리 노동법제에서는 입법이 명확하게 돼 있지 않아 어떤 방식으로 개념을 정해 처벌할 것인지 모호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형사처벌을 강조하면 관련된 갈등이나 분쟁이 계속 치열해지고 정부는 어떤 걸 처벌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어 "형벌 위주로 강제하다보면 계속 엄격한 기준을 만들게 될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과거의 프레임을 가지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인 현재와 미래의 다양성을 포섭하긴 어렵다"며 "노사가 합의를 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행정적 제재를 가하는 방식이 실효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다양한 유형의 근로형태와 임금체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노동법에 모두 구체적·명시적으로 반영하려면 1000쪽짜리 법률이 나와도 부족할 것"이라며 "법률로 특히 형사벌로 모든 것을 규율하려는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도 "미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은 민사적 해결방법을 중심에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노동문제를 형사적으로 해결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며 "형사처벌을 하려면 예측가능성을 주는 제도를 설계하거나,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아예 형사벌을 삭제하고 강력한 행정제재 방안을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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