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가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에 앞서 필요한 경우 사건 관계인 등을 심문할 수 있도록 대법원이 형사소송 규칙 개정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작심 비판했다.
차호동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 검사는 8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최근 발표된 대법원의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규칙안 입법예고에 대해 "소추와 재판을 분리한 우리 헌법체계에 반하는 조치이자, 인권보호에 역행하며 공정한 형사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문 기일을 정해 압수 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제58조의2 제1항)'는 조항과 '검사는 심문기일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제58조의2 제2항)'는 조항 등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차 검사는 "이 같은 개정안은 19세기 이후 근대형사사법체계에서 이미 극복한 규문주의 체계, 이른바 '사또 재판'을 21세기에 다시 도입하려는 것"이라며 "우리 헌법이 정하는 형사사법체계와 맞지 않고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듯 해 대표적인 문제점을 나열해보겠다"며 글을 시작했다.
차 검사는 우선 개정안이 소추와 재판을 분리한 한국의 헌법체계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정안은 법관이 필요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사람을 임의로 심문할 수 있다고 규정해, 실절적으로 법관이 수사의 개시여부, 진행여부, 수사의 방향에 개입할 수 있게 돼 소추와 재판을 분리한 우리 헌법상 형사소송체계와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관이 수사 초기 단계에서 경찰 수사관들을 법정에 세워놓고 수사 브리핑을 듣는 장면은 그 자체로 우리 형사소송체계상 상상하기 어려운 생경한 장면이다"라고 했다.
또 "개정안이 법률에 근거 없이 임의로 법관이 심문기일을 정해 수사 담당자를 누구든 맘대로 만나 진술을 청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부분은 형사절차가 법률에 규정돼야 한다는 형사절차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짚었다.
개정안이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게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도대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구냐"며 "경찰일까, 검사일까, 압수물의 위치를 알려준 정보원일까 또는 고소인일까. 피압수 당사자를 불러 심문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조항은 그 자체로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했다.
차 검사는 "개정안이 피압수자의 권리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반박은 논리적이지 않고, 사법부가 수사단계에 개입하는 것은 결국 프랑스 혁명 이전 형사사법체계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에 대해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에 대해 대법원 측과 의견 조율을 한 적이 없고, 개정안이 통과되면 수사 정보가 외부에 유출돼 수사 과정에 심각한 장애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개정안에 대해 다음달 14일까지 의견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