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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9. 언론법

    양철한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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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법원 2017. 2. 9. 선고 2016다233033 판결

     

    가. 사건개요
    원고 변○○는 인터넷신문을 운영하는 언론사의 대표이사였던 사람이고, 피고 역시 인터넷신문을 운영하는 언론사인데, 피고는 ‘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기소 의견 검찰 송치’라는 제목으로 기사내용에 ‘원고가 임금체불과 근로계약서 미작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터넷신문에 게재하였다. 원심은 관할 노동청이 근로조건을 명시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지 않은 점에 대하여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청에 송치하였으나, 임금 체불의 점에 대하여는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바 없어 피고가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를 파기하였다.

    나. 판결요지
    1) 이 사건 기사는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원고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관하여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을 기재하면서 그 구체적인 혐의는 근로조건 명시 위반임을 적시하였다고 볼 수 있고, 이를 넘어서서 임금 체불에 관하여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었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기사에 임금 체불에 관한 기재가 있으나, 표현된 문구만으로는 송치된 혐의에 임금 체불의 내용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적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2) 원고는 언론사의 대표이사였던 사람이고, 이 사건 기사는 원고가 대표이사였던 언론사의 직원이 그 대표자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진정한 사건의 내용과 그 처리결과를 보도한 것으로서, 원심이 인정한 것과 같이 그 내용이 언론인의 도덕성이나 준법성 문제에 관한 공적 논쟁을 유발할 수 있는 공공의 이행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도 공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기사 내용의 표현에 관하여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할 뿐 아니라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이를 쉽게 제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보아야 하는데, 위에서 본 이 사건 기사의 표현방법이나 어휘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더라도 그 내용이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 평석
    언론보도의 내용이 다른 언론사에 대한 것인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가 더욱 폭넓게 보장된다. 언론사가 타인에 대한 비판자로서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범위가 넓은 만큼 그에 대한 비판의 수인 범위 역시 넓어야 한다는 점, 언론사는 스스로 반박할 수 있는 매체를 가지고 있어 상대방의 주장에 대하여 반박할 수 있다는 점, 일방 언론사의 인격권의 보장은 다른 한편 타방 언론사의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한다(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3다52142 판결, 대법원 2008. 2. 1. 선고 2005다8262 판결 등). 위 2005다8262 판결은 한 신문사가 다른 신문사를 “처첩신문”이라고 표현하였다고 하여 모멸적인 표현에 의한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거나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일탈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 판결은 기사에 임금 체불이라는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지만, 언론사, 언론인은 타인에 대한 비판자인 만큼 스스로도 수인의무의 범위가 넓어야 한다는 기존의 판례를 다시 확인한 것에 의미가 있다.

    2. 대법원 2017. 5. 11. 선고 2016도19255 판결

     

    가. 사건개요
    피고인은 역사학자인데, ‘피해자가 출간한 책에서 임나일본부라는 명칭을 부정하고 일본이 고대사의 특정시기에 가야를 비롯한 한반도 남부 일정지역을 점령하거나 통치했다는 사실을 일본인이 신봉하는 일본서기의 사료를 이용해 반박하였을 뿐임에도, 피해자가 ① “임나일본부설이 사실이다”, ② “백제는 야마토 조정의 속국·식민지이고, 야마토 조정이 백제를 통해 한반도 남부를 통치했다”라고 주장했다. ③ “일본서기를 사실로 믿고, 스에마쓰 야스카즈의 임나일본부설을 비판하지 않고 있다”라고 기술함으로써,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출판물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요지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고, 1심에서는 유죄로 인정되었으나, 원심에서 무죄의 판단을 받았으며,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유지하였다.

