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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기사

    [2020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1. 헌법

    시행에 유예기간 둔 경우 청구기간 기산점은 유예기간 경과일
    교사에 대한 ‘정당 외 정치단체’ 가입금지는 명확성 원칙 위반

    손인혁 교수(연세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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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들어가며

    2020년 한 해 동안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라 함)는 모두 2982건의 사건을 접수하고 2804건의 사건을 처리하였다. 접수 건수 대비 180여 건이 처리되지 못하였지만 외국의 헌법재판기관과는 달리 헌법소원심판절차에 한해 간이절차로서 지정재판부제도를 운용하는 현행 헌법재판법제에 비추어 비교적 신속한 사건처리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6월에는 헌재의 별관 증축사업이 끝나 그동안 공간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헌재도서관이 별관으로 이전하였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으로 그 이용에 일부 제한이 있겠지만 최고의 공법학 전문도서관으로 국민 모두에게 훌륭한 연구와 휴식의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2021년 1월 1일에는 헌법 및 헌법재판에 관한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헌재 산하의 헌법재판연구원이 개원 10주년을 맞이하였다. 헌법 및 헌법재판에 관한 중장기적 과제의 선행연구와 헌법교육을 담당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법 제19조의4에 근거하여 설립된 연구원은 매년 20여 개의 과제를 선정하여 그 성과를 연구보고서로 출간하고 있으며 로스쿨 학생, 초·중등학교 교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헌법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연구원 창립 때부터 정기적으로 발간해온 '세계헌법재판동향'은 미국연방대법원, 독일연방헌법재판소, 유럽인권재판소 등의 최신판례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석·정리하여 소개함으로써 헌재의 심판업무는 물론 공법학연구자와 법조실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헌법재판연구원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기대한다.

     

    아래에서는 2020년 선고된 결정들 중 사회적 관심이 컸거나 중요한 쟁점을 담은 결정을 소개한다.


    2. 특정공무원범죄의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의 제3자에 대한 집행(헌재 2020. 2. 27. 선고 2015헌가4 결정; 합헌)
    가. 사건의 개요

    전직 대통령 전두환은 뇌물죄 등으로 무기징역형과 2205억 원의 추징판결을 선고받았고 제청신청인은 서울 용산구 소재 토지들이 원래 전두환의 소유로 그의 조카들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된 것을 알면서 위 토지들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위 토지들이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서 정한 불법재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특례법 제9조의2 등을 근거로 그 일부를 압류하였다. 이에 제청신청인은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신청과 함께 불법재산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해 범인 외의 제3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한 위 특례법 제9조의2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제청을 하였다.

     

    나. 결정이유의 요지
    제3자에게 추징판결의 집행사실을 사전에 통지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게 되면 제3자가 다시 불법재산을 처분하는 등 집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므로 제3자에 대하여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을 집행하기에 앞서 사전통지하거나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뇌물 등 특정공무원범죄로 취득한 불법재산의 철저한 환수를 통하여 국가형벌권의 실현과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근원적으로 제거하고자 하는 위 특례법 조항의 입법목적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 것임에 반해 제3자에 대한 집행은 범인이 특정공무원범죄로 얻은 재산과 그 재산에서 비롯된 부분으로 한정되고 그 집행의 적법성에 관해서는 사후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제3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이 결정에 대해서는 집행에 대한 사전고지나 의견진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추징판결 집행의 적법성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을 기회를 전혀 제공하지 않아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는 재판관 3명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3. 만성신부증환자의 혈액투석의료급여에 대한 정액수가 지급(헌재 2020. 4. 23. 선고 2017헌마103 결정; 기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내과전문의자격을 가진 의사와 만성신부전증환자로서 만성신부전증환자의 외래 혈액투석에 대한 의료급여수가를 진찰료, 약제 및 검사료 등을 모두 포함하여 1회당 14만6120원으로 정한 '의료급여환자의 기준 및 일반기준' 제7조 제1항 등으로 인해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이유의 요지
    정액수가제도는 혈액투석진료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의 재정안정성 확보를 통해 지속가능한 의료급여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그리고 혈액투석진료는 비교적 정형적이고 필요한 경우 대체조제의 가능성이나 정액수가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진료비용 등이 인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의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한정된 재정의 범위 내에서 지속적인 의료서비스의 제공과 의료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정액수가제도가 명백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환자의 의료행위선택권을 침해하지도 아니한다. 

