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뉴스

    판례평석

    친손입양, 어제까지는 엄마 오늘부터 언니?

    대법원 2021. 12. 23.자 2018스5 전원합의체 결정

    이진기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77893.jpg

    Ⅰ.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

    1996년생인 친생모는 2014년 혼인신고를 하고 같은 달 사건 본인(이하 본인)을 낳았다. 외조부모(재항고인)는게 친생모가 생후 7개월이 된 본인을 두고 떠난 때부터 본인을 양육하고 있다. 외조부모는 그들이 친생부모와 교류가 없고 본인이 그들을 부모로 여기며 가족, 친척과 주변사람들도 부모로 대한다고 주장하여 일반입양의 허가를 청구하였다. 2015년 협의이혼한 친생부모는 입양에 동의하였다.

    원심(울산지법 2017. 12. 18.자 2017브10 결정)은 1. 친손입양으로 가족 내부질서와 친족관계의 혼란이 분명하고 2. 후견으로 본인의 양육에 관한 법률상·사실상 장애를 제거할 수 있으며, 3. 후일 진실을 안 본인이 받을 충격 등을 고려하면 신분관계를 정확하게 하는 것이 그에게 이롭고, 4. 입양으로 친생부모가 본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게 하는 것이 본인의 복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입양허가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결정을 유지하였다. 외조부모는 친생부모의 입양동의를 내세워 재항고하였다.

    대법원은 친생부모의 생존이 입양장애사유가 아니고 입양이 본인의 복리에 더 이익이 되면 이를 허가하여야 함을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이로써 외손입양을 불허한 대법원 2010. 12. 24.자 2010스151 결정(친양자입양)과 대법원 2017. 03. 27.자 2016스138 결정(일반입양)은 폐기되었다.


    Ⅱ. 친손입양의 근거와 판단기준

    대상결정은 외관과 달리 만장일치의 결정례이다. 반대의견도 친손입양이 법정친자관계의 의미와 자연스럽게 부합하지 않으며 친생부모의 열악한 사회적·경제적 지위로 인한 양육부족을 이유로 그 지위를 대체하는 입양이 옳지 않고 비밀입양이 장래 본인의 정체성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크므로 그것이 해소될 수 있음이 밝혀진 때에만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의 채용을 역설할 뿐이다.

    대법원 1991. 05. 28. 선고 90므347 결정은 대를 잇기 위한 재종손의 사후입양이 소목지서에 기초한 관습에 어긋나지만 민법이 입양요건을 완화하고 조손입양이 공서양속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친손입양이 전통과 관습에 반하지 않고 민법도 이를 금지하지 않는다는 대상결정은 그 발전형이다. 그러나 친손입양의 관습에 대한 증거가 없다. 입양이 가족관계의 주춧돌이었던 조선사회도 항렬(行列)을 지키면서 백골입양 등 방계손의 입양사례를 전함에 그친다.

    친손입양을 금지하는 법률규정의 존부와 강행법규 위반은 별개의 문제이다. 법률의 금지가 없으므로 친손입양이 허용된다는 주장은 법실증주의적이다. 대상결정은 신분법규정이 강행규정이고 민법에 근거 없는 양손입양은 그 위반으로 무효라는 대법원 1988. 03. 02. 선고 87므105 판결을 살피지 않는다. 대상결정이 언급한 미국과 독일의 혈족입양도 친손입양과 관계없다. 혈족입양이 입양의 본래 모습이기 때문이다. 외국법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인식이 있어야 한다.

    1.
    입양아동의 복리(the best interest of the child): 친손입양의 무게는 본인의 복리에 집중된다. 공익적·후견적 견지에서 이를 강조한 대법원도 정작 이를 개념정의하지 않는다. 친생부모가 양육·부양하지 않는 이유, 입양의 정보제공과 자발적·확정적 입양동의의사, 양육의사의 부존재, 그리고 입양하는 조부모와 친생부모의 관계 등 대상결정이 서술한 입양요건은 일반입양에서와 같다.

    본인의 복리는 객관화하여 검증할 수 없다. 이는 입양으로 자녀의 삶의 조건이 현격히 변경되어 그 인격의 향상이 기대될 때에 긍정된다. 입양은 본인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 본인의 윤리적·정서적 복리가 입양의 물질적·기능적 효용에 앞서므로 원가정양육이 친손입양에 우선한다(2018. 03. 12. 오스트리아최고법원[OGH] 3 Ob 198/17i 판결). 멀쩡히 친생부모가 있음에도 나은 양육환경을 강조하는 것은 본인의 심리적·정신적 정체성보호에 소홀한 유물론적 태도이다. 그리고 양부모가 제대로 부모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여겨질 때에만 입양을 허가하여야 한다. 입양전 친족관계가 존속하고 본인의 성과 본이 바뀌지 않는 일반입양에서 본인의 정서적 불안은 불 보듯 뻔하다. 부모라 하기에 나이가 많고 게다가 성도 다른 조부모가 버젓이 학부모회에 참석하는 광경은 본인의 행복과 거리가 멀다.

