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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논단

    야누스와 같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딜레마

    김영규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전 춘천지검 차장검사)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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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들어가며

    일찍이 한비자는 "현명한 군주는 법을 제정함에 있어, 어리석은 자도 하기 쉬운 것을 생각하지만, 지혜로운 자도 하기 어려운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해야, 누구나 쉽게 실행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2021. 1. 26. 제정, 이하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된 주요 개념과 쟁점에 대하여는 법률 전문가조차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수범자인 기업인들은 더욱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기업 10곳중 7곳이 '중대재해법 준수가 어렵다'고 답했고, 그 이유로 절반 가까운 기업이 '의무내용이 불명확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Ⅱ. 행정형법의 특성에서 초래된 딜레마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경영책임자등 개인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직접 부과하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한다. 그러한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조치,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이행조치, 시정명령 등의 이행조치, 안전보건법령상 의무 이행조치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제4조, 제5조, 제9조). 위와 같은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는 기업의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자율규제 방식으로 적정하고 충실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제4조).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러한 자율규제 방식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무거운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제6조, 제10조). 산업안전법과 달리 형사처벌을 중대재해 예방의 수단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제1조). 최저기준법적 성격의 산업안전보건법은 최저 기준인 '안전보건기준'의 확립을 위해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부과 등으로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기준이 아닌 적정기준을 지향하는 중대재해예방법과 같은 행정법체계가 형사처벌과 연결되어 '안전보건확보의무위반 치사상죄'라는 형사법이 되는 경우,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는 적정기준의 모호성·추상성과 다양성 때문에 법률의 수범자들은 혼란과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도대체 누가 어디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의무를 이행해야 면책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다시 말하면 법 제4조, 제5조, 제9조와 같은 중대재해예방의무를 규정한 행정법규 해석에 있어 고용노동부 등에서는 의무 주체, 대상, 범위 등을 가급적 확장하려는 입장이나, 법 제6조, 제10조와 같은 형사처벌법규 해석에 있어서 이러한 확장해석은 '죄형법정주의 원칙(헌법 제12조 제1항, 제13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에 위반되므로 엄격해석에 입각해야 한다는 점이 중대재해처벌법의 딜레마이다.


    Ⅲ. 모호한 추상적 개념에서 초래된 의무주체·요건 등에 대한 해석상 논란

    이러한 딜레마는 먼저 의무주체의 불명확 및 불확정에서부터 발생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이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A)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B)'이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9호).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법 제2조 9호의 '또는'은 선택적 관계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고 보고, 대표이사의 권한을 위임받아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대표이사의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으로 이 법상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 최종적으로 법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2021. 7. 9.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 주요내용 설명자료). 그러나, 법문언상 선택적 의미가 명백함에도 이에 반하여 확장해석하는 것은 법 제4조, 제5조, 제9조의 행정법규 해석에서는 중대재해 예방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허용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위 의무 조항이 법 제6조, 제10조의 형사처벌법규와 연결되어 중요한 구성요건이 되는 경우에는 법 문언의 명백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피의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장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전자의 대표이사(A)가 후자인 안전경영책임자(A)에게 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 관련 예산, 인력·조직 등에 관하여 대표이사를 '대신'하는 최종적 권한을 부여하는 등 실질적으로 위임을 하였다면, 후자(B)가 '경영책임자'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 법 적용 대상인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제4조)',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제5조 단서)'에 관한 해석상 논란이다.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매우 모호하기 때문에, 엄격해석을 원칙으로 하는 형사법 규정으로는 매우 부적절한 요건이다.

    그런데 이 조항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해석을 보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란, 사업주가 해당 장소, 시설, 설비 등에 대하여 소유권, 임차권 등 실질적인 지배관리권을 가지고 있어 해당 장소 등의 유해·위험 요인을 인지·파악하여 유해·위험요인 제거 등을 통제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특히, 사업장뿐 아니라 사업장 밖이라도 사업주가 지정하거나 제공하는 등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장소는 모두 포함된다"라고 설명하였다(2021. 7.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 주요내용 설명자료). 그러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가이드북(2021. 8.)에서는 실질적인 지배관리권의 예시를 소유권에서 '점유권'으로 변경하였다. 이러한 고용노동부의 해석에 의하면, 제조업체나 발전사 등이 사업장에서 시설물 설치·유지·보수 공사를 발주(도급)하는 경우에, 시설물 소유권자인 '발주자'에게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건지, 공사기간 동안 작업장소의 점유권자인 '시공업체'에게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다고 볼 것인지가 불명확하다. 더군다나 "지배·운영·관리"가 '또는(or)'의 관계로 보아야 하는지, '그리고(and)'의 관계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상 논란이 있다. 그러나, 엄격해석에 입각해야 하는 형사법의 원칙상 '그리고(and)'의 관계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시설, 장비, 장소''사이의 관계를 '또는(or)'의 관계로 보면, '시설, 장소'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자와 '장비'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자가 서로 다른 경우, 누가 의무주체에 해당하는지가 모호해진다(정진우,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정에서의 법적 쟁점과 남겨진 과제, 과학기술법연구, 2021. 6. 제77쪽). 이처럼 의무주체의 불명확·불확정으로 인하여 사전에 효과적인 중대재해 예방시스템 구축 및 이행이 곤란해지고, 중대재해 발생 시 서로 "네 탓이다"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사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Ⅳ. 맺음말

    불과 내년 법 시행(2022. 1. 27.)을 두 달여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문제투성이 법을 제정한 국회는 결자해지의 자세로 야누스와 같은 두 얼굴을 가진 중대재해처벌법을 '중대재해 예방법'이라는 본래 얼굴을 갖도록 형사처벌(특히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가혹한 신체형) 규정을 폐지하는 법 개정을 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 예방에 대한 분리 입법을 추진할 필요도 있다. 이로써 경영책임자 등이 잠재적 범죄자라는 불안에서 벗어나 기업 실정에 맞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자율적·능동적으로 구축하고 이행할 수 있는 사회적 신뢰를 주고, 의무 이행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장치로 의무 위반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처럼 과태료 부과 규정을 두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법 집행에 있어 합리적 해석지침을 정립하여 기업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주고, 특히 수사 및 재판단계에서 추상적이고 모호한 규정에 대하여 엄격한 제한해석이 관철되어 피의자·피고인이 과잉 처벌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의 경영책임자 등이 합리적으로 예측가능하고 실행할 수 있는 법으로 다시 태어나 실효적으로 집행되도록 하는 일은 특히 법조인(변호인, 검사, 법관)의 책무이다.


    김영규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전 춘천지검 차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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