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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 신간리뷰] ‘법정에서 못다한 이야기’ (박형남 箸)

    법 감정과 판단의 괴리… 인문학적 성찰 필요

    한수현 기자 shhan@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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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판이 사람들 마음에 와닿으려면 법적 논리와 논증도 필요하지만, 따뜻한 마음과 섬세한 눈으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최근 '법정에서 못다 한 이야기(휴머니스트 펴냄)'를 출간한 박형남(61·사법연수원 14기·사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책 머리말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시민이 판사와 재판을 믿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법원까지 온 사연을 풀어내기에는 법정에서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고, 상식이나 통념에 어긋나는 결론을 내리는 경우에도 이유를 친절하게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처럼 박 부장판사는 30여 년간 판사로 일하면서 느낀 시민의 법 감정과 판사의 법적 판단 사이에 존재하는 공백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을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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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통 사람들의 법감정은 = "판사는 형법의 이념과 시민의 법감정 사이의 괴리를 고민하면서 형량을 정할 수밖에 없다."

     

    박 부장판사는 시민들이 법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과 감정을 '분노와 응보, 즉 저지른 만큼 똑같이 죗값을 치르게 하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살인죄나 성폭력 범죄, 정치인의 뇌물죄나 재벌 기업 대표의 횡령·배임죄에 대해 형이 선고될 때마다 언론은 시민들의 비판 목소리를 담아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는 판사가 일벌백계로 무겁게 처벌하면 안전한 사회가 되리라는 '엄벌주의'는 어느 나라, 어떤 사회에서도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다만 부의 불평등이 줄어들고,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가 늘어나면 범죄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토머스 모어가 "먹을 것을 구할 길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심한 처벌을 한다 하더라도 도둑질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절도죄와 살인죄가 같은 처벌은 받는다면 도둑들은 단지 돈만 훔쳐갔을 상황에서 살인까지 저지르고 맙니다"라고 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는 판사가 피고인과 피해자, 그리고 시민의 마음을 섬세하게 헤아리고 '책임주의 원칙'을 지키면서 죗값이 얼마인지 성찰하고 판결문에 일상용어로 풀어서 설명해 이해와 소통을 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화성에서 돌아온 판사 = "화성에서 돌아온 판사의 가장 큰 문제는, 동네 사람과 공감하고 소통하지 않은 채 개념과 법리만 말하는 것이다. 유학 보낼 때 현자로 돌아오길 기대했는데, 공구만 만지작거리는 '법률 기술자(legal technician)'로 온 것이다."

     

    박 부장판사는 우리나라 판사에게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법정에서 쓰는 말은 생소하고, 법적 논리만 있는 판결문은 설득력이 부족하며 감흥도 일으키지 않는다. 갈수록 판사와 재판에 거리감을 느끼고 사법불신이 커지는 현실을 간파했다.

     

    그는 판결은 사람에게 답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 논증은 필수적이어야 하지만, 감정에 호소하면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판사는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하고, 사회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사회과학적 분석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으면 논증도 풍부해지고, 결론도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시민사회와의 충분한 소통, 그리고 공감능력이 판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판사가 당사자를 의사소통의 상대방이라고 생각하며 말을 들어주고 공감할 때, 법정은 진정한 의미에서 소통의 장이 될 것이다. 판사는 공감능력이 있어야 시민에게 필요한 선이 무엇인지 숙고할 수 있다."

     

    ◇ 법정 문을 여는 열쇠, 법리와 판례 = "현행 법체계상 당사자가 권리를 주장하려면 어떤 법률조문과 판례에 기초한 것인지 명확히 하고, 그에 따른 사실을 하나하나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시민은 법리와 판례라는 열쇠가 있어야 법정 문을 열 수 있다."

     

    박 부장판사는 법리에 대해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실정법과 판례 또는 학설을 소재로 만들어진 구체적 법 명제의 체계적 집합'이라고 정의한다. 또 법리는 같은 성격의 사건이라면 결론이 같아야 하는 '법적 안정성'을 지켜내고, 시민에게 '법적 행위의 지침'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판례에 대해서는 '법원이 구체적인 사건에서 재판을 통해 선언한 법에 대한 해석으로 장래 재판에서의 지침'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시민이 '살아 있는 법'을 알려면 법전이 아니라 판례를 보길 당부한다.

     

    다만, 판례는 법에 대한 해석이므로 그 자체로 법은 아니며 법리는 완벽하지 않고 사회가 변해 더는 타당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판사는 '법률가적 사고방식'에 따라 성찰하고 궁리하며, 판례가 제시한 법리와 비교하고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연암 박지원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함께 언급한다.


    그렇다면 판사가 법 원칙과 논리에 따라 제시한 법리가 시민의 법 감정과 명백히 다른 결론에 다다랐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이런 경우 '사람 냄새가 나는 수필 같은 판결문'을 써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때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이나 전문가는 '내로남불'식 진영 논리에 빠지지 말고, 판결이 제시한 법리와 추론 과정에 대해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한다. 법리와 판례를 판사의 고유 영역이라며 도외시하는 태도는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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