    나. 판결요지
    1) 명예훼손죄에서의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며, 그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을 말하고,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할 때에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입증가능성,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그 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비평하면서 사용한 표현이 겉으로 보기에 증거에 의해 입증 가능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서술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더라도, 글의 집필의도, 논리적 흐름, 서술체계 및 전개방식, 해당 글과 비평의 대상이 된 말 또는 글의 전체적인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평균적인 독자의 관점에서 문제된 부분이 실제로는 비평자의 주관적 의견에 해당하고, 다만 비평자가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이해된다면 명예훼손죄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 위 ①, ②, ③ 부분은 겉으로는 증거에 의해 입증 가능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서술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그 부분만을 놓고 보면 사실의 적시로 오인될 소지가 없지 않으나, 이 사건 책은 피고인이 그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는 것과 같이 식민사관에 대한 비판을 목적으로 집필되었고 시종일관 위와 같은 시각에서 기존 주류사학계의 연구성과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전개되는 점, 위 ①, ②, ③ 부분은 피해자 책의 특정 부분을 인용한 후 그 부분의 논리구조를 설명하거나 피해자 책의 내용을 요약한 다음 이에 대한 피고인의 해석을 제시하고, 여기에 피고인 나름대로의 비판적 평가를 덧붙이는 서술체계를 취하고 있는 점 등과 이 사건 책 및 피해자 책의 전체적인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책을 읽게 될 평균적인 독자의 관점에서 보면 위 ①, ②, ③ 부분은 피고인이 이 사건 책의 다른 부분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과 같은 자료 내지 논증을 근거로 하여 ‘피해자는 임나의 지배주체가 백제라고 주장하였지만 그 밖에는 스에마쓰 야스카즈의 임나일본부설과 일본서기의 내용 대부분을 사실로 받아들였고, 표면적으로는 백제와 야마토 조정이 대등한 관계에 있는 것처럼 기술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백제가 야마토 조정의 속국인 것처럼 묘사하였으므로, 결과적으로 야마토 조정이 한반도 남부를 통치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이 사실이라고 주장한 것과 다름없다’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을 함축적이고 단정적인 문장으로 서술한 것으로서 피고인의 주관적 의견에 해당한다.

     

    비록 위와 같은 피고인의 주장 내지 의견에 대해서는 그 내용의 합리성이나 서술방식의 공정성 등과 관련하여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비판은 가급적 학문적 논쟁과 사상의 자유경쟁 영역에서 다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을 해석하면서 겉으로 드러난 표현방식을 문제 삼아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쉽사리 단정함으로써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함부로 끌어들일 일은 아니다.

    다. 평석


    명예훼손죄는 사실의 적시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사실의 적시의 개념, 사실인가 의견인가의 구분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 사건 판결은 대법원이 확립해온 구분 기준을 적용한 것이다(대법원 1998. 3. 24. 선고 97도2956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7도1220 판결 등 참조).

     

    민사상의 언론소송에서도 ‘사실의 적시’와 ‘의견의 표명’의 구분은 중요하다. 사실의 적시로 인정되면 정정 및 반론보도 청구가 가능하고 손해배상을 통한 구제범위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구분은 쉽지 않은데, 이른바 광우병보도 사건에서도 ○○방송의 고발 프로그램에서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제목으로 ‘개정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서는 광우병 위험물질이 국내에 들어오거나 미국에서 인간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없고 미국 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취지의 보도를 한 부분에 대해, 대법원의 다수의견이 위 보도는 개정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상 결과를 비판하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고 본 반면 소수의견은 이를 사실의 적시로 보기도 하였다(대법원 2011. 9. 2. 선고 2009다52649 전원합의체 판결).


    한편 이 사건 판결에서 대법원이 피고인에 대한 비판이 가급적 학문적 논쟁과 사상의 자유경쟁 영역에서 다루어져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학문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폭넓게 보장되어야 함을 밝힌 것으로, 역사적 사실에 대한 표현행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온 판례의 입장과 맥을 같이한다(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19038 판결,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7다3483 판결 등 참조).

    3.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도15628 판결


    가. 사건개요
    피고인은 종중 관련 분쟁에 대한 민사소송에서 종중 선대의 계보에 관한 사실관계가 민사판결로 확정된 상황에서 소속 종중이 발간주체가 되고, 피고인이 대표집필자로서 책자를 발간해 배포하였는데, 그 내용 중 선대의 계보에 관한 부분이 앞서 확정된 민사판결과 다르다는 이유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피고인의 표현이 사실적시에 해당하여 유죄라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이 사건 책자에서 일부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나 피고인의 주장과 이에 반대되는 다른 종중의 입장과 주장내용, 근거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고, 그간 진행된 민사소송의 경과와 판결 내용에 대해서도 그대로 밝히고 있는 등의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문제된 표현은 결국 피고인의 주관적 의견이나 견해 또는 주장에 해당하고, 다만 이를 강조하거나 달리 표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단정하는 형태로 서술한 것에 불과하여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하였다.

