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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규제 고찰

    이영훈 검사(수원지검 평택지청)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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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요

    바야흐로 '대 투자시대'가 열렸다. 부동산과 주식 등 전통적인 투자는 물론, 명품 잡화, 미술품 등 대안적 투자 역시 활황을 누리고 있다. 그 가운데서 가상화폐는 올해 상반기에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던 중 최근 급락하면서 큰 변동폭을 보이는데, 이에 대한 법적규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가상화폐는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본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기존 화폐를 대체하는 결제수단 측면에서 조명되었으나, 현재 투자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 중 위험자산으로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며 인플레이션 헤지 등 목적으로 보유되는 측면이 더 커 보인다. 이하에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현행 규제를 고찰하고, 미국증권거래위원회(이하 'SEC')와 리플랩스 주식회사(이하 '리플랩스') 등 사이 소송과 최근 각국의 중앙은행이 검토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이하 'CBDC') 발행 경과를 소개하여 가상화폐을 자산과 결제수단 양 측면에서 나누어 검토하는 방법으로 가상화폐의 법적 규제에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2. 현행 규제에 대한 고찰

    특정금융정보법은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이를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 및 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의미하며, 화폐·재화·용역 등으로 교환될 수 없는 전자적 증표 또는 그 증표에 관한 정보로서 발행인이 사용처와 그 용도를 제한한 것'으로 규정하면서 일부 예외를 두고 있다.

    한편 자본시장법에서 정의하는 금융투자상품은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할 목적으로 현재 또는 장래의 특정 시점에 금전, 그 밖의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전제하는데, 결국 현행법에 따르면 가상화폐는 위와 같은 약정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서도 화폐·재화·용역 등으로 교환될 수 없을 것을 요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가상화폐 거래 관리방안'은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규제에 있어 주무부처를 처음으로 명시하였는데,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관리감독과 제도 개선은 금융위원회가 담당하고 관련 기구와 인력을 확충한다는 것이다. 반면 특정금융정보법은 어디까지나 자금세탁 등 금융거래 등을 이용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 그 주무부처는 법무부와 금융정보분석원이다. 향후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에 대한 주무부처로서 가상화폐를 금융투자상품에 편입할지, 만약 그렇다면 가상화폐를 금융투자상품과 다른 제3의 영역으로 규율할지 여부가 문제되는바, 가상화폐에 대한 규율을 포함한 자본시장법의 대대적인 개정이나 새로운 법령의 제정이 예상된다.


    3. 금융투자상품과의 구분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규제는 결국 가상화폐를 제도권 금융시장으로 편입시킬지 여부에 달려있는데, 가상화폐와 금융투자상품, 그 중에서도 증권과의 구별이 요구된다. 이에 대하여 SEC와 리플랩스 등 사이 소송 경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핵심 쟁점은 리플랩스가 발행한 가상화폐 '리플(이하 'XRP')'이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인데, SEC v. W. J. Howey Co. 판결에서 이루어진 증권 해당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을 살펴보면, 공동사업에 금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계약이나 거래가 그 투자로 기대되는 수익이 온전히 발기인 혹은 제3자의 노력에 달려있다면 증권에 해당한다. SEC 주장의 핵심은 XRP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과는 달리 리플랩스라는 운영주체가 XRP의 발행, 상장 및 운영 등 제반 과정을 주도하고, XRP의 교환가치는 리플랩스가 영위하는 수익사업의 실적에 연동되며, XRP를 매수한 투자자들은 XRP의 가치 상승으로 인한 수익을 목적으로 리플랩스와 사이에 일종의 투자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결국 증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총 1000억 개에 이르는 XRP의 발행량 중 약 45%만 거래소에서 유통되고 있고 나머지는 리플랩스가 보유하면서 에스크로 계정 등을 통해 관리하며 그 외에 이른바 '채굴'을 통한 사적 공급이 불가능하고, 비트코인 등 특정 '반감기'도 부존재한다는 점 등이 주요 논거이다.

