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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의 역할, 법관의 역할

    김지향 지원장 (공주지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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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하여 병원을 찾은 적이 있다. 다행히 친절한 의사를 만났다. 그 분은 사고 경위에 관한 두서 없는 나의 설명을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었고 가벼운 엄살에도 잘 호응해주었음은 물론 생활 속 유의점에 대한 환자의 호기심도 꼼꼼히 해결해주었다. 치료 경과가 좋기도 했고, 과정에 대한 좋은 기억 덕분에 사고 후 얼어붙었던 마음이 점차 누그러질 수 있었다.


    조금 성격은 다르지만, 법원도 당사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 찾는 곳이다. 전체 민사사건의 70% 이상이 나홀로 소송이라서, 법관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고 분쟁을 해결하려는 당사자의 숫자는 꽤 많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이나 외국인 등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대상이 아닌 이상, 법관이 적극적 진료행위를 하는 친절한 의사처럼 행동하는 것은 직무 외관의 공정성의 관점에서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법정이라는 공간에서는 당사자가 경험한 유일무이한 사건의 기억이 그 의미가 다소 희석된 채 드러나기 마련이다. 한정된 변론 시간과 법률요건, 소송절차라는 제약 때문이다.

    일생에 단 한 번 경험하는 재판일 수 있기에, 그리고 법원에 오기까지 이미 분쟁으로 충분히 고통 받았을 당사자들이기에, 절차에서 만큼은 충분히 기회를 드리고 그 마음을 헤아려 드리고 싶다. 하지만 공평무사하면서도 양쪽에 모두 친절함을 유지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면, 법원은 전자를 택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두 가치 모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은 당연하지만, 인간이 가진 어쩔 수 없는 능력의 한계로 인해 빈틈이 생긴다. 따뜻하고 헌신적인, 내가 만났던 친절한 의사선생님과 같은 훌륭한 소송대리인들이 점점 그 빈틈을 더 많이 채워주기를 희망해본다. 그것이 적절한 역할 분담일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본다면 소송구조 제도의 적극적 활용은 법원이 제 역할을 다 하기 위한 하나의 조건으로 이해될 수도 있겠다.


    김지향 지원장 (공주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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