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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63주년 특집] ACP 도입 법조계 반응은

    미·영·프랑스 등서 도입… 국제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
    "실체적 진실발견에 장애"… '무한 인정'에는 의견 대립

    임순현 기자 des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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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약품을 제조·판매하는 A회사는 영업사원들이 거래처에 리베이트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와 관련된 법적 리스크를 판단하고 리베이트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변호사 B에게 내부조사를 위탁했다. B변호사는 A사의 전체 영업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조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거래처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있는지를 물었다. 일부 영업직원들과는 인터뷰를 진행해 메모를 작성했다. B변호사는 영업직원들의 답 메일과 인터뷰 메모를 종합해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를 A사의 사내변호사 C에게 전달했다. 이후 A사 영업직원들의 리베이트 관행을 인지한 공정거래위원회가 A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사내변호사 C의 컴퓨터를 검색한 결과 B변호사가 보낸 답 메일과 인터뷰 메모, 보고서를 발견했다. 공정위는 이 자료들의 열람을 시도했고, A사는 변호사로부터 법적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하지만 현행법상 A사가 공정위의 열람을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우리 현행법은 변호사의 증언거부권과 압수거부권은 인정하고 있지만, 의뢰인에게 변호사와의 의사교환의 공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변호사-의뢰인 특권(ACP)'이 도입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공정위는 A사의 의사에 반해 변호사와의 의사교환 내용과 변호사가 A사를 위해 작성한 자료의 열람을 요구할 수 없다.

    이처럼 ACP가 도입되면 변호사뿐만 아니라 의뢰인도 변호사와 의뢰인 간 의사교환의 비밀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이나 영국 등 많은 국가들이 이미 ACP를 도입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변호사들의 국제 경쟁력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인들 "의뢰인이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비밀유지 권한 필요"=
    지난달 26일 개최된 공청회에 참석한 법조인들은 한목소리로 ACP 도입을 촉구했다. 법조인들은 의뢰인의 비밀을 충실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의 의사교환 등을 공개할지 여부를 의뢰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하고, 의뢰인의 의사에 반해 공개된 자료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뢰인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뢰 내용을 보호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공청회에 발표자로 참석한 최승재 서울변회 국제이사는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의 의사교환을 비밀로 보장하는 것은 의뢰인이 충분한 법적 조력을 받도록 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며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의 의사교환의 비밀이 보장되지 않으면 의뢰인은 변호사에게 사실 및 증거를 충분히 전달하지 않게 돼 충분한 법적 조력을 받지 못함은 물론, 사회 전반적인 준법 수준 및 법치주의 수준도 하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인진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도 "변호사가 자기 사건에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다른 사건의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의 사건 수임 경위와 변호사가 수행한 업무의 내용, 수임료 등에 관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소송법상 사실조회 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무비판적으로 채택한 일을 목격한 적이 있다"며 "우리사회는 물론 법조계 내부에서도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의뢰인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뢰내용 보호할 수단 필요
    ACP제도 도입 않으면 美진출 우리기업 법적분쟁 때 불리

    ◇영미 로펌과의 경쟁력 확보 위해서도 필요= ACP가 도입되면 국내 변호사들이 이미 ACP를 도입한 국가의 변호사들과 공평한 출발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ACP를 도입한 미국과 영국의 로펌들이 한국 변호사들을 선임한 의뢰인은 대한민국 현행법상 ACP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영업전략으로 내세운다는 소리도 들린다.

