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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의 독립과 민주적 정당성

    이인석 고법판사 (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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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가 사회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사이에 사법이 온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건부터, 매주 열리는 촛불집회가 청와대 인근에서 가능한지 여부와 관련한 금지통보 집행정지 사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까지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재판이 없다.

    재판 결과에 따라 큰 이해관계를 갖는 정치세력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재판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고 싶어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행정 권력이 사법부를 길들여 자신들의 정파적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판결을 받아내려고 시도하였다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법부를 자신의 입맛에 맞도록 길들이려 하는 세력이 내세우는 논리는 ‘민주적 정당성’이다.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권력이 그렇지 않은 사법권에 우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권력분립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위험한 생각이다.

    권력분립을 체계화한 몽테스키외(Montesquieu)는 사회적 세력 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사법권을 집행권으로부터 분리하여 독립시킨다. 이러한 의미의 사법권은 존재적 성격보다 기능적 성격이 강조되는 것이고, 그 작용에 의하여 존재가 인식된다. 특수한 권력으로 사법권 자체는 어떠한 사회적 세력의 뒷받침을 받지 않는 ‘무(無)’인 권력을 의미한다. 사법권은 맡은 직무의 속성상 입법권이나 행정권과 같은 방법으로 그 권력의 민주적 기초와 정당성을 확보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선진 각국의 최고법원이 선거에 의하여 구성되지 않는 것이다. 사법권이 국민으로부터 그 권력의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는다는 것은 규범적 권력으로서의 사법권이 국민의 규범적 대표성을 부여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법에 있어서 민주적 정당성의 요체는 국민에 의하여(by the people) 구성되었다는 측면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for the people) 역할에 방점이 있는 것이다.

    사법이 국민을 위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법은 특정한 정치세력에 의존해서는 안 되고 독립되어야 한다. 나아가 선출 방식이 아닌 임명제로 구성된 사법부가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제정된 법을 존중하되, 사법이 담당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역할에 걸맞은 업적을 쌓아야 한다. 다수결, 표결의 원칙에서 소외되는 소수자를 보호하고 이를 위한 절차적인 측면의 보장, 입법의 공백이 있을 경우 차별받는 소수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해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사법부가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으려면 스스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바로 가지고 외부의 풍랑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입법, 행정의 다른 권력기관 등도 다수의 이름을 내세워 자신들의 입맛에 맞도록 사법부를 길들이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시도를 하는 정치세력은 헌법상 권력분립을 형해화하여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을 행사하려는 것이고, 결국 민주적 정당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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