    나. 판결요지
    민사재판에서 법원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는 사실관계에 대하여 처분권주의와 변론주의, 그리고 자유심증주의의 원칙에 따라 신빙성이 있다고 보이는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받아들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민사판결의 사실인정이 항상 진실한 사실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민사판결의 사실인정이 항상 진실한 사실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따라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없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관계 등에 대하여 민사판결을 통하여 어떠한 사실인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후 그와 반대되는 사실의 주장이나 견해의 개진 등을 형법상 명예훼손죄 등에 있어서 ‘허위의 사실 적시’라는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판결에 대한 자유로운 견해 개진과 비판, 토론 등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률해석이 되어 허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 평석
    이 사건 종중 관련 분쟁은 과거의 역사적 사실관계에 관한 것이고, 민사재판에서는 이에 대해 법원이 양측이 제출하는 증거 중 증명력이 높다고 판단한 것을 근거로 사실 인정을 한 것이다. 이 사건 판결은 위 2016도19255 판결에서 본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한 사실의 적시에 관한 법리를 적용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책자에서 관련 민사소송에서 확정된 사실관계와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그 표현이 피고인의 주관적 의견이나 견해 또는 주장에 해당한다고 판시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였고, 공적 기관인 법원의 판결에 대한 자유로운 견해 개진과 비판, 토론도 폭넓게 허용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4.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6도18024 판결


    가. 사건개요
    피고인은 한센인 보호시설인 재단법인 △△△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사실이라고 믿고, 공소외인 명의로 △△△의 한센인 강제추방, 불법부지매각 등 각종 불법행위가 사실인 것처럼 기재된 호소문을 작성하여, 이를 △△△의 임원 선출기관인 □□□□ 회원들 다수에게 우편으로 발송함으로써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고, 1심에서 유죄의 판단을 받았다(피고인은 당초 형법 제307조 제2항의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기소되었다가, 재판 중 형법 제307조 제1항의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공소장이 변경되었다).


    그러나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인 명의로 발송한 이 사건 호소문은 전체적인 취지에 있어 중요한 부분에서 객관적 사실과 합치하거나 피고인에게 그 내용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호소문의 내용 및 발송 상대방 등에 비추어 이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는 명예훼손의 범의가 없거나 형법 제310조에 의하여 그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으로 보아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고,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유지하였다.

    나. 판결요지
    형법 제307조 제1항, 제2항, 제310조의 체계와 문언 및 내용에 의하면, 제307조 제1항의 ‘사실’은 제2항의 ‘허위의 사실’과 반대되는 ‘진실한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에 대치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제307조 제1항의 명예훼손죄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사실인 경우이든 허위의 사실인 경우이든 모두 성립될 수 있고, 특히 적시된 사실이 허위의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행위자에게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에는 제307조 제2항의 명예훼손죄가 아니라 제307조 제1항의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

    다. 평석
    형법 제310조는 “제307조 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제307조 제2항의 ‘허위사실의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그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제307조 제1항의 ‘사실의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그중에서도 적시한 사실이 ‘진실한 사실’인 때에 한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만약 허위의 사실을 진실한 사실로 오인하고 적시한 때에는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결과가 발생하였지만 이른바 사실의 착오로서 형법 제15조 제1항이 적용되어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죄책을 질뿐이다. 대법원은 “형법 제309조 제2항의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그 적시하는 사실이 허위이어야 할 뿐 아니라 범인이 그와 같은 사실이 허위라고 인식을 하여야만 된다 할 것이고, 만일 범인이 그와 같은 사실이 허위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였다면 형법 제309조 제1항의 죄로서 벌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같은 법 제309조 제2항의 죄로서는 벌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4. 10. 28. 선고 94도2186 판결, 대법원 1999. 10. 22. 선고 99도3213 판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고인이 허위성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라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경우에도 형법 제307조 제2항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형법 제307조 제1항이 적용되고, 따라서 형법 제310조에 의한 위법성 조각이 가능함을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우리나라의 명예훼손죄에 대한 처벌규정은 일본과 비슷하고, 반면 영미계에서는 명예훼손을 대체로 형사상 처벌대상이 아닌 민사상 불법행위로 취급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허위사실 적시가 아닌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대하여는 처벌규정을 폐지하자는 논의가 있으나, 이는 명예훼손죄 처벌규정과 법리의 큰 틀을 변경하는 작업일 뿐 아니라 피해자의 보호라는 측면에서도 과연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충분할지 의문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5. 그 밖의 대법원 판결