     

    이에 대해서는 정액수가제도로 인해 환자에게 최적의 의료행위를 제공하지 못하고, 환자 역시 추가적인 진료에 대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의사와 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재판관 3명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4. 법령조항의 시행에 유예기간을 둔 경우 청구기간의 기산점(헌재 2020. 4. 23. 선고 2017헌마479 결정; 판례변경)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15인승 이하의 어린이통학버스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통학버스에 어린이를 태우는 경우 보호자의 탑승을 의무화하고 승하차의 확인 등 안전확인의무를 부과하면서 15인승 이하의 통학버스의 경우 그 시행에 2년의 유예기간을 둔 도로교통법 제53조 등으로 인해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는 이유로 위 유예기간이 지난 이후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이유의 요지
    15인승 이하의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청구인들의 경우 동승자의 탑승의무를 부과한 개정 도로교통법 조항의 시행일인 2015년 1월 29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기 전까지는 그 적용이 유예되므로 청구인들은 시행일로부터 2년 경과라는 사유가 발생하는 2017년 1월 29일에 비로소 개정조항을 적용받게 된다. 따라서 개정조항으로 인한 기본권제한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날인 2017년 1월 29일부터 청구인들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의 청구기간이 기산되고 그로부터 1년 및 90일 이내인 2017년 4월 28일 청구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은 청구기간을 준수하였다. 

     

    다. 결정의 의의
    헌재는 종래 일관하여 법령의 시행과 관련하여 유예기간을 둔 경우 이미 시행일에 유예기간이 지나면 법령에서 정하는 기본권제한이 분명하게 발생하여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제한이 발생하므로 이때로부터 청구기간이 기산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기본권제한을 받은 사람의 헌법소원심판 청구기간을 합리적인 이유없이 단축시킬 뿐 아니라 장래 확실히 기본권제한이 예상되는 경우 기본권구제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헌재가 판례를 통해 '현재성요건'의 예외를 인정하는 취지와도 모순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종전의 판례를 명시적으로 변경하여 헌법소원을 통한 기본권구제의 범위를 확대하였다.


    5. 초·중등학교 교사의 정당 또는 정치단체 가입·관여금지(헌재 2020. 4. 23. 선고 2018헌마551 결정; 일부기각, 일부위헌)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공립의 초·중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로서 교사의 정당 또는 정치단체의 가입 또는 관여를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1항 등이 교사의 정당설립 및 가입·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이유의 요지
    교사의 정당 가입이나 관여를 금지함으로써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지만 감수성·모방성·수용성이 왕성한 초·중등학교의 학생들에게 교사가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고 교사의 정당활동으로 인해 학생들에 대한 교육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의 교육기본권 보장을 위해 정당 가입 및 활동에 대한 제한은 정당화된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사회적 활동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정치와 관련되고 교사가 가입한 단체가 우연히 특정 국가정책에 찬성 또는 반대하는 경우 해당 단체를 정치적 성격을 가진 단체로 볼 수 있으므로 교사의 정치단체 가입 및 관여 금지는 교사로 하여금 정치적 목적을 지향하는 단체뿐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가지지 않은 모든 단체의 가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위축효과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교사에 대한 '정당 외 정치단체'의 가입금지는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 

     