    실제로 SEC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리플랩스 역시 내부적으로도 XRP가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법적 자문을 수회 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본건 소송의 향방에 따라 가상화폐와 증권 사이에 일응의 구분기준이 설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위 소송의 개시 경위에 대하여는 SEC가 가상화폐 시장에 대하여 주도권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는 시각도 존재하는바, 위 소송의 결과와 무관하게 중앙은행 및 금융당국과 가상화폐 시장 참여자 사이의 치열한 패권다툼의 향방은 가상화폐에 대한 각국의 법적 규제 확립과 밀접한 연관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4. CBDC의 도전

    가상화폐 시장의 활황에 대한 경계의 시각은 각국 중앙은행의 CBDC 발행 검토에서도 나타나는데,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지급결제·시장인프라위원회(CPMI)는 CBDC를 '전통적인 지급준비금이나 계좌 예치금과는 다른 전자적 형태의 중앙은행 화폐'로 정의한다.

    CBDC 역시 디지털로 발행되는 만큼 중앙은행 등 단일 주체가 운영하는 단일원장 방식이나 블록체인 기술에 의거하여 거래정보가 다수에 의해 분산되어 관리되는 분산원장 방식 중 하나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CBDC와 가상화폐의 차이점은 중앙은행 등 통일된 발행 및 운영주체의 존부로 볼 수 있고, 이는 중앙은행과 금융시장 참여자 사이에 이루어지고 있는 패권다툼으로 치환할 수 있다. 다만, 가상화폐에 대하여는 이미 증권과 함께 위험자산의 한 축으로 그 면모를 다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가상화폐 시장 거래대금이 증권 시장의 그것을 초과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는바, 적극적인 정책 드라이브 없이는 CBDC가 가상화폐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는 것은 요원하고, 오히려 통화관리와 과세정책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는 재료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CBDC의 경우 발행 즉시 직접적인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가상화폐에 대하여 비교우위를 갖는다. 반면 가상화폐의 경우 결제수단으로서 완전히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비트코인의 경우 테슬라 자동차 구매 시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뉴스 후 급등하였다가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 채굴에 따른 화석연료 소모를 우려하여 비트코인의 결제수단 사용을 중단하자 급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나아가 가상화폐의 결제수단 기능은 그 익명성에 비추어 탈세나 비실명 금융을 촉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실제로 이른바 'n번방 사건'에서 대부분의 텔레그램 채팅방 입장료 지불에 가상화폐 '모네로'가 사용되었다. 이에 따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FT)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하여 모네로의 퇴출을 권고하기도 하였는데, 반면 CBDC는 결제의 편리함을 담보하면서도 탈세나 비실명 금융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목적에서 대두된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규제는 가상화폐의 결제기능이 초래할 수 있는 위와 같은 단점에 대한 대응방안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5. 개인 투자자 보호의 문제

    전술한 바와 같이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규제는 현재 진행형인 금융시장을 규율하는 공권력과 자산시장 참여자 사이의 패권다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상화폐의 거래 실정에 비추어 가상화폐 자체를 영원히 제도권 밖에 두거나, 혹은 금융투자상품 등에 대한 기존의 법적 규제를 그대로 적용시키는 양 극단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규제의 핵심은 자산시장 참여자 중 상대적으로 약자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인데,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에 방점을 두고 있어 투자자 보호에 한계를 보인다.

    현재 가상화폐로 인하여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는 크게 가상화폐 상장(ICO)을 빌미로 매수자금 자체를 편취당하거나 상장 이후 내부자거래 등 불공정거래로 인하여 투자손실을 입는 두 가지로 나뉜다. 특히 가상화폐 상장 전에 이루어지는 이른바 '프리세일'을 명목으로 모집한 매수자금 편취는 다단계판매조직을 이용하거나 유사수신행위와 결부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므로 수사기관의 역할이 핵심일 것이나,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된 후에는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규제에 버금가는 금융당국의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동일한 가상화폐의 교환가치가 개별 거래소별로 다르게 형성된다는 측면, 특히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특정 가상화폐가 우리나라 거래소에서 무려 약 10% 이상 고평가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등에 비추어 금융당국으로서는 전통적인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규제와는 다르게 창의적이고 유연한 대응을 꾀하여야 할 것이다.


    6. 결어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규제는 가상화폐가 갖는 자산 측면에서 기존 금융투자상품과 결제기능 측면에서는 기존 화폐 및 CBDC와의 각 긴장관계 속에 균형점을 찾는 것이 쟁점으로 보이고, 본질적으로는 건전한 거래질서 확립과 투자자 보호라는 본질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이영훈 검사(수원지검 평택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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