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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송곡에 팝송까지… 서초동 법조타운 소음공해 ‘심각’

    박미영 기자 mypar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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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을 기점으로 격화된 서초동 법조타운 일대의 집회·시위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 등으로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소음피해 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대법원과 대검찰청 등 법원, 검찰청은 물론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법조인과 직원들, 인근 학원으로 강의를 들으러 오는 학생들까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전직 사법부 수장 등의 사진에 수의(囚衣)나 동물 그림을 합성해 비하하는 내용의 사진 등이 들어간 각종 불법 현수막까지 법원, 검찰 청사 인근 법조타운 거리를 종종 도배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지만 감독 관청인 구청이나 경찰 등은 손을 쓰지 못하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서초동 검찰청사 인근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위와 관련한 소음을 측정했다. 대법원과 대검을 길 하나를 두고 나란히 서 있는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청사 입구 주변에서 벌써 수개월째 시위가 이어지며 소음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위 주최 측은 확성기를 통해 지속적으로 음악 등을 틀어놓고 있는데, 팝송과 군가, 장송곡 등이 큰 소리로 울려퍼지고 있다. 

     

    한 검사는 "장송곡이 나올 때에는 나도 모르게 기운이 빠져 일을 손에 잡기가 어려워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며 "중간중간 나오는 시위 내용 음성은 하도 들어 내용을 외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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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동 서울고검 서문 옆 길가를 따라 각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빼곡히 걸려있다.

      

    이런 소음은 서울고·지검은 물론 길 건너에 있는 대검과 대법원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한 대법관은 "인근에서 시위하시는 분들이 노래를 크게 틀어놓아 차분하게 일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소음피해가 이처럼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뾰족한 대응책은 없는 실정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소음 측정을 했지만 법률이 정한 소음 기준치를 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주거 및 학교지역의 경우 주간 65db(데시벨), 야간 60db, 그 외의 지역은 주간 75db, 야간 65db 이하를 집회·시위 관련 소음 제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검찰청사 인근 등 법조타운은 대부분 주거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소음 허용 범위가 더 넓은 셈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매일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며 "이런 상황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으니 가뜩이나 좋지 않은 분위기가 더욱 어수선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시위·집회 1년 넘게 지속…

    참가자 보다 앰프 소리만 요란


    가로수 사이 등에 도배된 현수막도 문제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현수막을 설치하려면 구청에 신고하고 정해진 게시 장소에 일정 규격의 현수막만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구청이나 경찰에 따르면 이런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걸리는 현수막은 드물다. 그런데도 구청이나 경찰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법조타운을 관할하는 서초구청 관계자는 "사전신고를 거쳐 열리는 집회나 시위는 경찰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현수막 등도 경찰이 관할하는 부분"이라며 "시위와 관련한 소음 문제도 관할 경찰서 지구대 등에서 단속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리에 현수막이 무질서하게 걸려있어 보행이나 교통에 방해가 된다는 민원이 접수된다면 구청이 현수막의 위치를 조정하게 하거나 철거 요구 등을 할 수 있지만 그런 민원이 없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나가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도 책임을 미루기는 마찬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현수막 관리는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단체 소관"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구청이 단속해야하는 것이고, 경찰은 단속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엄격하게 따지자면 길가에 걸려있는 대부분의 현수막이 불법인 경우가 많은데 어떤 것은 철거하고 어떤 것은 놔두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서초동에 걸려있는 현수막은 정치적인 것들이 많아 쉽사리 개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가로수 사이 불법설치 현수막도…

    구청·경찰, 사실상 방치


    구청과 경찰 등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헌법재판소 결정도 거론된다. 

     

    지난 7월 헌재는 대법원 인근에서 집회를 한 혐의로 기소된 A씨가 각급 법원 경계지점 100m 이내에서 옥외집회나 시위를 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 등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8헌바137)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법원 인근에서의 집회라 할지라도 사법행정과 관련된 의사표시 전달을 목적으로 한 집회 등 법관의 독립이나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는 경우도 있다"면서 "입법자로서는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완화될 수 있도록 법원 인근의 집회·시위가 허용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었다.

     

    한 변호사는 "적법한 집회나 시위 등에 대해서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하지만, 근거나 이유 없이 주장만 있는 시위가 몇 달째 계속되고 있고 이로 인한 소음 등 관련 피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관계기관이 손을 놓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국민청원 등 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주장을 효과적으로 펼 수 있는 다른 방법도 많은데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원, 검찰 등 국가기관의 공무나 변호사 등의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정도의 시위까지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 판사는 "법원에는 사건 관계인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이 견학을 오는 경우도 많다"며 "시위하는 분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견학 온 학생들이 사법부를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어지럽게 나붙은 것을 보고 뭐라고 생각하겠는가"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외국에서도 공공기관 인근의 집회나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대다수의 국가들은 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부합하고 공공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향으로 집회나 시위가 이뤄지도록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공무수행에 지장 주는 시위까지

    방치하는게 맞는지 의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질서의 조화를 위한 형사정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공적 장소에서의 집회를 위해서는 사전 허가를 요구하고 있다. 또 미국 다수의 도시들은 집회나 시위 목적으로 도로, 공원 등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집회 주최자에게 관련 보험 가입 또는 도시에 대한 배상을 약속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최근 악질화·교묘화 되고 있는 우익단체 등의 가두선전활동에 대해서는 국회의사당이나 외국공관 등 주변지역의 정온(靜穩) 유지에 관한 법률이나 경범죄법, 그리고 이른바 폭소음규제조례 등에 근거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3월 군부대 이전에 반발해 부대 앞에서 한달 가까이 장송곡을 시끄럽게 틀어 장병들에게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준 혐의(공무집행방해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상해)로 기소된 주민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사례가 있다. 당시 이 사건을 심리한 전주지법은 "장기간에 걸쳐 고성능 확성기로 장송곡을 튼 행위는 상대방의 청각기관을 직접 자극해 육체·정신적 고통을 주는 유형력의 행사로서 폭행에 해당한다"며 "장병 등이 겪은 급성 스트레스와 이명 등의 질병은 소음 시위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집시법상 소음기준을 준수했더라도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고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 여부도 집시법 규제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위가 합리적 의사전달 행위를 넘어섰고, 피고인들이 자신들이 발생시킨 소음으로 상대방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하면 공무집행방해와 상해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야간에도 확성기를 통해 주로 장송곡을 반복 재생했고 공무집행방해 기간이 길며 이로 인해 급성 스트레스 등 피해자인 장병들의 정서적 불안이나 정신적 고통이 가중돼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집단의 힘으로 주장을 관철하고자 하는 것이 집회나 시위의 본질인데, 정작 시위 등에 참여하는 인원보다 고통을 주는 소리만 요란하니 본말이 전도됐다"며 "하루빨리 서초동에 평화가 오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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