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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 여성, '절반 이상' 성폭력 피해 경험"

    한국여성변호사회, '전문직 여성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마련' 심포지엄

    강한 기자 strong@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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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호사·회계사·의사 등 전문직 여성의 절반 이상이 직장에서 직·간접적으로 성희롱 피해를 겪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문직 여성 상당수는 직장 상사가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하거나 카메라를 이용해 몰래 신체를 촬영한 경우에도 보복과 불이익을 우려해 항의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지배적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은 전문직 여성도 직장에서 언어적 성희롱과 성폭력에 이르는 다양한 성적 침해를 당하고 있고, 피해사실이 알려졌을 때 입을 불이익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숨기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전문직군(群) 특유의 폐쇄적이고 남성중심적인 특성 및 구성원의 인식구조에서 비롯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강도 높은 구조개혁과 2차피해 방지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조현욱)는 5일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전문직 여성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마련'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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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변회는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불거진 '검찰 내 성범죄 은폐 의혹' 사건과 이후 이어진 미투 운동을 계기로 민간영역의 전문직 여성들이 직장 내에서 겪는 성희롱·성폭력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대책을 모색하기 지난 5개월간 여성가족부 및 여성 전문직 단체들과 함께 변호사·의료인·언론인·교수·회계사 등 5개 직군 전문직 여성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1015명)와 심층면담(50명)을 진행했다. 

     

    설문 대상자는 변호사 373명(36.74%), 의료인 223명(21.97%), 언론인 220명(21.67%), 교수 65명(6.4%), 회계사 64명(6.3%), 직종 미기재 및 기타(건축사·법무사·비서 등) 70명(6.89%) 등으로 구성됐다. 심층면담은 직군별 각 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공무원인 판사·검사는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직 여성의 53.3%(541명)가 직장에서 상대방이 외모·옷차림·몸매 등을 성적으로 희롱·비하 하거나 평가하는 행위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방으로부터 면전에서 음담패설을 듣거나 피해를 전해들은 응답자도 53.2%(540명)에 달했다. 이같은 피해를 직접 당했다고 응답한 전문직 여성은 각각 23%(234명), 26.5%(269명)으로 나타났다. 

     

    21명(2%)의 전문직 여성은 직장 상사나 동료가 강제로 성행위 또는 유사성행위를 자신에게 했거나 시도했다고 답했다. 또 111명(10.9%)의 응답자는 이같은 행위를 직접 목격했거나 직장에서 전해들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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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방이 성기를 노출하거나 스스로 만지는 행위를 했다는 응답(103명)과 카메라 등을 이용해 신체일부를 몰래 촬영하는 행위를 직접 겪었거나 전해들었다는 응답자(103명)도 상당수였다. 

     

    전문직 여성들은 상대방이 성적인 이야기 또는 음담패설을 하거나(540명), 고의로 신체 부위를 건드리는 행위(497명), 러브샷을 강요(482명) 하거나, 안마·입맞춤 등 부당한 성적 요구를 하는 행위(410명)도 성희롱·성폭력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본인이나 주변 인물이 직장 동료나 클라이언트로부터 음란물을 업무공간에 공공연히 전시하거나, 피해자의 핸드폰 등으로 전송하는 행위를 당했다고 답한 응답자도 186명에 달했다. 184명의 응답자는 상대방이 집이나 모텔 등으로 유인하거나, 귀가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를 본인이나 주변 인물이 당했다고 답했다.

     

    반면 이같은 성희롱·성폭력 행위에 대해 응답자 10명 중 7명(70.37%)은 모른척 하거나 웃어넘기는 방식으로 회피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모르는 척하거나 슬쩍 자리를 피했다는 응답이 270명(28.96%) △농담으로 웃어넘기거나 분위기에 동조하는 척 했다는 응답이 206명(22.10%) △별다른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180명(19.31%)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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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간접적으로 불쾌하다는 표시를 하거나, 적극적으로 불쾌하다는 표시를 했다는 응답자는 각각 179명(19.20%), 77명(8.26%)에 그쳤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당황했거나 분위기를 깰까봐 주저했다는 응답이 321명(46.31%)으로 가장 많았지만 △업무상 불이익 우려(17.46%) △상대방과의 관계가 서먹해질 것을 우려(16.30%) △적극적으로 대응해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판단(11.25%) △고용상 또는 계약상 불이익을 염려해서(6.34%) 등의 응답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 성폭력 피해 이후 문제 제기를 한 328명 가운데 10%(33명)가량은 '업무상 부당 대우'를 겪었다고 답했으며, 악의적 소문이나 따돌림에 노출됐다는 경우도 14.6%에 달했다. '문제 제기 후 아무런 불이익을 입지 않았다'는 응답자는 38.7%에 그쳤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전문직 여성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대책 제안'을 주제로 발표한 임유정(36·44기) 변호사는 "면담 대상자 대부분이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단체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구하지 않았다"며 "(당사자들은) 구조적 문제로 인해 실질적 도움을 받거나 문제가 해결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나 민간사업장에도 '고충상담원' 등 보직을 두고, 성희롱 성폭력 사안을 처리할 때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며 "제도적으로는 동일 직종 종사자들이 속한 단체에 신고센터를 둬 자율적으로 징계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강화 △가해자 엄벌 △피해자 보호 및 사후관리 조치 △사업주 또는 대표자에 대한 징벌적 배상 도입 △수사기관의 전문성 확보 등의 구체적 대안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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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자로 나선 최혜령 국가인권위원회 성차별시정팀장은 "우리 사회에는 변호사·기자 등 전문직 여성의 경우 직장내 성희롱·성폭력에서 좀 더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올해 초 서지현 검사의 폭로 등을 통해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며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전문직 여성들이 피해사실이 알려졌을 때 입게 되는 불이익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숨기고 있는 현실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 법무부 소속기관 및 검찰청에 근무하고 있는 여성직원 8000여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여성 검사 약 70%와 여성직원 약 65%가 피해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부분 피해자를 탓하거나 행실을 문제삼는 분위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다"며 "직장내 성희롱·성폭력은 여성 또는 남성에게 적대적이고 모욕적인 노동환경을 조성하고 고용상 불이익을 초래하는 노동권의 위협을 넘어, 인간 존엄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이날 홍지혜(36·사법연수원 44기) 변호사와 신현영 한국여자의사회 법제이사, 서지희 한국공인회계사회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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