    다. 결정의 의의
    정치적 중립성을 근거로 교사 등 공무원의 정당 가입 등 정치활동을 일률적·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 조항에 대해 헌재가 명확성원칙 위반을 사유로 그 위헌성을 일부 확인하였다. 이로써 입법자는 교육공무원인 교사가 가입·활동할 수 있는 정치단체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함으로써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과 학생의 학습권 간의 충돌을 조화롭게 해결하여야 할 책무를 가지고 이를 통해 교원·공무원의 정치적 활동공간이 확장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에서 이 결정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6. 국회의장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강제개선(强制改選)(헌재 2020. 5. 27. 선고 2019헌라1 결정; 기각)
    가. 사건의 개요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의 원내대표들은 공수처법 등 사법개혁법안을 국회법상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처리하기로 합의하였으나 위 특별위원회의 바른미래당 소속의 위원인 청구인은 이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명하였다. 이에 바른미래당의 대표의원이 청구인을 대신하여 같은 당 소속의 다른 의원으로 위원개선을 요청하였고 국회의장은 이에 따라 위원을 개선하였다. 청구인은 국회의장의 개선행위로 인해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이유의 요지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오로지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지만(자유위임원칙) 합의제국가기관인 국회 내 다수형성의 가능성을 높이고 의사결정의 능률성을 보장하기 위해 교섭단체의 의사를 국회 운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교섭단체의 의사에 따른 국회의장의 위원 개선행위는 특별위원회를 원활하게 운영하고 교섭단체 소속 위원 개인에 대한 사실상의 강제를 통해 교섭단체의 의사를 국회 운영에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청구인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다. 결정의 의의
    헌재의 법정의견에 대해 재판관 4명은 교섭단체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소속의원의 위원회 위원 지위를 강제로 박탈하여 특정 안건에 대한 위원의 심의표결권 행사를 사전에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대의제도의 본질적 요소인 자유위임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유사한 사안으로 같은 쟁점이 문제되었던 2003. 10. 30. 선고된 헌재 2002헌라1 사건에서는 반대의견이 재판관 1명에 불과하였지만 이번 결정에서는 반대의견에 가담한 재판관 수가 4명으로 늘어 향후 판례의 변화가 주목된다.


    7. 거짓 등 부정한 방법의 운전면허 취득에 대한 제재로서 보유 운전면허 전부에 대한 필요적 면허취소(헌재 2020. 6. 25. 선고 2019헌가9 결정 등; 한정위헌)
    가. 사건의 개요

    제청신청인은 제1종 보통면허 및 제1종 대형면허를 보유한 상태에서 자동차운전학원에 등록만 하고 교육 및 기능검정을 전혀 받지 않았음에도 학원의 학사관리프로그램에 허위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제1종 특수면허(대형견인차)를 취득하였다. 이에 운전면허를 발급한 관할경찰청장이 위 사실을 이유로 해당 특수면허뿐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모든 운전면허를 취소하자 제청신청인은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함과 동시에 '부정한 수단으로 운전면허를 받은 경우'에 운전자의 모든 운전면허를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 단서 부분에 대해 위헌제청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제청을 하였다.

     

    나. 결정이유의 요지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운전면허제도의 근간을 유지하고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고 면허취소 여부를 행정청의 재량으로 두는 경우 위의 입법목적 실현이 곤란하게 되므로 필요적으로 취소하게 함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하지 않은 운전면허의 경우에는 운전면허를 부정취득하게 된 경위, 부정한 행위의 구체적 내용, 그 위법성의 정도, 운전자의 형사처벌 여부 등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여 불법의 정도에 따라 행정청으로 하여금 취소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그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받은 운전면허를 제외한 운전면허'까지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한 부분은 운전자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 또는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

     

