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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변호사 5000명 시대… 아직도 못 깬 ‘유리천장’

    이순규 기자 soonlee@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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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호사 4명 가운데 1명은 여성일 정도로 여성 법조인의 수가 최근 크게 늘었지만 법조계의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리천장은 여성이 조직 내 일정 서열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표현하는 말이다. 각종 차별과 인권 침해를 감시하고 국민의 권리를 구제하는 법률전문가 집단에서도 여성은 결혼과 임신·출산·육아는 물론 고용주의 선입견 등으로 남성에 비해 취업과 승진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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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변호사 비율 25%… 성차별은 여전= 권혜원 동덕여대 경영학과 교수(제1저자)와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교신저자)는 최근 한국여성학에 게재한 '여성변호사 경력구축 과정에서의 젠더불평등' 논문에서 "중·대형 로펌과 법률사무소, 대기업, 시민단체 등에 재직중인 1~6년차 여성 변호사 6명과 남성 변호사 5명 등을 대상으로 집단면접을 한 결과 참여자들은 변호사라는 직업을 남성에게 이상적인 직업으로서 젠더화하는 과정이 채용과정 뿐만 아니라 인사와 업무 전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여성들이 조직 내에서 남성과 동일한 수준의 성취를 이루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했다"고 밝혔다.

     

    이어 "면접 참여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접대와 술자리를 비롯해 클라이언트와의 밀도 높은 네트워킹이 요구되는 업무는 특성상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전제하고 업무 분배 과정에서 차별의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며 "여성 변호사들에게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자문이나 루틴한 변론' 등 여성적 업무는 종종 덜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반면 남성에게 주로 배당되는 대(對)기업, 경제 관련 사안 등 '터프'한 업무는 고강도의 업무 집중력과 인간관계 및 네트워킹 기술을 요구하므로 더 가치 있고 도전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더 가치 있고 도전적이며 기업의 입장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로부터 여성들이 배제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이 같은 업무 배치는 다시 여성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승진·임금 등에서의 낮은 보상으로 귀결될 가능성을 높이는 2차적 성별 분리의 과정으로 진행된다"고 분석했다.

     

    "채용 등 인사업무서 남성과 동일수준 힘들다" 토로

    네트워킹 높은 업무는 여성 배제… 차별적 관행 여전

     

    이들은 또 여성 변호사가 최근 급증하고 있지만 차별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 등은 "여성의 법조계 및 변호사 직종으로의 진출은 지난 10여년간 양적으로 크게 증가했다"며 "지난 6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2015년 기준 전체 법조인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4.1%로 2000년 불과 3.1%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약 8배 늘었으며 변호사 직종으로 좁혀보면 여성 비율은 2000년 2.3%에서 2015년 23.2%로 10배 정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한변호사협회가 주최한 '2016년 여성변호사 채용 및 근무실태 조사 결과 보고' 토론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변협에 등록된 여성변호사는 5128명으로 전체 변호사 2만550명 가운데 25%를 차지했다"며 "특히 여성변호사의 71.5%에 달하는 3666명이 2011년 이후 최근 5년간 등록한 것으로 나타나 최근 여성 변호사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실제 여성 변호사들은 로펌 내에서 남성과 동등한 경력성취의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여전히) 승진 등에 있어서도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여성변호사의 77.1%가 '진급과 승진에서 남성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응답한 (2016년 토론회 당시) 대한변협의 조사결과가 이를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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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혜원 교수(왼쪽, 동덕여대 경영학과), 권현지 교수(오른쪽, 서울대 사회학과)

     

    ◇ 대형로펌 지분파트너 여성 비율 10%도 안돼= 승진 등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통계는 또 있다. 바로 국내 주요 대형로펌의 지분파트너(EP, Equity Partner) 비율이다. EP는 소속 로펌의 지분을 갖고 경영에 관여하고 어쏘변호사와 워킹파트너들을 거느리고 사건을 수임·총괄하며 업무를 진두지휘하기 때문에 '로펌의 꽃'으로 불린다. 법원의 고등법원 부장판사, 검찰의 검사장에 비견되는 위치다.

