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뉴스

    연구논단

    전자상거래법의 역외적용과 국제사법(國際私法)상 소비자의 보호

    석광현 교수(서울대 로스쿨)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71144.jpg

    Ⅰ. 머리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상법)' 전부개정안(개정안)'을 마련하여 2021년 3월 입법예고하였다. 개정안은 디지털 경제·비대면 거래의 가속화에 따른 온라인 유통시장의 급성장, 플랫폼 중심으로의 거래구조 재편 등 시장 상황의 변화에 대처하고자 업계, 소비자단체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성안한 것이라고 한다. 개정안에는 다양한 논점이 있으나 여기에서는 전상법의 '역외적용'을 명시한 제5조만 다룬다. 전기통신사업법 제2조의2(2018년 12월 신설)와 '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5조의2(2020년 6월 신설)에서 보듯이 과거 적대시하였던 역외적용조항이 근자에 속속 도입되었는데 제5조도 그런 현상의 하나이다. 이하 제5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Ⅱ. 국제사법(國際私法)상 소비자의 국제적 보호

    오늘날 각국 실질법은 소비자 보호규정을 두는데 이들은 강행규정이다. 만일 당사자들이 외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함으로써 이를 회피할 수 있다면 실질법의 입법취지가 잠탈되므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저촉법 차원의 보호조치가 필요하다. 이것이 '국제사법에서의 소비자보호'의 문제이다. 전통 국제사법이론은 국제사법적 정의(正義)와 실질법적 정의(正義)를 준별하고 실질법의 내용에 대하여 중립적 태도를 취하였으나, 우리 국제사법(제27조)은 '소비자 보호'라는 실질법적 정의를 고려하여 당사자자치의 원칙을 제한하고 소비자의 상거소지법을 객관적 준거법으로 지정한다. 즉 소비자계약에서도 당사자자치는 허용되나, 당사자가 준거법을 선택하여도 소비자의 상거소지국의 (국내적) 강행규정의 보호가 '최소한의 보호'로써 관철된다. 여기의 소비자는 '수동적 소비자(passive consumers)'에 한정되는데 제27조는 전자상거래를 고려한다. 즉 제27조는 해외직구 기타 국제거래에 참가하는 소비자를 보호하고자 EU 국제사법규범을 참조하여 구축한 정교한 소비자보호제도이다(석광현, 서울대 법학 제57권 제3호(2016. 9.), 73면 이하).


    Ⅲ. 개정안에 따른 전상법의 역외적용

    개정안 제5조는 '국외행위에 대한 적용'이라는 제목 하에 "이 법은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위라도 국내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제5조를 둔 이유는 해외직구 등의 활성화로 소비자피해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 소비자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외국 사업자의 국외에서의 행위에 대하여도 전상법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계약법적 측면에서는 예컨대 외국의 온라인판매사업자(즉 해외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 또는 '자체 인터넷 사이트 등 이용사업자'로부터 해외직구를 하는 한국 소비자의 계약 철회를 가능하게 하고(제12조), 그 밖에 전상법 위반에 대해 시정조치, 과징금과 벌칙 등('시정조치 등')의 규제를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역외적용의 실효성을 제고하고자 국내 주소·영업소가 없는 대규모 해외 사업자에 대하여 국내대리인을 두어 소비자분쟁에 대응하도록 한다. 국내대리인제도는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도입되어 이미 정보통신망법상 34개사, 전기통신사업법상 2개사가 이를 지정하였다고 한다.


    Ⅳ. 개정안 제5조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 적용요건: 한국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

    제5조의 문언은 영향에 근거한 역외적용을 명시한 공정거래법 제2조의2("이 법은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위라도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적용한다")와 유사하다. 즉 외국 사업자들이 외국에서 담합행위를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국내사업자가 손해를 입는다면 그 영향이 국내시장에 미치므로 공정위는 동법을 적용하여 시정명령 등의 공법적 규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한국 소비자(즉 격지자)간의 계약이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위인지 의문이고, 또한 한국 소비자가 외국의 온라인판매사업자(즉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 또는 '자체 인터넷 사이트 등 이용사업자')로부터 해외직구를 하는 경우 사업자와 한국 소비자간의 판매계약과,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와 한국 소비자간의 이용계약은 당연히 한국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소비자와 계약관계에 있는 외국의 온라인판매사업자에게 전상법을 역외적용하자면 소비자가 한국에 주소를 둔 것으로 삼는 편이 간명하다. 즉 역외적용을 하더라도 '국외 행위'와 '한국내 영향'을 요건으로 할 것은 아니다.