    다. 결정의 의의
    중대하고 긴급한 입법목적에 의해 정당화되지 않는 한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 및 특수성을 고려할 여지를 두지 않는 필요적 제재규정은 과잉금지원칙의 내용인 침해의 최소성 요건에 위반된다는 헌재의 일관된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결정이다. 특히 불법이나 책임의 정도가 경미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한 운전면허까지 모두 취소됨으로써 발생하는 불이익을 행정청의 판단에 따라 예외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8. 한강수계로부터 수돗물을 공급받는 수요자에 대한 물이용부담금 부과(헌재 2020. 8. 23. 선고 2018헌바425 결정; 합헌)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서울특별시 상수도사업본부가 팔당호 등 한강본류 하천구간으로부터 취수한 원수를 정수하여 공급하는 수돗물을 사용하는 사람들로 서울시 수도사업소장으로부터 수도요금과 함께 물이용부담금을 부과받았다. 이에 청구인들은 위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함과 동시에 물이용부담금의 근거인 '한강수계 상수원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제19조 제1항 등에 대해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이유의 요지
    물이용부담금은 한강수계의 주민지원사업과 수질개선사업 등에 사용될 한강수계관리기금의 재원을 마련하는 데에 부과의 목적이 있으므로 재정조달목적 부담금에 해당한다. 위 부담금의 납부대상자는 공공재로서 한강에서 취수된 물을 공급받아 소비한다는 점, 수질개선을 위한 토지이용규제 등 공적 부담을 지지 않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동질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고 수질개선을 통해 양질의 수자원을 제공받는 특별한 이익을 얻고 있으므로 한강의 수질개선이라는 공적 과제와 납부대상자 사이에 특별히 밀접한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 수질개선사업은 납부대상자의 건강·생활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 중대한 공적 과제인 반면, 물이용부담금의 부과요율은 과다하다고 볼 수 없고 한강 하류지역의 수돗물 최종수요자는 수질개선으로 인해 특별한 이익을 얻으므로 납부대상자의 재산권이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다. 결정의 의의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므로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받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이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과제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일반적인 국가과제의 이행을 위해 세금 외에 특정 국민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금전적 부담을 부과하는 것은 조세와 부담금 간의 관계에 비추어 국회의 사전적 통제와 헌재의 사후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그동안 헌재는 학교용지부담금사건(2003헌가20) 등에서 재정조달목적 부담금에 대해 엄격한 위헌심사의 기준을 확립하였지만 이 결정에서 그와 같은 기준이 일관되게 지켜졌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9. 직계혈족인 가정폭력가해자의 피해자에 관한 가족관계증명서 등 발급허용(헌재 2020. 8. 28. 선고 2018헌마927 결정; 헌법불합치)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배우자의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후 아들의 친권자로 지정되어 현재 아들을 양육하고 있는 사람으로 위 배우자로부터 지속적으로 폭력·협박 등 시달림을 당하고 있다. 청구인은 가해자인 전 남편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목적으로 주소 등 개인정보가 수록되어 있는 아들 명의의 가족관계증명서 등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려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이를 제한하는 조치를 규정하지 아니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등의 불완전·불충분한 입법으로 인해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이유의 요지
    배우자 일방의 다른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가정폭력은 그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초래하고 가족구성원 상호간의 신뢰와 유대를 파괴하여 결국에는 한 가정을 해체하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한다. 국가가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는 것 외에도 추가적인 협박이나 폭행 등으로부터 피해자를 두텁고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라고 할 것인데 이를 위해 피해자의 주소 등 개인정보가 수록된 민원증명서의 교부를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피해자인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다. 결정의 의의
    헌재는 국가가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면서도 그것이 불법으로 유출된 경우를 대비하여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는 입법적 조치를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하였고(2013헌바68등) 이에 따라 국회는 주민등록법을 개정하여 주민등록번호 변경제도를 신설하였다. 국회는 신속하게 이 결정의 취지에 따라 개선입법의무를 이행하여야 할 것이다.


    10. 문화예술인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정보수집과 지원사업 배제(헌재 2020. 12. 23. 선고 2017헌마416 결정; 인용)
    가. 사건의 개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대통령비서실장과 관련 비서관들은 '민간단체 보조금 TF'를 운영하면서 좌편향 인사 및 단체의 명단, 이들의 정치적 견해 등을 수집·보관한 데이터베이스와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의 축소·배제 등 관련 내용이 포함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을 구축하였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이를 토대로 지원배제의 이행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건전 콘텐츠 활성화 TF'를 운영하였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등을 통해 정부의 각종 지원사업에 이들의 참여를 배제하고 지원을 차단하였다. 이에 위 명단에 포함된 인사 및 단체로서 청구인들은 정보수집 및 지원배제로 인해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되었음을 주장하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이유의 요지
    정치적 견해는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국가가 이와 같은 개인정보를 수집·보유·이용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청구인들에 대한 정보수집의 법률적 근거를 발견하기 어렵고 정보수집 등의 목적 역시 정치적 견해를 사유로 정부 지원을 배제하거나 차단하려는 것으로 헌법상 허용될 수 없음이 명백하므로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 집권세력에 대해 정치적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자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개인의 특정한 견해나 이념·관점에 근거한 제한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 해로운 것이다. 청구인들에 대한 지원배제 역시 법률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그 목적 또한 정부에 비판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제재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주권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다. 결정의 의의

    정부는 국가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지향하여야 할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의 수립·시행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개인정보를 수집·관리·이용하고 정책에 부합하는 특정 사업에 대한 지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에 대한 찬반이나 특정 정치적 견해에 근거한 참여 여부의 결정이나 지원 여부의 결정은 국가의 중립의무에 반해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을 심각하게 제약한다. 이 결정은 특정 사업에 대한 국가지원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헌법적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

     


    손인혁 교수(연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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