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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좌담회] 한국로펌 프로보노의 현황과 과제

    대형로펌 프로보노 활동 참여 확대… 전담 변호사 둬야
    공익활동 관리·평가·중개하는 컨트롤 타워 운영 필요

    박지연 des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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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우리나라 로펌의 프로보노 활동은 내용과 범위, 성과에서 괄목한 변화가 있었다. 지난 3년간 공익활동을 전담하는 변호사가 8명이나 나왔고, 대형로펌도 공익활동위원회를 설치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로펌의 프로보노 활동을 도맡아 관리·운영하는 공익전담변호사를 둔 로펌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형로펌들이 영리활동에는 적극적이면서 변호사의 기본 사명인 공익활동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률신문과 재단법인 동천은 미국에서 프로보노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 프로보노 인스티튜트(PBI)를 이끄는 에스더 라던트 회장과 미국 대형 로펌의 데이비드 래시 공익전담변호사, 국내 공익전담변호사, 법학자를 초청해 '한국 로펌 공익활동의 현황과 과제-미국의 사례와 국내 로펌의 공익활동 개선방향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프로보노를 활성화하기 위한 특별좌담회를 열었다.<편집자주>



    로펌 사회공헌 활동
    프로보노와 달라

    황필규 변호사(사회)= 최근 프로보노(Pro bono) 활동에 국내 로펌들의 관심이 부쩍 커졌다. 그런데 우리 로펌은 공익소송 등의 법률적 지원보다는 기부나 봉사활동과 같은 사회공헌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프로보노는 사회공헌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먼저 미국과 프로보노 인스티튜트(PBI)에서는 어떤 활동을 프로보노로 인정하는지 들어보고 우리나라의 프로보노의 개념에 대해 논의해 보겠다.

    라던트 회장= 프로보노 활동이란 공익소송은 물론 정책개선이나 입법지원 등 법률적인 방면의 활동을 말한다. 사내변호사에 대한 멘토링이나 고객에 대한 서비스 등 사회공헌 활동은 비(非)법률적인 활동이므로 이런 활동을 프로보노 영역에 포함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데이비드 래시 변호사= 미국변호사협회(ABA)는 법률적인 공익활동에만 국한하지 않고 프로보노를 폭넓게 정의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미국 로펌들은 PBI가 만든 좁은 의미의 프로보노 정의를 따른다. PBI는 '변호사 자격증이 있고 법교육을 받은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법률적인 일'로 한정한다.

    양동수 변호사= 우리나라에서는 변호사법과 관련 규정에서 공익활동 의무시간으로 연간 30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변호사에게 의무시간을 부여한 것은 미국보다 변호사의 공적 책무를 더 높게 인정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법에서 인정하는 공익활동의 범위는 넓은 편이다. 공익단체 임원, 변호사회 임원이나 위원으로서의 활동, 변호사회가 설립한 재단에 기부하는 행위까지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프로보노'는 사회적 약자에게 무료로 공익소송이나 자문을 해주는 변호사의 공익 활동을 말한다. '프로보노 변호사'는 주로 파트타임으로 공익활동에 참여한다. 이와 달리 로펌에서 변호사들의 프로보노 활동을 관리하고 풀타임으로 공익활동을 맡아 수행하는 변호사를 '공익전담변호사(Pro bono Counsel)'라고 한다. 한편 '공익변호사'는 로펌이 아닌 공익변호사단체에서 프로보노와 법률서비스 대상자를 중개해주고 변호사들이 프로보노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PBI가 로펌의 프로보노를 인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라던트 회장= PBI는 로펌의 프로보노 활동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에 부합하는 활동만을 프로보노 활동으로 평가한다. PBI가 로펌 프로보노 챌린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처음 프로보노의 개념을 정의할 때 논란이 많았다. 로펌 대표들과 사내법무팀 변호사가 정의하는 작업을 했다. PBI는 기부를 프로보노 활동으로 인정하지 않고 로펌의 연간 총 비용청구시간(Billable hour)의 3~5%를 프로보노에 할애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 밖에도 PBI는 로펌이 수행한 프로보노 활동의 의미, 참여자의 다양성 등을 검토해 프로보노 활동으로 인정한다. 한국도 호주, 미국, 홍콩처럼 로펌의 대표들이 모여 자율적으로 공익활동의 정의와 범위를 논의하기 시작한다면 프로보노에 대한 공통된 관점을 가지고 프로보노에 대한 정의를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140개 로펌
    PBI 가입해 적극 활동

    사회= 미국도 공익활동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로펌의 프로보노가 자리를 잡고 변호사들도 이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겪었나.

    라던트= PBI는 1996년 대형로펌과 기업 사내 법무팀, 공익단체들과 협력해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프로보노 활동을 통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법조계의 프로보노를 활성화하기 위해 세워진 비영리기관이다. PBI는 초창기에 대형 로펌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주(州) 단위로 대형로펌을 찾아다니며 프로보노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또 프로보노에 대해 회의적인 젊은 변호사들에게 성공적인 사례를 소개하며 설득했다.