    2. 국제사법 제27조와의 관계: 수동적 소비자와 지향된 영업활동

    소비자를 정의하는 개정안(제2조 제9호)은 국제사법과 달리 이를 수동적 소비자에 한정하지 않는다. 또한 국제사법 제27조는 외국사업자가 한국을 지향하여 영업활동을 할 것을 요구하는데(국회에 계류중인 국제사법 개정안 제42조와 제47조는 일정요건 하에 능동적 소비자를 포섭한다), 사업자가 한국어 또는 영어로 상호작용적 웹사이트를 개설하여 한국 소비자와 거래하는 경우 그런 요건이 구비된다. 그러나 예컨대 폴란드내에서 영업을 하는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온라인 플랫폼을 폴란드어로 운영하는데, 폴란드어에 능통한 한국 소비자가 위 플랫폼에 가입하여 물품을 구매한다면 폴란드 운영사업자는 한국을 지향하여 영업활동을 한 것은 아니므로 제27조는 적용되지 않는다. 즉 외국 사업자가 한국을 지향하여 영업활동을 하는 경우에만 국제사법 제27조를 통하여 개정안 제12조, 제15조와 제66조의 보호가 관철된다. 그러나 개정안 제5조를 둔다면 국내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개정안 제12조, 제15조와 제66조 등은 '국제적 강행규정'으로서 소비자계약의 준거법에 관계없이 적용된다. 특히 개정안의 문언상 한국 소비자가 한 명이어도 전상법이 적용될 수 있는데 이런 변화는 해외직구에 큰 충격을 초래할 것이다. 그토록 강력한 효과를 부여하자면 그 적용범위가 명확하고 제한적이어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위(1.)의 요건(즉 한국 소비자일 것)에 더하여 사업자가 한국을 지향하여 영업활동을 할 것이라는 요건이 필요하다. 규제법의 측면에서도 이 요건을 두면 국제사법 제27조와 동조하게 된다.

    3. 외국 사업자의 영업활동에 대한 공법적 규제

    위에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규제법적(공법적 규제) 측면에서도 제5조는 소비자계약이 존재하는 법률관계에서는 부적절하다. 그러나 만일 계약의 준거법에 관계없이 전상법의 규제를 외국 사업자에게도 적용하기로 결정한다면 규제법적 측면에 관한 한 제5조를 수정하여 한국 소비자가 일방 당사자이고(EU 디지털 서비스법(DSA) 초안 제1조 제3항 참조), 또한 사업자가 한국을 지향한 영업활동을 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 범위를 시정조치 등 규제 관련 조문에 한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처럼 각국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도입한다면 사업자에게 부담스럽고 규제의 국제적 중첩·저촉이 발생하므로, 장래 각국은 규제를 자제하고 국가간 공조·조정과 국제규범의 도입 등에 의하여 규제의 중첩을 해결해야 한다.


    Ⅴ. 맺음말
    1. 제5조의 수정

    개정안 제5조는 수정해야 한다. 첫째, 사법(私法)적 측면에서 제5조는 소비자계약에서 국제사법 제27조가 정립한 '사업자-소비자간 이해관계의 미묘한 균형'을 깨뜨리고 국제적 정합성을 해친다. 따라서 사법적 계약관계의 규율(철회에 관한 제12조, 손해배상액을 제한한 제15조, 운영사업자와 이용사업자의 책임을 규정한 제25조 이하와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항의 무효를 정한 제66조 등)에 관한 한 국제사법 제27조에 맡겨야 한다. 그렇더라도 전상법의 소비자보호가 최소한의 보호로 관철되므로 그를 근거로 규제당국이 개입할 수는 있고(석광현, 국제사법과 국제소송 제5권(2012), 236면) 그 범위가 제한될 뿐이다. 만일 사법적 측면에도 역외적용을 한다면 소비자가 한국 소비자이면 준거법에 관계없이 전상법이 적용되어 제27조가 무의미하게 된다. 둘째, 규제법적 측면에서 전상법을 역외적용하여 사업자에게 시정조치 등을 할 수는 있지만, 그 근거는 제5조처럼 '한국내 영향'이 아니라, 소비자의 주소가 한국에 있고 또한 사업자가 한국을 지향한 영업활동을 하는 것이어야 한다. 즉 전상법을 역외적용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사법적 측면은 국제사법에 맡기고 규제법적 측면에서만 역외적용을 하되 그 요건을 수정하자는 것이다.

    2. 남는 문제들

    위와 같이 해도 문제가 남는다. 첫째, 양 측면의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예컨대 정보제공의무를 사법에 맡기고 위반 시 계약위반과 불법행위에 따른 효과를 부여할지, 아니면 규제법에 맡기고 위반시 공법적 규제를 부과할지를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둘째, 의무부과와 그 위반에 대한 규제가 병행해야 실효성이 있는데 위와 같이 이원화하면 실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 셋째, 규제법적 조문(금지규정 등)을 두면서 역외적용을 하면 이는 국제적 강행규정이 되어 우리 법원이 재판 시 국제사법 제7조에 따라 사법(私法)적 측면에도 영향을 준다(이는 해석론으로 해결할 사항이다). 근자에 우리는 규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여러 공정화법 등에서 사업자에게 일정의무를 부과하고 그 위반에 대해 시정조치 등을 중첩적으로 부과하는데, 그 경우 사법(私法), 공법과 형법 규정의 적용범위(특히 국제적 적용범위)의 획정과 상호작용이라는 까다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계약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는 점에서 제5조와 다르나, 사법적 측면과 규제법적 측면에 역외적용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혼란은 공정거래법과 자본시장법에서 이미 경험하였다(석광현, 국제사법 해설(2013), 411면 이하). 요컨대 전상법의 국제적 적용범위를 더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석광현 교수(서울대 로스쿨)


    마세라티

    리걸북스

    더보기

    리걸에듀

    더보기

    리걸인사이트 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