    최 이사는 "국내기업과 국내변호사 사이의 의사교환에 대한 ACP 인정 여부가 미국에서 문제가 될 경우에 미국 법원은 대한민국법에서 ACP의 준거법을 확인한 뒤 대한민국에서는 ACP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내기업의 ACP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법률시장이 개방된 환경 속에서 국내변호사가 실력 외적인 이유로 차별을 받는 일을 최소화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증가하고 있는 법률시장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ACP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용식 법무법인 다래 대표변호사도 "ACP 제도가 도입되지 않으면 증거개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국내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한 내용이 비밀로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미국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국내 기업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 있다"면서 "ACP 제도는 단순히 의뢰인의 권리를 더 보장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미법계의 특유한 제도, 실체적 진실 발견에 장애" 지적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영미법계 특유의 제도인 ACP를 대륙법계인 우리나라에서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증거개시절차나 당사자주의가 인정되는 영미법계의 특수한 상황에서 인정되는 제도를 대륙법계인 우리나라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최 이사는 "우리나라의 형사절차가 어떤 구조인지를 불문하고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의 비밀 의사교환 등도 제한 없이 압수할 수 있도록 하는 현행법의 태도는 무기대등의 원칙에 반한다"며 "ACP는 영미법계의 특수한 요청이 아니라 법치주의와 적법절차, 기본적 인권의 보장 등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사기관의 수사권이나 행정기관의 조사권이 지나치게 많은 제한을 받아 실체적 진실 발견이 어렵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최 이사는 "형사소송법이 발견하고자 하는 실체진실은 적법절차가 보장되는 가운데 발견되는 실체진실"이라며 "변호사의 충분한 법적 조력은 수사나 행정조사 절차에서 최소한의 무기대등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ACP를 무제한으로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예외 규정을 따로 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최 이사는 "변호인과의 의사교환 내용의 공개를 거절할 권리의 주체인 의뢰인이 권리를 명시적, 묵시적으로 포기하는 경우에는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 광범위한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며 "의뢰인이 범죄 또는 사기를 행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변호사의 법적 조력을 얻은 경우에는 법원이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해 우리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권리남용 금지 법리를 적용해 해결하면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재중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ACP가 실체적 진실 발견에는 장애가 될 수 있어 구체적 타당성 면에서 꼭 필요한 권리인지는 사안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ACP가 도입되더라도 이를 주장할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미법계 특유 제도… 대륙법계 한국서 적용여부는 의문
    의뢰인이 범죄 등 목적일 경우는 신의성실 원칙으로 해결

     
    ◇미국와 영국은 물론 독일과 프랑스도 도입= 현재 ACP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국가로는 미국과 영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변호사-의뢰인 특권(Attorney-Client Privilege, ACP)'과 '소송준비자료 개시면책제도(Work Product Rule, WPR)'로 의뢰인이 변호사와의 의사교환의 공개를 거절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ACP와 유사한 WPR는 증거개시절차와 기타 강제적인 증거개시로부터 변호사의 소송준비자료를 면책시키는 제도다.

    최 이사는 "소송 천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는 일찍부터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의사소통을 통해 취득된 정보가 의뢰인의 이익에 반해 강제적으로 공개되지 않도록 법적으로 보호함으로써 변호사가 의뢰인으로부터 법률문제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변호사제도를 발전시켜 왔고 그 근간에 ACP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도 '변호사 특권(Legal Professional Privilege, LPP)'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전부터 인정돼 왔다. LPP는 소송 관련 여부를 불문하고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 법률조언을 주거나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교환을 보호하는 '법률조언특권(Legal Advice Privilege, LAP)'과 소송을 목적으로 행해진 의뢰인이나 변호사와 제3자 사이의 의사교환을 보호하는 '소송특권(Litigation Privilege, LP)'으로 이뤄진다.

    최 이사는 "영국에서 LPP는 단순히 소송절차에서만 적용되는 절차적, 증거법적 권리를 넘어 경찰이나 금융당국 등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기 위해 주장할 수 있는 실체법적 권리임과 동시에 의회 입법에 대한 법원의 사법심사 기준으로 인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대륙법계 국가에도 ACP와 유사한 제도가 있다. 독일은 연방변호사법에 '변호사의 비밀유지의무'를 규정했을 뿐만 아니라 형법에는 '사적비밀의 침해', 형사소송법에는 '직업상 비밀 준수자의 증언거부권'과 '압수금지대상', 민법에는 '인적사유로 인한 증언거부'를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도 변호사와의 의사교환을 직무상 비밀로 보호하고 있다. 우리와 법체계가 유사한 일본은 지난 2009년 독점금지법 개정과 관련해 '변호사비닉(秘匿)특권(ACP)'도입 여부를 논의했으나 도입에는 실패했다.

    이번 공청회에는 김광년 변호사의 사회로 최승재 국제이사가 주제발표를 했다. 토론에는 정인진 바른 대표변호사와 조용식 다래 대표변호사, 김재중 충북대 로스쿨 교수, 김락현 법무부 법무과 검사, 김병일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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