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감사원 감사 과정에도 변호인 입회가 허용된다. 그동안 변호인 입회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온 법조계에서는 피감기관과 피조사자의 방어권 보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피감자에게 변호인 입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안내하고 입회 예외규정을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등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감사원 사무처리 규칙은 제10조의2를 신설해 변호인 참여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규칙에 따르면 감사원은 출석답변하는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문답서를 작성할 때 관계자 등이 신청하는 경우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참여하게 할 수 있다. 관계자 등은 변호인의 참여를 원하는 경우 문답 시작 전까지 변호인 참여 신청서와 변호인 선임신고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공무원 등 피감기관 종사자에 대해 행해지는 감사원의 '문답'은 흔히 검찰이나 경찰의 사건 관계인 조사(신문)에 비견된다. 최종 징계 처분 결과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 절차이지만, 문답실에서 내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피감기관 공무원 등은 문답 과정에서 상당한 압박을 받을 뿐만 아니라 변호인 등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어 방어권 행사에서 큰 제약을 받아왔다.
한 로펌 변호사는 "피감자 입장에서는 감사원 문답이 위압적으로 느껴져 본인의 정확한 의사는 물론 행위의 목적이나 경위 등을 충분히 해명하지 못해 불이익을 입는 경우도 많았다"며 "앞으로 변호인의 조력을 받게 되면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출신인 김성범(42·사법연수원 38기)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변호인 입회가 가능해지면 피감자는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나 세부적인 정황 등 사실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감사원으로서도 문답 과정에서 변호사를 통해 법리 주장 등을 되짚어본다면 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인 참여 원하는 경우
사전에 선임 신고서 제출
박준형(39·45기) 시우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변호인 입회를 통해 문답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도 높일 수 있다"면서 "추후 피감자가 절차적 하자 등을 다투어볼 여지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호인 입회가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규칙은 △문답서를 작성할 내용에 비공개대상 정보가 포함돼 있어 알려질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이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 또는 △변호인의 참여 신청이 문답의 개시 및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관계자 등의 증거인멸·도주 우려 등으로 문답서 작성의 시급을 요하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감사원이 변호인 참여 없이 문답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변호인 참여를 허용했더라도 중간에 이를 중단시키고 변호인 없이 문답서를 작성할 수 있는 예외도 뒀다.
△변호인이 감사자의 승인 없이 관계자 등을 대신해 진술하는 등 문답 과정에 개입하거나 답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말이나 행동 등을 하는 경우 △변호인이 특정 답변 또는 부당한 진술 번복을 유도하는 경우 △변호인이 문답 과정을 촬영, 녹음, 기록하는 경우(다만 기록의 경우 법적 조언을 위해 기억 환기용으로 간단한 메모를 하는 것은 제외) 등이 이에 해당한다.
법조계
“피감기관·피조사자 방어권보장에
큰 도움”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변호인 입회 제도가 형해화될 수도 있는 만큼 예외규정을 최대한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감사원이 예외규정을 너무 폭넓게 적용하면 변호인 입회 제도는 허울 뿐인 제도로 전락할 수도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감사원 조사 절차의 정당성은 물론 감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과 공정정까지 의심 받을 수 있으므로 감사원이 최대한 변호인 입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피감자가 변호인 입회가 가능하다는 점을 잘 알 수 있도록, 사전에 이 같은 내용을 피감자 등에게 안내하면 좋을 것 같다"면서 "변호사의 입회를 중단하는 경우에도 우선 구두로 주의를 줘 개선을 유도하고, 그래도 안 될 경우에 한해 입회를 중단시키는 등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감사관이 불편감을 드러내면 피감자 입장에서는 변호인을 대동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제도 변화에 대한 감사관들의 인식 전환도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