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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홀로 출산’ 미혼모 아기, 건강관리에 ‘구멍’

    의사 증명서 없어 법원에 유전자 검사 결과 제출하고 출생확인 받아야

    이장호 기자 jangho@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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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월 월세방에서 혼자서 아기를 낳은 미혼모 A씨는 몸을 제대로 추스리지도 못한 채 아이의 병원비 때문에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출산 직후 아기가 폐렴에 걸려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임신 사실을 친정에 알리기도 어렵고 아기 아빠와는 연락이 두절된데다 경제적 형편이 좋지 못했던 A씨는 병원에 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출산했다. 혼자 가위를 소독해 탯줄을 잘랐다. 다행히 아이는 무사했지만 출생신고가 문제였다. 현행법상 출생신고를 하려면 의사나 조산사가 작성한 출생증명서가 있어야 하는데,A씨처럼 혼자 출산하는 경우에는 증명서를 받을 수 없어 법원에 아이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제출하고 출생확인을 받아야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법원 확인을 거쳐 출생신고를 하는 데 통상 3개월이 소요된다. 그런데 법원의 확인을 기다리던 중 아이가 갑작스레 폐렴에 걸렸다. 병원 등에서 태어나 출생증명서를 받으면 출생신고 전까지 'OO부모의 아기'라는 이름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지만, A씨의 아기는 법원의 확인을 거쳐 출생신고가 이뤄질 때까지 A씨의 아이라는 점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했다. A씨는 결국 12일 동안 아기 입원치료비로 400여만원나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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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어려운 사정으로 집에서 혼자 출산하는 미혼모와 그 신생아들이 법원의 허가를 거쳐 출생신고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상당기간 건강보험 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4항은 '출생신고서에는 의사나 조산사가 작성한 출생증명서를 첨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44조의2는 '출생증명서 또는 서면을 첨부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출생확인을 받고 그 확인서를 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출생의 신고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출생신고를 하려면 의사나 조산사 외 분만에 관여한 사람이 작성한 출생증명서만 있으면 출생신고가 가능해, 집에서 의사나 조산사 도움 없이 출산을 하게 되는 경우에도 지인 2명의 보증만 있으면 출생신고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허위 출생신고로 전과자가 신분세탁을 하거나 불법적으로 국적을 취득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자 정부는 2016년 5월 출생증명서 작성 주체를 의사나 조산사로 제한하고 출생증명서가 없을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출생확인을 받아야만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했다.

     

    법원 확인 거쳐 출생신고 하는데

    통상 3개월… '건강보험' 혜택 못 받아

     

    그런데 이때문에 임산부가 집에서 나홀로 출산한 신생아는 바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게돼 예상치 못한 보호의 사각지대가 생기게 된 것이다.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기 위해 병원 등에서 유전자 검사 결과 확인서를 받으려면 1주일 정도 걸리고 법원에서 출생확인을 받는데도 보통 석달 정도가 소요된다. 간단한 예방접종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임시번호를 부여 받아 건강보험을 적용 받을 수 있지만, 다른 의료비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병원에서 누구의 아기라고 건강보험 신청이 들어오면 원칙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해준다"고 설명했지만, 문제는 나홀로 출산 미혼모의 경우 누구의 아기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출생증명서가 없고, 나홀로 출산의 아기가 병원에 오는 특이한 경우가 많지 않아 명확한 지침도 없어 병원에서도 건강보험 신청을 꺼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산모들 아기 병원비에 이중고

    진료 받을 수 있게 관련규정 개정해야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인 오영나 법무사는 "병원 출산 아동과 나홀로 출산 아동 간에 출생 신고 전 건강보험 적용에서 차이를 두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을뿐만 아니라, '아동은 신체적·정신적 미성숙으로 인하여 출생전후를 막론하고 적절한 법적 보호를 포함한 특별한 보호와 배려를 필요로 한다'는 UN아동권리협약에도 어긋난다"며 "모든 아동이 의료서비스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고 미혼모의 자녀가 배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 확인서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한 즉시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토록 하는 한편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적용을 지원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여성법무사회 법률구조지원 사업으로 A씨의 아기 출생신고를 도운 곽경옥 법무사는 "미혼모의 경우 부정적인 사회 인식 때문에 임신 사실을 떳떳하게 내놓지 못하고 끙끙 앓다 혼자 출산하는 경우가 있다"며 "미혼모들이 정기적으로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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