     가.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5다56413 판결
    원고는 중증장애인재활원(이하 ‘재활원’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사람이고, 피고는 지역방송사인데, 피고가 정규뉴스방송에서 21회에 걸쳐 재활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를 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언론보도의 진실성이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에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고, 일부 특정한 사실관계를 압축, 강조하거나 다소의 수사적 과장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아 보도내용의 중요부분이 진실에 합치한다면 그 보도의 진실성은 인정된다는(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다2275 판결 등 참조)는 기존의 법리를 적용하여, 원심이 허위로 인정한 일부 사실관계에 대하여도 그것이 다소 과장된 표현이거나 그 중요부분이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하였다.

    나.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다256374, 2015다256381(병합) 판결
    원고가 종합편성방송사인 피고를 상대로 정정보도 등을 청구하여 보도의 진실성이 문제된 사안에서 원심이 원고가 취급한 닭고기의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피고가 보도한 내용이 허위라고 판단하였는데, 대법원은 위 2015다56413 판결의 법리를 적용하여 피고의 사실 적시 부분에 일부 허위나 과장 여부가 문제될 수 있으나,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라는 부분은 진실하지 아니하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였다.

    다. 대법원 2017. 6. 15. 선고 2013두2945 판결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의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자신들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되자 이를 이유로 관할 구청장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 줄 것을 신청하였으나 구청장이 이를 거부 통지를 한 사안에서,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민등록번호가 불법 유출된 경우 개인의 사생활뿐만 아니라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나 재산에 대한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고, 유출된 주민등록번호가 다른 개인정보와 연계되어 각종 광고 마케팅이나 사기,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악용되는 등 사회적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점, 반면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경우 피해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권리구제방법이 없음에도 주민등록법 상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규정이 없는 점, 피해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국민의 기본권 보장, 국가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보완해야 할 의무 등을 종합하여, 조리상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을 요구할 신청권을 인정함이 타당하고, 구청장의 주민등록번호 변경신청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 판결은 개인의 중요한 정보인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경우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행사로 인격권 침해를 막을 수 있는 구제수단을 인정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6. 헌법재판소 2017. 6. 29. 선고 2015헌바243 전원재판부 결정


    가. 사건개요
    청구인은 ‘여자화장실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하여 소변을 보고 있는 피해자 모습을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는 범죄사실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자 그 처벌조항인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제13조 제1항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나, 헌법재판소는 위 조항 중 심판대상인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반대의견 있음).

    나. 결정요지
    1)심판대상조항은 최근 사회적으로 물의가 되고 있는 ‘몰래카메라’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자신의 신체를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 등 인격권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의 급격한 기술발전에 따라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피해자가 입는 피해는 매우 심각하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과태료 등은 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대체수단으로 볼 수 없다.


    2) 심판대상조항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촬영행위만을 처벌하고 있고,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은 법원이 제시한 해석기준에 따라 엄격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인정되며, 촬영대상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에는 처벌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처벌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3) 심판대상조항으로 행위자는 구성요건의 엄격한 해석 하에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받는 데 반하여, 이를 통해 피해자 개인의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를 보호하고 사회일반의 건전한 성적 풍속 및 성도덕을 보호하며 공공의 혐오감과 불쾌감을 방지할 수 있으므로, 결국 보호하여야 할 공익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다. 해설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유,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날로 흉포화, 지능화되어 가는 성폭력범죄에 대하여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장하고 건강한 사회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성폭력처벌법의 입법취지, 심판대상조항이 피해자의 ‘자신의 신체를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 등 인격권침해의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심판대상조항을 두어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를 형사처벌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행위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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