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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의료용 마리화나법으로 보는 미국의 입법 과정

    박영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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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달 전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한 가든 그로브시의 주민 공청회를 참관하게 되었다. 공청회는 가든 그로브시 내에서 의료용 마리화나 판매와 사용을 합법화할지를 의논하기 위해서 열렸다.

    가든 그로브시는 인구 십칠만 명에 평균 육만 달러 정도의 일인당 가계 경제수준을 가진 중산층으로 이루어진 도시이다. 한때 가든 그로브시는 오렌지카운티에서 대표적인 한인 상권과 거주지가 있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5년 사이 한인들이 조금씩 시를 빠져 나갔고, 그 빈자리를 베트남계 미국인들이 채우고 있다.

    공청회 방식은 원하는 사람에게 3분 동안 발언의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약 70명이 넘는 시민과 시장, 시청직원들이 모였다. 두 시간 넘게 진행된 이 주민공청회는 미국의 지방자치제를 통해 어떻게 행정법을 만드는지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현재 미국의 24개주와 워싱턴 DC지역에서는 치료를 위한 마리화나 사용을 합법화하고 있다. 즉, 의사의 처방전이 있다면 정해진 마리화나숍에서 합법적으로 마리화나를 살 수 있다. 아무 병이나 되는 것은 아니고, 암이나 간질 등 법적으로 허락된 병에 대해서만 처방전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마리화나숍들은 마리화나를 팔기위해 해당 관청으로 부터 사업자 등록증을 받아야 한다.

    의료용 마리화나법이 캘리포니아 주에서 처음 허용된 것은 1996년 Compassionate Use Act라는 법령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의료용 마리화나법은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가져 왔다. 불법 마리화나숍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사람들이 마리화나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어 마약사용률이 늘어났고, 환각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교통사고율이 증가했다. 물론 이런 사회적 현상이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2013년경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은 판례법을 통해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을 허락하고 그것을 어떻게 규제할지 행정법을 만드는 권리는 미국의 가장 작은 행정구역 단위인 '시'가 가진다고 결정했다. 즉, 각 시에 있는 시의원들이 시의회를 통해 마리화나법을 만들 수 있되, 마리화나숍에 대해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면 그에 대해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예산부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든 그로브시에서는 최근 시의회를 통해 마리화나 합법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본다는 의결에 동의하였다. 5명의 의원 중 4명은 이미 여러 곳에서 불법적으로 생기고 있는 마리화나숍에 허가를 주고 세금을 걷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공청회장에 나온 사람 중 근접도시인 산타애나시에서 합법적으로 마리화나를 팔고 있다며 마리화나법을 찬성하는 시민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정직한 비즈니스맨이고, 기회가 된다면 가든 그로브에도 숍을 내고 싶다고 했다. 마리화나 합법화를 지지하는 다른 그룹으로는 병치료를 위해 마리화나가 꼭 필요하다는 주민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은 심각했다. 50명이 넘는 주민들이 순서대로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우선, 의료용이든 레저용이든 마리화나의 사용은 범죄율을 높이고 청소년들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마리화나에 빠져 공부를 하지 않게 되면 학군이 나빠지고, 학군이 나빠지면 중상류층의 사람들이 가든 그로브를 빠져 나가게 되므로,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또 마리화나숍에 세금을 징수해도 결국 범죄예방을 위해 많은 경찰력이 동원되므로 그렇게 모은 세금은 경찰력을 위해 다 쓰이게 된다는 견해도 있었다. 치료를 위해 꼭 마리화나가 필요한 사람의 경우에는 근접 도시에 가서 마리화나를 사용하라는 반박도 나왔다.

    일반 시민들에게서 이렇게 좋은 논쟁을 듣게 된 것이 놀라왔고, 다시 한 번 토론문화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한 번의 공청회로 의료용 마리화나법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11월 대선과 함께 있을 지방선거 때까지, 더 많은 공청회가 있을 것이고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 시의원들은 마리화나 합법화 노력을 접을 것인지 아니면 시민투표를 통해 마리화나법을 합법화하고 세금을 징수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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