     

    그런데 본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형로펌 EP 가운데 여성 비율은 10%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과 화우, 바른, 대륙아주, 동인, 로고스는 10% 미만이었다. 여성 EP가 단 1명도 없는 대형로펌도 2곳이나 있었다. 여성 EP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충정으로 21% 수준이었고, 지평이 15.5%, 광장 14.6%로 뒤를 이었다. 태평양과 율촌은 10%가량이었다. 

     

    낮은 보상에 귀결되는 2차적 성 분리 과정으로 진행

    '이상적 변호사'는 늘 업무태세의 '고몰입 워크홀릭'

     

    이 때문에 여성 변호사 승진은 유리천장이 아니라 '방탄 천장'이 막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로펌에서는 여성다움을 버려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 전설처럼 존재한다"며 "로펌들도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춰 일·가정 양립 등을 위해 여성 변호사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로펌 변호사도 "로펌이 여성 변호사들에게 좀 더 유연하고 상생적인 해결책과 동기 부여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안과 밖에서 힘든 역할을 감내해야만 하는 여성 변호사들은 결국 어느 시점이 되면 개업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로펌 입장에서도 어렵게 키워 낸 훌륭한 인재들을 잃게 되는 것은 매우 불행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 이상적 변호사는 '남성?'= 권 교수 등은 결국 가사와 육아로부터 면제되는 남성이 '이상적 변호사(24시간 대기태세를 갖추고 언제라도 밤을 새거나 늦은 시간까지 업무에 고도로 몰입하는 워커홀릭 유형)'상(象)에 부합해 여성에 비해 성과와 지위 획득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변호사 업무의 특성상 출산휴가 3개월의 공백기가 상당한 경력 패널티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공백기간만큼 본인이 담당하는 사건도 줄어들게 되므로 결국 평가에 있어 불이익을 받게 되고 파트너 변호사와의 관계를 복원해 새로운 일을 배정받는 데에도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남성의 경우 출산 관련 휴일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용과정에서 여성이라면 무조건 언젠가는 아이를 낳고 키울 것이라고 자동적으로 전제하며, 여성의 역량과 조직몰입의 잠재성에 대해 선험적인 저(低)평가를 적용하는 관행이 재생산되고 있다"며 "상당수의 로펌은 결혼과 출산 후 모성(母性)역할을 우선에 놓게 될 여성은 이상적인 변호사 상에 부합하기 힘들다는 규범적 판단을 내림으로써 채용과 승진 관행의 차별을 정당화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여성에 대해 무조건 육아 전제 선험적 저평가 적용

    "여성다움 버려야 로펌서 성공"… 전설처럼 떠돌아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지난해 1월 회원 105명을 상대로 실시한 일·가정 양립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변호사들은 육아휴직 사용을 주저하는 이유로 '육아휴직 사용을 꺼리는 회사 분위기(31.6%)'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고용불안정성(22.8%)', '인사상의 불이익(19.9%)'을 들었다. '회사 내 대체인력 부족에 따른 미안함'을 선택한 경우도 16.9%에 달했다. 

     

    한 대형로펌의 여성 변호사는 "겉으로 드러나는 명시적인 차별이 존재한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육아휴직은 물론 출산휴가를 가는 것마저 눈치를 봐야 하는 은근하고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로펌 조직 문화 자체가 장시간 근로를 당연시하다보니 가사나 육아 등을 전담해주는 아내가 있는 남성 변호사가 좋은 평가를 받는데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산과 육아 등의 문제는 이미 개인이나 개별 가정만의 문제가 아닌데도, 직장이나 사회 현실 내에서는 여전히 여성에게 대부분의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다"며 "이는 출발점이 다른 경주를 하라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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