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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변호사회

    검찰 ‘기록 복사’ 처리 늑장에 변호사들 ‘열불’

    신청 후 한 달 이상 걸려 공판 준비 제대로 못해

    남가언 기자 ganiii@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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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변호사는 최근 검찰청에 기록 복사를 신청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형사사건 피고인의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돼 공판 전에 검찰이 갖고 있는 증거기록과 신문조서 등을 열람하기 위해 관할 지방검찰청에 기록 열람·복사를 신청했는데 복사 예약이 밀려 한 달 뒤에나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며칠 뒤가 공판기일이었지만 A변호사는 결국 검찰 기록은 보지 못한 채 피고인 면담 등을 통해 파악한 내용을 바탕으로 변론할 수밖에 없었다. 더 황당한 것은 선고가 날 때까지 검찰청에서 기록 복사를 못했다는 점이다. A변호사는 "기록 복사가 이렇게 늦어지면 피고인의 방어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밖에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이처럼 일부 검찰청의 기록 열람·복사 업무처리가 늦어지면서 변호사들 사이에서 재판 준비와 피의자·피고인 변호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검찰이 보유한 증거자료 등에 대한 파악은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만큼 변론권 침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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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문제는 특히 국선으로 선임된 변호인들이 많이 겪고 있다. 사선 변호인은 사건을 수임하고 나서 재판까지 준비기간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지만 국선은 급박하게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공판이 있기 일주일 전에 갑작스럽게 국선변호인을 선임해달라고 요청하면, 국선으로 선임된 변호사들은 선임 결정이 나자마자 공판에 대비하기 위해 바로 검찰청에 증거기록 열람·복사 신청을 하게 된다. 그런데 길어야 일주일 정도 걸렸던 기록 복사 등이 최근에는 한달 뒤에나 가능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9월에 추석 연휴가 있었고, 10월에도 대체공휴일이 두 번이나 있어 평일 예약이 평소보다 꽉 차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매년 추석이나 설 등 명절 연휴는 있었고, 그 때도 보통 (신청일로부터) 2~3일 이내에 기록 복사가 가능했다"며 "아무리 늦어도 일주일 이상 걸린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올해 들어 한 달이나 걸려 납득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갑작스레 사건 맡은 국선변호인들 

    당황하기 일쑤

     

    재판이 본격 진행되면 검찰 자료들이 법원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법원을 통해서도 기록 복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첫 번째 공판 전에는 대부분의 자료를 검찰이 가지고 있는데, 이처럼 검찰청에서의 기록 열람·복사가 늦어지면서 변호인들이 첫 번째 공판을 제대로 준비할 수 없게 되고 이 때문에 공판이 공전되기 일쑤다.


    A변호사는 "재판 전에 피해자가 주장한 것은 무엇이고, 참고인은 검찰 조사 때 어떻게 말했으며, 수사기관의 의견은 무엇인지 등 검찰 측 증거와 신문조서를 보고 변호를 해야 하는데, 검찰청에서는 몇 달째 기록 복사가 한 달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한다"며 "공판은 그 전에 있는데, 변호인이 기록도 보지 못하고 피고인 말만 듣고 변론하면 어떻게 제대로 된 변론이 가능하겠는가"라고 토로했다.

    형사사건에도 전자소송이 시행되면 이 같은 문제는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의 시행시기는 2024년이다. 그나마 법원이나 검찰의 사정에 따라 몇 년 뒤로 미뤄질 수도 있다.

     

    피해자·피고인 변호에 차질

    변론권 침해 논란도


    이 때문에 형사 전자소송이 이뤄지기까지 현재의 검찰 기록 열람·복사 신청 예약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는 등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변호인 변론권 침해 등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변호사는 "현재 검찰청마다 기록 복사 등을 위해 복사기를 6~8개씩 갖추고 있는데 막상 예약이 꽉 차 있다고 하는 날에도 계속해서 복사기가 가동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건마다 복사해야 할 기록의 양이 다르다. 사기 사건의 경우에는 양이 방대해서 하루종일 복사하는 일도 있지만, 그 외의 형사사건은 빠르면 1시간 안에도 복사가 가능한 정도의 양"이라며 "하지만 일부 검찰청에서는 하루에 정해진 인원만 예약을 받기 때문에 1시간 안에 복사가 끝나 버린 복사기도 이후에는 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판결정보열람실처럼 예약한 사람 외에도 당일 와서 기다리다 복사가 일찍 끝나 빈자리가 생기면 선착순으로라도 복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자소송 이뤄지기 전

     예약 시스템 전면개편 절실


    한 로펌 직원은 "B검찰청에 기록 복사를 신청했더니 한달 뒤에나 가능하다고 하길래 '이런 식으로 한 달씩이나 밀리는 게 대체 몇 번째냐'고 따져 물었더니, 검찰청 직원이 신청한 기록의 증거목록을 살펴보더니 '이 정도면 기록이 얼마 없어 금방 복사를 할 수 있으실 것 같으니 중간에 끼워 넣어주겠다. 사흘 뒤에 복사하러 오라'고 하더라"며 "이런 식으로 얼마든지 융통성 있게 조절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따져 묻지 않으면 '예약이 꽉 찼다'며 미루는 것 같다. 형사기록 비실명화 작업도 검찰청에서 일일이 하는 게 아니라 로펌 직원 등이 하는데 대체 왜 이렇게 복사 가능 날짜가 늦어지는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법원은 국선변호사들이 급하게 기록을 복사할 필요가 있으면 법원 내 열람·복사실을 통하지 않고 형사단독과 내에서 복사를 할 수 있도록 복사기를 1~2개 구비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국선변호 사건만이라도 검찰청에서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로펌 변호사는 "국선은 갑자기 선임되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되면 재판 준비하는 기간도 짧을 수밖에 없는데, 피고인의 변론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도록 법원에서 국선의 경우에만 이같이 따로 복사실을 사용할 수 있게 한 것 같다"며 "검찰도 자신들이 편리한 방법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방어권 등을 충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적절한 개선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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