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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첫 형사재판 ‘원격 영상 증인신문’

    서울거주 여고생 피해자 안동지원 증인 출석 부담

    남가언 기자 ganiii@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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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사상 처음으로 형사재판에서 '원격 영상 증인신문'이 실시돼 법조계가 주목하고 있다. 민사소송과 달리 형사소송에는 원격 영상 신문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지금까지 한번도 이 같은 방식의 신문이 이뤄진 적이 없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형사재판에서 원격 영상 증인신문이 확대된다면 사건관계인들의 편의가 크게 증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형사부(재판장 박찬석 부장판사)는 지난 4일 안동지원과 서울의 한 법원을 전산망으로 연결해 서울 법원에 출석한 증인을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신문했다. 이 사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으로, 성매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법정에서 "대가관계가 없었다"고 주장, 피해자를 증인으로 소환해 신문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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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부는 당초 피해자를 안동지원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었지만 난관에 부딪혔다. 피해자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여고생이었는데, 부모가 생업 등의 사정으로 딸과 함께 안동지원까지 가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피해자 또한 자칫 피고인과 마주칠 수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해결책을 고민하던 박 부장판사는 안동지원 법관들이 한 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형사소송법 제165조 및 제165조의2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이 사건에 적용하면 어떨지 물었다. 

     

    법관들 형소법 제165조 등 검토

     ‘영상 신문’ 실시

     

    형소법 제165조는 '법원은 증인의 연령, 직업, 건강상태 기타의 사정을 고려하여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묻고 법정 외에 소환하거나 현재지에서 신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165조의2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성매매 사건의 대상인 아동이나 청소년 또는 피해자 등을 증인으로 신문하는 경우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중계시설을 통해 신문하거나 차폐(遮蔽)시설 등을 설치하고 신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범죄의 성질, 증인의 연령, 심신의 상태, 피고인과의 관계, 그 밖의 사정으로 인해 피고인 등과 대면해 진술하는 경우 심리적인 부담으로 정신의 평온을 현저하게 잃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도 중계시설 등을 통한 신문을 허용한다.

     

    법관들은 논의 끝에 형소법의 두 조항이 원격지 증인에 대해 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증인신문을 배제하고 있지 않은 점, 두 조항이 해석상 △증인의 사정을 고려해 안동지원이 증인의 현재지에서 신문하는 방법 △증인의 피고인 대면을 피하기 위해 안동지원이 중계 장치로 신문하는 방법 △서울 소재 법원이 증인의 현재지에서 증인신문을 하는 방법을 병렬적으로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원격 영상 증인신문이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박 부장판사는 검사와 변호인, 피고인의 동의를 얻어 공판 당일 법정 스크린에 서울 소재 법원에 나와 있는 증인의 모습을 생중계 하면서 실시간으로 신문했다. 신문은 주신문과 반대신문, 재신문까지 약 50분가량 진행됐다. 법정에 출석해 대면 진술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박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에는 '피고인의 절차적 권리보장'이라는 형소법의 취지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원이 관련 법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며 "원격 영상 증인신문을 실제로 해보니, 대법원 전산정보관리국의 기술적 도움으로 화질도 좋았고 실시간으로 신문을 하는데 딱히 불편한 점 없이 실제 법정에서 이뤄지는 재판과 동일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증인과 동행하며 원격 영상 신문 과정을 도운 증인지원관도 "특히 성범죄에서 매우 유익한 제도라고 느꼈다"며 "피해자가 피고인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증언할 수 있다는 점에서 2차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증인의 심리적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법조계

    “2차 피해 방지·증인의

    심리적 부담도 해소”

     

    법조계도 이번 원격 영상 증인신문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피고인의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실체적 진실발견은 물론 피해자 보호 등 형소법이 추구하는 여러 가치들을 조화롭게 실현했다는 것이다. 

     

    다만 적법절차를 강조하는 형소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명시적인 입법을 통해 근거규정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민사소송법 제327조의2는 증인이 멀리 떨어진 곳 또는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살고 있거나 그 밖의 사정으로 말미암아 법정에 직접 출석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는 원격 영상 증인신문이 가능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형소법에는 이 같은 규정이 없어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긴 하지만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되지 않았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창현(56·사법연수원 19기)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이전에 형소법 제165조의2에 의해 옆 법정에서 비디오 등으로 중계하던 것을 이번에는 옆 법정이 아닌 법원과 법원을 전산망으로 연결한 것"이라며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보장을 방해하지 않았고, 형소법 제165조 및 제165조의2를 크게 이탈해서 해석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증인 출석이 어려운 상태에서 효율적인 방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른 로스쿨 교수도 "민소법과 달리 형소법에 규정이 없었던 것은 형사소송에서 원격 영상 신문을 배제했다기 보다는 입법적으로 미비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이를 법원이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은 긍정적인 시도로 보이며 다만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입법적인 보완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형소법 취지고려

    명시적인 근거규정 필요” 지적도

     

    이번 시도를 계기로 형사소송에서 원격 영상 증인신문이 확대된다면 증인의 심리적 부담감을 해소하고 관련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한 성폭력 사건 전문 변호사는 "실제로 이 사건처럼 성범죄 피해자들은 법정에 나가서 진술을 하는 것에 압박감을 많이 느낀다"며 "확대 시행되면 피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오(47·29기) 안동지원장은 "형사재판은 국가에서 소송비용을 지원해주는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경우 반드시 보호자를 대동하고 이동하도록 되어 있어 보통 수십만원 정도의 비용이 소모된다"며 "이번 사건은 증인의 소재지에서 원격으로 신문이 이뤄지다보니 약 5만원 정도만 지출돼 비용적 측면에서도 큰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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