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시니어 노트

    질문을 잘 하는 법을 배워라

    김재헌 변호사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 1 박 변호사는 고객으로부터 공정거래법 관련 자문의뢰를 받았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사실관계만으로는 답을 찾기가 어려워서 고객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였다. 몇 차례 질문하고 답을 얻는 과정을 통해서 핵심사실을 좀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뿐 아니라 고객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더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박변호사는 의견서를 작성하였다.

    # 2 홍 변호사는 소송 상대방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서류를 검토하였다. 다소 전문적인 자료여서 그 의미를 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 고객이 직접 확인해주어야 할 사항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홍 변호사는 질문사항을 정리해서 고객에게 보내 주면서 답을 달라고 요청했다. 고객의 답을 확인한 후에 변론의 방향을 잡을 예정이다.

    # 3 김 변호사는 동료변호사들과 소송전략에 대한 내부 회의를 하였다. 각자 생각하는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한 답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회의가 진행되었다.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여러 가지 주장을 할 수 있는데 주장들을 이번 변론기일에 다 할 것인가? 아니면 상대방의 반응을 보면서 순차적으로 할 것인가? 지금까지 확인된 핵심 사실은 무엇인가? 추가적인 입증이 필요한 쟁점은 어떤 것이 있는가? 고객에게 어떤 자료를 더 요구해야 하는가?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서 어떤 대응을 하는 것이 좋은가? 추가적으로 어떤 증거신청을 해야 하나? 회계법인에 의뢰해서 자료에 대한 평가를 별도로 받을 것인가? 등등을 질문하면서 논의를 계속했다. 질문하고 답을 하는 과정에서 그림이 그려지고 방향이 잡혀졌다.

    #4 공 변호사는 외국인학교에 사립학교법이 어느 범위까지 적용 되는가를 검토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정부기관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기로 했다. 공 변호사는 정확한 답을 받기 위해서 어떻게 질문을 구성해야 할지를 깊이 고민하면서 질의서를 만들었다.

    변호사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변호사가 주로 하는 일이 질문을 하는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변호사가 질문하는 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대단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변호사는 법률전문가라고 불리지만, 나는 '질문전문가'라고 부르고 싶다.

    질문은 변호사에게 여러 유익이 있다. 우선 질문은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정리하게 해 준다. 고객이 변호사에게 알려주지 않은 중요사실이 있을 수 있다. 때로는 고객도 잘 모르는 사실관계도 있다. 이것은 질문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해법도 질문을 통해서 찾게 된다. 변호사는 자기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 또는 회의 과정에서의 질문을 통해서 해법을 찾아 나가게 된다. 질문을 하면 생각이 정리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질문을 하면 답을 얻는다. 질문 없이는 답이 없다. 이것이 핵심이다. 정확한 질문은 정확한 답을 끌어내고 애매한 질문은 의미 없는 답을 얻는다. 이런 점에서 정확한 질문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해준다. 또한 질문은 고객과의 대화를 이어주는 수단이다. 대화를 하면서 나의 질문에 대해서 고객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라. 고객에게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서 대화의 질과 방향이 달라진다.

    어떤 변호사가 질문을 잘 할까? 사실관계를 알고 쟁점을 알고 있는 변호사만이 질문을 잘할 수 있다. 잘 알고 있으면 자신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잘 알고 있으면 퍼즐 조각을 찾는 듯한 재미를 느끼면서 질문을 할 수 있다. 반면에 사실관계를 장악하지 못했거나 쟁점을 파악하지 못한 변호사는 질문을 할 수 없다. 어설픈 질문은 변호사의 무지와 무성의를 그대로 드러내 준다. 고객과 회의를 하는데 변호사가 이상한 질문을 하면 고객이 실망한다. 변호사들은 이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 잘 모른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없을 때에는 질문하기를 꺼리게 된다.

    어떻게 하면 질문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첫째, 질문을 잘 하는 방법에 대해서 흥미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변호사에게 질문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들이 이것을 잘 인식하고 있지 않다. 궁금하니까 질문하고, 증인신문을 해야 하니까 질문사항을 준비하는 정도인 것 같다. 그런데 질문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 질문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질문하는 방법을 탐구하기 시작하면 질문을 잘 하는 방법을 스스로 배우게 된다. 질문을 잘 하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질문하기 전에 질문목록을 작성해 보기도 하고, 질문을 잘 하는 방법에 대한 책들도 찾아서 읽게 된다. 이것이 시작이다.

    둘째, 잘 모른다고 시인할 수 있어야 한다. 젊은 변호사들은 모른다고 하면 상대방이 자기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안 된다. 몰라서 묻는 것이다. 모른다고 말하면 상대방은 대체로 도와주려고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상대방도 긴장을 풀고 편안한 상태에서 이야기하게 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변호사가 모르는 것이 계속 될 것 같다는 느낌을 상대방이 갖게 되는 경우이다. 또 알아야 할 상황인 데도 변호사가 모르는 것 같다는 느낌을 줄 때이다. 설사 이런 경우라고 하더라도 모른 채로 있는 것 보다 잘 모른다고 시인하고 적극적으로 답을 얻는 것이 더 유익하다.

    셋째, '왜?'라는 질문과 '그래서?'라는 질문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왜?'라는 질문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게 해 주고 '그래서?'라는 질문은 실제적인 해법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된다. "저 사람은 왜 저런 행동을 했을까?", "왜 이런 문서들이 만들어진 것일까?" 끊임없이 "왜?"라고 질문하고 답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생각하는 훈련을 하게 되고 점점 더 크고 명확한 그림을 그리게 된다. '지금 논의하는 것이 해법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그래서 어쩌자는 말인가?' 아무리 멋지고 훌륭한 내용이라도 해법과 상관없으면 아무 소용없다. '그래서?'라는 질문은 배의 조타기와 같다. 선장이 조타기를 돌려서 배의 진행방향을 잡는다. 마찬가지로 변호사는 '그래서?'라는 질문을 하면서 여러 쟁점들을 해법과 연결시켜 나가게 된다.


    나의 제안: 질문의 중요성을 기억하고 질문을 잘 하는 방법을 연구하라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