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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지배인'에 대한 법원 심사 강화해야

    대한변협 '상법상 지배인제도 개선' 토론회
    보증보험·카드회사 등서 지배인 등기제도 남용
    지배인 소송대리 작년 사상 처음 2만 건 넘어
    상당 부분 '가장 지배인'에 의한 소송… 대책 절실

    임순현 기자 des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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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가장(假裝) 지배인을 통한 편법적 소송 수행이 만연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기억(52·사법연수원 28기) 대한변호사협회 사업이사 등 법조인과 전문가들은 23일 역삼동 대한변협회관 18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상법상 지배인제도 개선에 관한 토론회'에서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장 지배인의 소제기를 억제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지배인은 영업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이 없는 직원을 상법상 지배인으로 등기한 후 소송행위를 전담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상법은 제11조에서 상인은 지배인을 둬 영업주를 갈음해 영업에 관한 재판상 또는 재판 외 모든 행위를 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장 지배인에 의한 소송제기 만연=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배인이 소송대리인이 돼 소송을 수행한 사건수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만 건을 넘었다. 2009년 1만5566건, 2010년 1만1875건, 2011년 1만321건, 2012년 1만4075건이었던 것이 지난해 2만2683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올해도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총 1만1348건에 달하고 있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인들은 지배인의 소송제기 건수가 폭증한 것은 가장 지배인에 의한 소송제기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 이사는 "소송건수가 많은 보증보험회사나 일반 보험회사, 카드회사, 채권추심회사 등이 규모의 대소를 불문하고 광범위하게 지배인 등기제도를 남용해 직원에게 소송을 전담시킨 결과"라고 주장했다. 김홍엽(60·10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도 "실무에서 실질상 지배인이 아님에도 지배인등기가 돼 있다는 것만으로 법률상 소송대리인으로서 소송대리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한변협이 지난 6~7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변호사 135명 중 78명(57.8%)이 가장 지배인으로 의심되거나 실제 가장 지배인 상대방과 소송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박 이사는 "동일한 영업소 내에 여러 명이 지배인으로 등기되거나, 지배인 등기를 하면서 소송업무에 관한 대리권만을 부여하는 대리권제한규정을 두거나, 지배인이 채권추심팀이나 송무팀 등 영업과 무관한 부서 소속인 경우에는 대부분 가장 지배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법원,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 소 각하해야"= 법조인들은 가장 지배인에 의한 소송제기는 법 위반이므로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 이사는 "지배인으로 등기돼 있지만 실제로는 지배인의 실체를 갖추지 못한 경우에 그가 행한 소송대리행위는 형사법적으로는 변호사법위반의 문제가, 소송법적으로는 대리권 없는 자의 소송행위로 무효 또는 부적법한 소인지 여부가 문제된다"고 지적했다.

    법원도 오래 전부터 가장 지배인에 의한 소송대리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978년 12월 선고한 판결(78도2131)에서 "변호사 사무원으로 있으면서 3개 회사의 지배인으로 등기된 것은 그 회사들이 순전히 변호사가 아닌 자로 하여금 그 회사의 소송사건을 맡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각 회사의 지배인을 가장한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또 가장 지배인의 소제기는 대리권 흠결로 각하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민사지법은 1985년 12월 선고한 판결(85가단6904)에서 "지배인의 실체를 갖춤이 없이 오직 소송의 편의만을 위해 지배인으로 등기한 자의 소제기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박 이사는 "지배인이 아닌 자의 소송대리행위는 민사소송법상의 기본원칙인 변호사대리의 원칙을 침해하고 범죄행위에 해당하므로 본인에 의한 추인도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법원이 심사 강화해야"= 법조인들은 가장지배인의 난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지배인에 대한 법원의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상대방이 가장 지배인이라고 지적하는데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에 대한 심리조차 제대로 행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법원은 가능한 한 재판 초기에 지배인 자격 또는 권한을 심사하고 필요한 때는 소송대리인이나 당사자본인 등을 심문하거나 관련 자료를 제출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흥권(45·24기)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법원은 지배인등기만을 제출받아 형식적인 자격 유무만을 확인하는 관행에서 탈피해 소장 접수나 답변서 제출 시에 실질적인 자격을 갖춘 지배인임을 뒷받침하는 서류들을 제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예 지배인에 의한 소송대리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노영희(46·36기) 대한변협 수석대변인은 "상법상 지배인 제도는 1962년 우리나라에 변호사 수가 현저히 적어 모든 소송대리를 아우르지 못했을 때 생겨난 제도"라며 "2만 명의 변호사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는 맞지 않은 제도"라고 말했다. 김재홍 법률신문 차장도 "가장 지배인의 소송 관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상법 제11조에 규정된 '재판상'이라는 문구를 삭제해 지배인이 더 이상 소송을 수행할 수 없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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