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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사생활

    윤배경 변호사 (법무법인 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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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월 ‘클로저(Closer)’라는 프랑스 잡지 표지에 프랑수아 올랑드(Francois Hollande) 프랑스 대통령의 사진이 크게 실렸다. 정장에 흐트러진 코트를 입은 대통령의 전면 사진 오른쪽에 프랑스 여배우 줄리 가예트(Julie Gayet)의 모습도 함께 실렸다. 정작 압권은 그 사진들 하단에 배치되어 있었다. 올랑드 대통령이 오토바이 헬멧을 쓴 사진과 스쿠터를 탄 모습이었다.

    내용인즉, 새해를 맞아 자신의 연인을 만나기 위해 쉽사리 자신을 알아 보지 못 하도록 완전무장(?)을 한 채 야간에 여배우 집을 찾은 것이었다. 스캔들은 프랑스를 흔들었고, 헬멧을 착용한 올랑드의 사진은 해외 토픽 감으로 전세계에 전파되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즉시 “사생활 침해에 대하여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절대 왕정의 구체제를 무너뜨린 시민 대혁명의 나라답게 프랑스 국민 대부분과 정치권 역시 대통령의 사생활은 보장되어야 한다며 이에 동조했다. 강력한 유교적 정치사상의 기반을 가진 우리로서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다.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록된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사관들이 왕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기록했다. 임금의 습생, 취침, 배변기록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근, 전염병, 지진 등 국가적 재앙이 있을 때면 임금은 자신의 부덕으로 인한 하늘의 경고로 알고 근신하였다. 자신의 사적 생활에서도 절제와 절제를 거듭했다. 여기에 제왕의 사생활이란 것이 과연 가능했을까 의문이 생긴다.

    민주화 열망 하나로 군사정권을 무너뜨리고 자생적 민주국가를 수립한 오늘날에도 이런 DNA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다. 대통령단임제 헌법체계가 수립된 이후 역대 대통령이 그의 사생활로 문제된 적은 없었다. 호가호위(狐假虎威)하던 친인척 등 비선들이 임기 말 대통령을 힘들게 한 적은 있었지만 정작 대통령의 사생활은 깔끔하고 담백했다. 예컨대, 노무현 대통령은 회고록을 준비하고 군부대에서 운용하는 골프장에서 가끔 골프를 즐겼다. 이명박 대통령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답게 종교 생활을 영위했고 테니스로 업무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전해진다. 국가 원수로서의 신분과 보안 체계상 제약도 있었겠지만 대통령 자신의 사려와 절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최근 들어 갑자기 대통령의 사생활이 부각되고 있다.

    단초는 박근혜 대통령 측에서 먼저 제공했다. 비선들의 국정 농단으로 검찰 조사를 앞둔 시점에 대통령의 변호인이란 분이 "대통령이기 전에 여성으로서의 사생활도 고려해 달라"고 발언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온 나라가 박 대통령의 사생활에 관심이 쏠려 버렸다. 대통령에 대한 대리처방 의혹, 청와대의 비아그라 구입 등이 박 대통령의 사생활과 연결되었고 마침내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박대통령의 잃어버린 7시간으로 외연이 확장되고 있는 중이다. 박 대통령의 당시 행적을 기사화한 일본 기자를 형사 조치하는 바람에 전세계에 망신을 산 것이 엊그제 같건만, 이제 더 낯 뜨거운 해외 토픽감이 드러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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