    입양전 친족관계의 완전단절을 가져오는 완전입양만을 가진 국가도 한결같이 본인-친생부모관계의 완전절연을 친손입양의 승인조건으로 하고 생부모가 생존한 직계손의 입양을 주저한다. 2010. 08. 23. 스위스연방법원(Bundesgericht) 5A_198/2010판결, 성년의 친손입양을 다룬 2001. 05. 17. 독일 Celle고등법원(OLG) 17 30/01결정과 2016. 02. 23. Koblenz고등법원 7 UF 758/15결정은 조부모가 본인이 출생한 때부터 양육하는 등 부모-자녀관계가 장기간 고착화되고 갈등발생의 염려가 더 이상 없어 친손입양이 윤리적으로 정당화되고 친생부모가 인근에 거주하거나 본인을 방문하는 등 관계를 계속하거나 그의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중대한 갈등위험을 들어 이를 단호히 불허한다. 미국도 친생부모의 부재, 조부모-본인의 특별관계와 법원에 의한 친권박탈명령을 거쳐 친손입양에 문을 열지만 가족갈등의 위험 때문에 특별후견명령(Social Guardianship Order)이 훨씬 선호된다.

    2.
    친손입양의 이익: 입양은 침해된 과거의 복리를 제거하고 장래의 복리를 위한 제도이고 가정법원의 허가는 그에 개입하는 국가의 후견이다. 미성년후견의 존재는 입양의 장애사유가 아니다. 영속적 부모·자녀관계를 맺는 입양과 친권자 없는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고 대리하는 후견은 다르다. 친손입양으로 후견을 넘는 개선된 환경이 주어져야 하지만 손자녀를 자녀로 바꾸는 이익이 분명하지 않다.

    친손입양으로 조부모는 친권자로서 본인의 신원을 확보하여 양육하고 의료결정을 한다. 그뿐이다. 부모·자녀관계의 형성 외에 친손입양의 효과는 미성년후견과 동일하며, 조부모의 양육비부담은 오히려 가중된다. 미국과 유럽의 친손입양은 의료와 자녀수당과 주거수당 등 복지를 위한 사회보장의 혜택과 상속법적 이익을 동반한다. 친손입양은 국가가 최종후견인의 지위에서 아동의 복리를 수호할 의무를 조부모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Ⅲ. 대상결정(2018스5)의 검토와 평가

    대상결정은 일반관념과 동떨어지고 이론의 완성도가 낮다. 가르치겠다는 의욕과 사명감에 사로잡힌 공자님 말씀으로 채워진 이유(4. 나, 다, 마, 반대의견 나-마, 바)는 계몽주의적이며 심지어 주석서의 느낌마저 준다. 재판활동은 법률가의 교육을 목적하지 않으며 하여서도 아니된다. 길게 설명한 '아동권리협약'과 '입양특례법'도 친손입양과 직접 관계없는 뻔한 사설이다.

    1.
    시간의 실패: 본인의 복리는 입양으로 드디어 본격화된다. 친손의 일반입양으로 초래될 수 있는 가족의 내부질서와 친족관계의 혼란을 가볍게 보고 입양후의 복리를 소홀히 한 대상결정은 부주의하고 무책임하다. 친족관계의 존속과 본인의 복리는 조화되기 어렵다. 친손입양으로 어제의 부모가 오늘의 형제자매가 되고 어제의 형제자매가 오늘의 숙질이 되는 잡탕친족관계가 불가피하다. 이는 조부모-본인간에 진정한 부모·자녀관계의 자연스러운 형성을 막는 걸림돌이다.

    2.
    법이론의 실패: 대상결정은 주로 친양자입양(제908조의2, 완전입양)이 문제된 종전 결정례와 달리 일반입양(제867조)을 관심사로 한다. 이들은 거의 어김없이 '어린 외손' 입양을 청구원인으로 한다.

    친손입양된 본인은 친생부모에 대하여 자녀와 형제자매의 이중신분을 가지므로 친족관계의 혼란과 불협화음을 막을 길이 없다. 이를 직면한 대법원은 가족의 내부질서와 친족관계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음을 들어 친손입양을 불허한 대법원 2017. 03. 17.자 2016스138 결정을 구시대의 관념으로 몰고 불분명한 본인의 복리를 최우선가치로 내세운다. 이어서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개인과 가족의 자율적 결정권의 존중을 판시한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판결을 제시하여 그러한 혼란과 본인정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추단하여 입양을 불허하는 것은 입양관계인의 판단과 선택권을 무시하는 결과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입양관계인이 본인은 아니다. 대상결정에서 친손입양의 요건이 되는 부모관계의 완전한 단절에 관한 논거가 부족하다. 또한 입양의 무효, 취소와 파양을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다. 끝으로 대상결정을 관철하려면 입양하는 조부모측의 종전 친족관계가 종료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Ⅳ. 마치며

    대상결정은 본인의 복리의 이름으로 일반입양에 의한 친손입양을 일반화한다. 그러나 친손의 일반입양을 배척하고 친양자 입양으로 유도함이 옳았다는 아쉬움이 든다. 의욕을 앞세워 신분세탁을 용인한 대상결정은 법실증주의적이며 계몽주의적·유물적이다. 재판은 미래를 선도하는 정책이 아니다. 법관은 조리(Natur der Dinge)와 자연법적 질서에 터잡은 일반상식을 가져야 한다.


    이진기 교수(성균관대 로스쿨)


    리걸북스

    더보기

    리걸에듀

    더보기

    리걸인사이트 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