    래시= 대표변호사들이 먼저 프로보노 활동을 하면 소속 변호사들이 마음 놓고 참여할 수 있다. 또 공익활동의 중요성을 알릴 뿐 아니라 프로보노가 활성화된 로펌에 더 많은 변호사가 지원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로펌들은 '프로보노 챌린지 프로젝트'에 가입해 PBI가 정한 프로보노 기준에 서명하고 매년 프로보노를 수행한 결과를 보고한다. 초기에는 46개 로펌만이 가입했지만 현재는 140개가 넘는 로펌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 10대 로펌
    공익전담변호사 둬야

    래시= PBI는 주로 200명 이상의 대형로펌을 중심으로 일하고 있다. 중형로펌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대형로펌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중소로펌도 프로보노에 대한 사명의식이 있기 때문에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면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 국내 10대 대형로펌의 변호사 숫자는 전체 로펌 변호사 숫자의 30% 이상이고 전체 법률서비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런 영향력과 사회적 책임에 비춰 대형로펌은 프로보노 활동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고, 적어도 10대 로펌은 공익전담변호사를 둬야 한다. 중소형 로펌은 파트타임 전담변호사를 두면 좋을 것 같다.

    염= 동의한다. 로펌에 공익전담변호사(probono counsel)를 둬 로펌의 프로보노 활동을 관리하고 외부 기관과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로펌 밖에서는 공익활동을 관리·평가·중개하는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가 필요하다. 컨트롤 타워는 로펌의 프로보노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로펌을 평가한다. 또 로펌 프로보노의 활동 영역 별로 매뉴얼을 만들고 교육을 해 프로보노를 자문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로펌에 프로보노에 관한 소송이나 자문사건을 연결해주는 프로보노 중개자 역할이 필요하다. 평가와 교육, 자문은 대한변호사협회가, 프로보노 중개는 공익활동 기관이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홍성수 교수= 한국에는 변호사를 100명 이상 보유하고 있는 대형로펌이 10곳이 채 안된다. 최소한 100명은 돼야 공익전담 변호사를 둘 수 있는 여건이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100명 이하의 중소로펌들이 프로보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염= 개인 변호사들의 프로보노 활동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변호사들을 제외하고는 개별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변호사의 공익활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미국과 같이 공익변호사단체가 활성화돼야 한다. 공익변호사단체는 로펌 변호사들이 쉽게 프로보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난민소송, 장애관련 기획소송 등 특정 공익법 분야의 프로보노 활동을 발굴해 변호사에게 연결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공익변호사단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금 마련과 제도적인 뒷받침, 로스쿨에서의 공익변호사 양성 등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또 공익활동에 열심히 참여한 변호사들이 판·검사 또는 여타 공직자로 임용될 수 있도록 법조일원화의 전면적 도입과 공익활동에 대한 사회적 보상책 마련이 필요하고, 정부나 변협 차원에서 변호사 프로보노의 중요성을 계속적으로 환기시키고 시상을 하는 등 사회적 인정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대형로펌 이익충돌 문제,
    프로보노 곤란

    사회= 우리나라 로펌이 프로보노 활동을 하는 데 겪는 어려움을 짚어 보겠다. 대형로펌의 상당수가 정부기관을 자문하고 있어 자문기관의 이익과 상충되는 공익소송을 맡는 상황이 생긴다.

    양= 우리나라 로펌 프로보노의 고민은 변호사들이 프로보노 활동을 하고 싶어도 무슨 일을 해야할 지 모른다는 점이다. 또 법률지원을 받는 시민단체들은 외부의 공익변호사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 어려운 점이 많다. 시민단체들은 로펌과 협력하는 데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법률부서가 없는 시민단체는 프로보노 활동 대신 기부를 요구하기도 한다.

    라던트= 미국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일반적으로 시민단체들은 로펌의 프로보노 취지에 의심을 가지고 있고 법률서비스를 받을 준비가 덜 돼있다.

    양= 프로보노 서비스를 받은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프로보노가 무료 법률서비스이고 이해 관계자가 많다 보니 영리 사건보다 결과물이 더디게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프로보노의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지 고민된다.

    에스더= 물론 의뢰인들이 불만을 제기한 적은 있지만 프로보노 활동에 감사를 표한 것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의뢰인의 만족도도 중요하지만, 프로보노 사건과 영리 사건이 겹쳤을 때 동등하게 취급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래시= 이익충돌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영리 의뢰인과 프로보노 의뢰인을 똑같이 대우하고 있다.  이익충돌이 없는 로펌이 공익소송을 담당하는 것이 더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경우 프로보노 중개자들이 프로보노 변호사 이메일 목록을 회람해서 이익이 충돌하지 않는 로펌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면 의뢰인의 이익충돌을 예방할 수 있다.



    프로보노는
    로펌이 돈버는 밑거름

    홍= 미국에서는 로펌들이 프로보노 활동에 경쟁이 붙어 프로보노가 빠른 속도로 활성화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로펌들 간의 경쟁은 치열하지만 아직까지는 프로보노 활동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로펌 프로보노 활동에 순위를 매겨 로펌 평가기준으로 자리 잡는다면 프로보노 활동이 놀라운 속도로 활성화될 것이다. 미국 로펌이 프로보노 분야에서 경쟁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는 로펌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우수인력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소속 변호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래시= 홍 교수가 지적한 모든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은 '돈'이다. 무료 공익활동이 돈을 가져다 준다고 하니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일의 파급효과는 크다. 주지사나 정치인이 격려하고 기자들이 로펌이 하는 좋은 일을 취재해 언론에서 알아서 홍보를 해주니 명성에 큰 도움이 된다. 또 비용을 들이지 않고 변호사를 훈련시킬 수 있다. 거물급 클라이언트가 함께 일하고 싶어할 것이고 우수한 인재도 로펌에 관심을 가져 궁극적으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 물론 돈이 아니라도 로펌들은 프로보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보노 활동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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