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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질 판사' 여전… 변호사는 서럽다

    명령하듯 고압적인 언행… 지울수 없는 모욕감 안겨
    "가당치도 않은 주장", "소송포기 검토하라" 막말까지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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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변호사는 최근 법정 변론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재판장이 계속 상대방 편만 들면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답답한 마음에 기록을 넘기다 작게 한숨을 내쉬었는데 재판장이 정색을 하며 "예의를 지키고, 고개를 들라"고 명령하듯 말했던 것이다. 


    순간 법정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았고 A변호사는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재판 말미에 다음 변론기일을 정하는데, A변호사가 재판장이 제시한 기일에 출석하기 어렵다고 말하자 재판장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럼 그날 불출석하라. 안되면 그 전에 기일 변경 신청을 내라"고 말한 뒤 재판을 끝내버린 것이다. 


    A변호사는 "의뢰인이 재판장의 태도를 보곤 '변호사님이 그렇게 하게끔 행동한 것 아니냐'며 화를 냈다"면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호사단체가 실시하는 '법관평가'가 일반화되고 법원의 자체 개선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판사들이 재판을 고압적인 자세로 진행하는 광경은 많이 사라졌지만 일부 판사의 갑(甲)질 행태는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빌미로 법원에 대한 사상 초유의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등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매우 낮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변호사와 국민을 법정에서 직접 대면하는 일선 판사들의 부적절한 행태는 비록 일부라고 하더라도 사법부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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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은 다양하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변론 내내 변호사들을 모두 서 있게 만드는 걸로 유명하다. 변론기일에 대리인인 변호사들을 호명한 뒤 자리에 앉으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임의로 그냥 자리에 앉는 변호사는 노골적으로 흘겨 보며 고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것이다.

     

    다짜고짜 소송을 포기하라는 유형도 있다. 변호사에게 "왜 이런 소송을 제기했느냐. 소송 취하를 검토하라"는 말은 양반 축에 낀다. "왜 이렇게 고소를 많이해? 왜 자꾸 하는 거야", "가당치도 않은 주장"이라는 막말을 서슴지 않는 판사도 있다. 이런 말은 재판장의 심증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에 변호사는 진땀을 뺄 수 밖에 없다.


    다른 판사는 재판 일정 지연을 밥 먹듯 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판사가 심리하는 사건의 대리인이었던 한 변호사는 "15분 간격으로 재판을 10개씩 잡아뒀더라"며 "당연히 재판이 지연될 수 밖에 없고, 법정은 사건 당사자와 변호사, 방청객들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다음 재판 일정이 있는 변호사들은 하염없이 늘어지는 일정에 발을 동동 구르다 결국 포기하고 우선 순위에 있는 다른 재판을 하러가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기일에 대리인이 불출석한 것으로 처리될 수 밖에 없다"며 "더 황당한 것은 다음 기일에 나가면 재판장이 '재판부가 우습게 보이느냐. 왜 출석을 안 했느냐'고 윽박지른다는 사실"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기일을 지정할 때 변호사가 "그 날은 다른 일정 때문에 출석이 어렵다"고 하면 "재판하기 싫어요?"라고 반문하는 판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일정 지연 다반사…

    15분 간격 10개 재판 진행도

     

    또 너무 작은 목소리로 판결문을 낭독해 당사자나 대리인조차 승소인지 패소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인 경우도 있다. 판결 내용이 들리지 않아 한 방청객이 "잘 안 들린다"고 하자 이 판사는 "방금 누굽니까. 일어나세요"라고 한 뒤 그 방청객을 그대로 세워둔 채 계속 자신의 스타일대로 판결문을 읽어나갔다고 한다.

     

    4~5줄짜리 초미니 판결문을 쓰는 판사도 있다. "원고는 피고가 해당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원고의 청구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가 사실상 내용의 전부라는 것이다. 이 같은 판결문을 받아본 한 변호사는 "판결문 간소화의 필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주문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는 논리적으로 설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원고의 주장이나 피고의 항변에 대한 재판부의 최소한의 판단 내용조차 들어있지 않은 초미니 판결문은 직무유기에 가까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은 법정 공방이 치열한 와중에 재판장이 심증을 드러내 한쪽을 편드는 것처럼 비치는 발언을 하거나 사건 기록을 전혀 보지 않은 것 같아 대리인인 변호사가 사건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면 오히려 훈계를 하는 일은 빈번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판사 부적절한 행태지만

    법원 신뢰 악영향 우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부 판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법원 전체의 일인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판사 한명 한명의 행동을 법원 전체의 일로 본다는 사실을 판사들이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도 "재판장의 권위는 당연히 존중 받아야 하지만 그만큼 판사들도 사건 당사자와 변호사들에게도 정성과 예의를 다해야 사법부가 신뢰 받을 수 있다"며 "사법부를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은 때인 만큼 법관들이 보다 신중하게 처신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원은 막말 등 법관들의 부적절한 법정 언행을 막기 위해 지난 2014년 민·형사 재판 단계별 진행 기법과 유의사항을 정리한 '법정진행 핸드북'을 발간하는 등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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