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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불속행 급증… 변호사업계 '곤혹'

    올들어 상고심 사건의 70% 육박… 기각이유조차 몰라

    류인하 기자 acha@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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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는 사건이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 올해 상고심 사건의 70% 가까이가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고인 10명 가운데 7명은 제대로 된 판결문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심불’사건이 증가한 근본 이유는 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야법조계에서는 ‘불의타’를 당한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심리불속행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 올해 심리불속행 기각률 69.5% 기록=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심리불속행으로 처리된 사건은 전체의 69.5%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사소송의 경우 이 기간 동안 처리된 3,474건의 67.4%인 2,344건이 심불로 처리됐다. 이는 지난해의 63.3%에 비해 4.1%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심리불속행 기각률은 2005년에는 59.0%, 2006년 58.5%, 2007년 61.3%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표 참조>



    행정소송은 2005년에는 61.4%, 2006년 65.8%, 2007년 74.2%, 2008년 70.8%였으며 올해 들어서는 4월까지 74.2%를 기록하고 있다. 가사소송은 2005년 75%를 기록한 이후 2006년 79.6%, 2007년 85.5%, 2008년 87.7%였고 올해 같은 기간에는 84.1%가 심리불속행으로 처리됐다.

    특허소송은 2005년 전체 처리건수 292건 가운데 31.2%인 91건이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됐으나 2006년에는 40.3%로 급증한 데 이어 2007년에는 61.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는 64.3%가 심리불속행 기각됐고 올해 들어서는 70.1%를 기록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도 지난해에 비해 심리불속행 건수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변호사, “수임료 돌려줄 수도 없고…” 곤혹= 이처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되는 사건이 증가하자 변호사업계는 울상이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변호사에게 그야말로 ‘불의타’다. 선고일을 미리 알 수 없고 어떤 이유로 기각됐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문에는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하여 이유 없다. 위 법 제5조에 입각해 상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라는 문구가 짤막하게 적혀있을 뿐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심리불속행 기각판결문이 송달돼 오면 클라이언트들한테 엄청나게 쪼인다”며 “기각된 사실도 모르고 있는데 왜 졌냐고 물어보면 솔직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심리불속행의 근본적인 문제는 내가 왜 졌는지를 모른다는 데 있다”며 “딱 몇 줄로 심리불속행 기각판결을 한다고만 나올 뿐 왜 이런 판결이 나왔는지는 변호사조차도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로펌의 한 변호사도 “클라이언트들이 심리불속행 기각된 판결문을 들고와서 항의를 하면 솔직히 그냥 수임료를 돌려줄까란 생각도 한다”며 “차라리 상고허가제를 다시 도입하는 게 나을 것 같단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변호사도 법률가의 시각에서 기존 판례 등에 비춰봤을 때 아무리 주장해도 뒤집힐 수 없는 게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며 “그렇지만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해도 본인이 대법원까지 가서 판단을 받아보고 싶다는데 딴 사람한테 가라고 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대해 대법원의 한 재판연구관은 “상고기각이나 심리불속행이나 결과적으로는 똑같지만 새로운 쟁점이 없고 단순사실정리에 불과한 사건에 대해서까지 시간을 할애하기에는 대법원이 처리해야할 사건이 지나치게 많다”며 “아무리 짧은 주문이라도 일단 상고기각을 하게되면 심리불속행 기각보다 적어도 5배 이상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데 그것을 다 처리할 인력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재판연구관은 “심리불속행으로 끝나는 사건이라도 수십쪽 분량에 이르는 연구검토가 이뤄지고 대법관 합의도 거친다”고 말했다.

    ◇ 재야법조계, “심불대상 구체화하고, 인지액 반환해야”=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심리불속행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조정 등 ADR제도를 활성화해 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을 줄이고, 사실심을 강화해 상고를 억제하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상소심 개선방안에 대한 사법정책 연구보고서’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 한국민사소송법연구회로부터 국내 심급제도의 재편방향 등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받아 최근 책으로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고심은 공공이익을 중시하는 법률심인 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건에 한해 법원이 판단해야 한다”며 “상고허가제를 도입해 법의 형성 및 발전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상고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폐지된 상고허가제를 부활하는 방안 역시 3심을 다 거치지 않더라도 재판받을 권리가 확보될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한 사회적 논란과 반발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국민들이 대법원까지 사건을 가져가는 이유는 하급심판결에 승복을 못하기 때문”이라며 “재판받는 사람이 판결에 승복을 하지 못한다면 상고허가제는 결국 대법원의 업무경감을 위한 편의주의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고허가제’는 상고인이 상고를 원할 경우 대법원이 상고이유서와 원심판결기록을 검토한 뒤 상고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로 지난 81년에 제정됐지만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90년에 폐지됐다. 당시 대법원은 상고심사건 가운데 15~25%만 상고를 허가했다.

    이와 함께 단기적으로는 심리불속행제도 자체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심리불속행 여부가 대법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심리불속행 사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3조1항 5호의 ‘중대한 법령위반’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당사자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소가가 일정 규모 이상이거나 1심과 2심의 결론이 다른 경우에는 심리불속행 기각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할 때에는 인지액의 일정부분을 환급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심리불속행= 대법원이 법률심으로서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하고 법률관계를 신속하게 확정시킬 목적으로 제정된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사유가 없을 경우 대법원이 상고심 사건을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곧바로 기각해 추려내는 제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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