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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변호사협회

    ‘공익제보 변호사’ 기소의견 송치… 법조계 ‘황당’

    변협, 변호인단 구성… 경찰조치에 본격대응 나서

    왕성민 기자 wangsm@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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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이 2018년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피의자인 외국인 노동자를 조사하면서 강압수사를 한 정황이 담긴 영상을 언론사에 제보한 최정규(43·사법연수원 32기) 변호사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 법조계가 들끓고 있다. 강압수사 사실을 고발한 변호인에 대한 '보복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8년 10월 스리랑카 국적 노동자 디무두 누완(29)씨는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의 피의자로 경찰에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그는 저유소 인근에서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풍등(불을 붙여 날리는 작은 열기구)을 날렸는데, 바람을 타고 날아간 풍등이 저유소 인근 잔디밭에 떨어졌고, 곧바로 불이 붙었다. 이 화재로 휘발유 282만ℓ가 소실되고 저유탱크 4기가 파손되는 등 총 117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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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수사를 맡은 경기 고양경찰서는 디무두씨를 상대로 네 차례에 걸쳐 피의자 신문 조사를 진행했다. 디무두씨의 변호를 맡은 최 변호사는 조사 과정에서 경찰 수사관들이 디무두씨를 상대로 진술을 강요하는 등 강압수사를 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최 변호사는 지난해 3월 경찰 신문과정이 담긴 CCTV영상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해 조사 과정이 녹화된 영상을 확보했다. 이 영상에는 경찰관 A씨가 반말과 비속어를 섞어가며 진술을 유도하는 장면과 123회에 걸쳐 "거짓말하지 말라"고 디무두씨를 다그치는 듯한 장면이 담겨있었다.


    변호인이 외국인노동자

     ‘강압 수사’ CCTV 영상 확보

     

    최 변호사는 경찰 수사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해당 영상을 한국방송공사(KBS) 탐사보도팀 소속 B기자에게 제보했고, B기자는 지난해 5월 17일 '윽박지르고 유도신문… 경찰, 외국인노동자 강압 수사'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고양경찰서에 주의 조치를 내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A씨는 B기자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서울남부지검은 "경찰의 강압수사는 국민 인권과 직결되는 것으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B기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A씨는 B기자와 제보자인 최 변호사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소했다. A씨의 고소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지난 2일B기자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으로, 최 변호사에 대해서는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회장 김도형) 등 변호사단체들은 잇따라 비판 성명을 내는 등 법조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뉴스로 보도되자 

    인권위, 해당 경찰서에 ‘주의 조치’

     

    대한변협은 9일 성명을 내고 "경찰은 변호인에 대한 보복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변협은 "강압수사를 자행한 경찰이 반성은커녕, 변호인의 공익제보를 문제 삼았다"며 "이는 우리사회의 풀뿌리 감시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수사기관의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경찰권의 강화가 혹시 또 다른 인권 침해를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다.

     

    민변도 10일 성명을 내 "경찰의 기소의견 송치는 경찰의 인권 침해를 언론을 통해 알리는 경우 처벌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최 변호사에 대한 보복성 수사가 아닌지 우려되며, 만일 그런 의도가 있다면 경찰의 명백한 수사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보복성 조치가 아니라며 해명에 나섰다. A씨가 개인 자격으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사실관계 조사와 법리 검토를 통해 내린 결론이라는 것이다. 10일에는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가 대한변협을 긴급 방문해 적극 해명하기도 했다. 

     

    담당 경찰관, 변호사 등 

    개인정보법 위반혐의로 고소

     

    한 경찰 관계자는 "보도된 영상을 보면 모자이크·음성변조 등을 하지 않아 A씨가 누구인지 특정이 가능할 정도로 개인정보가 노출됐다"면서 "또 피의자에게 직접적으로 욕설을 한 것도 아닌데, 대화 도중 일부 비속어 표현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하게 비난 받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자신이 근무하는 원곡법률사무소 블로그에 고소장 일부를 공개하며 경찰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적법한 정보공개 절차를 통해 제공받은 피의자 신문 영상은 개인정보 보호법상 보호를 받는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영상에 담겨있는 A씨의 뒷모습과 목소리 등 일부 개인정보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공직 제보자에 대한 법적 제재가 궁극적으로는 수사기관 등에 대한 사회 견제·감시 기능 약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변호사 단체 

    “보복수사… 수사기관 폭거” 

    잇따라 비판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찰 수사관의 정보가 일부 노출돼 사익 침해가 있었더라도, 변호인의 공익 제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가치가 현저하게 높다"며 "이러한 행위까지 법적으로 처벌하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책임 주체를 잘못 판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엄밀하게 따지면 개인정보 노출의 책임은 공익 제보자가 아닌, 언론사에게 있다"며 "모자이크 등을 하지 않은 책임을 공익 제보자에게 묻는 것은 책임의 주체를 잘못 설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변협은 14일 열리는 상임이사회에서 최 변호사를 위한 변호인단 구성을 논의하고 경찰 조치에 본격 대응하기로 했다.

     

    이찬희(55·30기) 대한변협회장은 "내부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법제위원회 검토 등을 마친 상태이며, 최 변호사님에 대한 법률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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