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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혼모가 자신의 성(姓)으로 키우던 아기, 父가 인지하면…

    이장호 기자 jangho@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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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홀로 자녀를 출산해 자신의 성(姓)을 따라 아이 이름을 짓고 키우는 미혼모와 그 자녀의 정체성과 법적 생활의 안정을 위해 '부성주의(父姓主義)' 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781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혼모가 자신의 성에 따라 아이 이름을 짓고 키우다 자녀의 친부가 인지를 하게 되면 부성주의 원칙에 따라 자동으로 아이의 성이 친부의 성을 따라 바뀌기 때문이다. 부모가 협의를 하면 이전 성을 그대로 쓸 수 있지만, 법률비전문가인 미혼모로서는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해 친부의 인지 후 아이의 성이 바뀐 뒤에야 뒤늦게 부랴부랴 법원에 아이의 성본변경 허가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친모인 미혼모 등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이 같은 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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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지만 하면 아빠 성(姓)으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키우고 있는 30대 미혼모 A씨도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 아빠인 B씨는 A씨가 임신하자 "나는 모르겠다"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생명을 지울 수 없었던 A씨는 홀로 아이를 낳아 키웠다. 아들의 이름을 짓고 출생신고를 하면서 A씨는 아이에게 자신의 성을 쓰도록 했다. 그러나 홀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A씨는 B씨에게 양육비라도 받기 위해 법원에 인지소송과 함께 양육비 청구소송을 냈다. 소송 결과 아이는 B씨의 친생자로 인정됐지만, 인지소송 승소의 결과로 아이의 성이 자동으로 친부인 B씨의 성을 따라 자동으로 변경된 것이다. A씨가 소송을 내면서 아들의 성을 그대로 유지하게 해달라고 신청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A씨는 아들이 태어나 10년 넘게 쓰던 성이 바뀌어 혼란스러워 한다며 B씨를 찾아가 이전 자신의 성을 그대로 따라 쓸 수 있도록 합의해 달라고 했지만, B씨는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무시했다. 결국 A씨는 아이의 성본 변경을 위해 법원을 다시 찾아야 했고, 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A씨의 아들은 B씨 성으로 살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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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혼모 C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C씨 역시 양육비를 받기 위해 인지소송을 냈지만, 승소하면 아이의 성이 자동으로 아이 아빠의 성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인지소송을 낼 때 미리 아이의 성을 기존과 같이 자신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신청해야 한다는 사실도 몰랐다. 다행히 C씨는 아이의 성을 되돌리기 위해 소송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아이 아빠를 거듭 찾아가 아이가 이전 성을 쓸 수 있도록 합의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해야 했다.

     

    부모가 아이의 姓 합의 못하면

    자동적 父의 姓으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인 오영나 법무사는 "인지소송을 진행하면서 청구취지에 종전의 성(엄마 성)을 그대로 사용하게 해달라고 적으면 거의 대부분 엄마 성을 그대로 사용하라는 판결이 나오지만, 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인 미혼모가 이를 잘 알지 못해 이 같은 청구취지를 누락한 채 그대로 인지소송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며 "인지소송 결과가 나온 뒤에야 아이의 성이 바뀐 사실을 알고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부성주의' 규정한 민법 제781조 때문= 이 같은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우리 민법이 '부성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의 성과 본에 관한 규정인 민법 제781조는 1항에서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규정해 원칙적으로 자녀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또 같은 조 5항은 '혼인외의 출생자가 인지된 경우 자는 부모의 협의에 따라 종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부모가 협의할 수 없거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종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지소송 과정에서 부모가 아이의 성을 협의해 엄마 성을 따르기로 합의했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런 협의 자체가 없었던 때에는 부성주의 원칙에 따라 아이의 성이 아버지의 성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엄마들 뒤늦게 알고

    부랴부랴 법원에 姓 변경 신청

     

    이에 따라 아이의 성이 아버지의 성을 따라 바뀌게 되면 이를 되돌리기 위해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미혼모 등 아이 엄마가 아빠를 만나 종전 성을 쓰게 해 달라고 부탁해 합의를 이루거나, 법원에 아이의 성을 종전과 같이 되돌려 달라고 성본변경허가신청을 내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법률가가 아닌 일반인 입장에서는 복잡하고 번거로운 절차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또 수개월이 걸린다. 그 기간 동안 아이는 자신의 성이 바뀐 이유를 놓고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친부가 인지하더라도 종전 성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전문가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녀의 성을 부모 협의로 정하는 것으로 바꾸거나 적어도 혼외자 인지 과정에서만이라도 아이가 종전의 성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부모 협의나 법원의 허가를 통해 친부의 성으로 바꿀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것이 자녀의 정체성은 물론 법적 안정성에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한국젠더법학회 회장인 신옥주 전북대 로스쿨 교수는 "민법 제781조 1항이 규정하고 있는 부성주의 원칙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36조 1항에 반해 위헌"이라며 "자녀의 성은 부모의 합의를 원칙으로 정해지는 것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렇게 개정된다면 인지 후 자녀 성의 결정도 부모 합의가 원칙이 될 것이므로 양육모와 자녀의 복리가 고려되는 성의 변경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는 자신의姓 바뀐 이유 놓고

    정체성 큰 혼란

     

    국회에도 현재 관련 개정안이 계류돼 있지만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대표발의한 민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개정안은 민법 제781조 5항을 개정해 혼인외 출생자가 인지된 경우 자는 부모 협의에 따라 종전의 성과 본 또는 부의 성과 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부모가 협의를 할 수 없거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종전의 성과 본을 사용하되, 법원의 허가를 받아 부의 성과 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민법상 父姓主義 원칙, 인간존엄·양성평등에 반해"

    "자녀의 姓결정은 부모 합의를 원칙으로 바뀌어야"

    국회 민법 일부개정안 계류… 활발한 개선 논의 기대

     

    배인구(50·사법연수원 25기)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자녀가 아주 어린 나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학교생활이나 교우관계를 형성할 정도로 자란 경우 친부의 인지로 성이 바뀌어 동일성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면 자녀 복리에 반할 우려가 크다"며 "부모 협의가 안되더라도 원칙적으로 종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하되 법원의 허가를 받아 부의 성과 본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인지로 인한 성과 본 변경의 불편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도 "현실적으로 민법 제781조 1항의 개정이 어렵다면 5항이라도 개정해 혼인외의 출생자가 인지된 경우 자는 원칙적으로 종전의 성을 사용하며, 부모의 합의에 따라 부의 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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