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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해의 사자성어

    하태훈 교수 (고려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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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맘때쯤이면 한 해를 보내면서 의례적이고 상투적인 표현으로 ‘다사다난 했던 한 해‘라고 말한다.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났고 어려움이 많았던 한 해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러나 올 해는 상투적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과거형이 아니다. 현재진행형이고 미래형이다. ’여전히 다사다난하고 새 해에도 그럴 것 같은‘ 세밑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졌고 이제야 하나씩 드러나는, 그야말로 사상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범죄피의자가 되고 형사재판과 동시에 탄핵시계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2016년의 끝자락에 차분히 한 해를 되돌아볼 여유조차 없을 정도로 어수선하고 만신창이가 된 나라 걱정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신년 희망을 그려볼 시간도 없다.

    2015년 12월 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였다. 다사다난했던 2015년을 함축하는 사자성어였지만 그 말은 2016년을 족집게처럼 예견한 듯 했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로 인해 세상이 어지러워져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못하고 있는 2016년을 정확하게 상징하는 키워드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민심의 풍향계는 현 정부 출범 직전 선정된 사자성어, 온 세상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온통 혼탁하다는 거세개탁(擧世皆濁)에서 출발했는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은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으로 나쁜 일을 꾀하는 것을 비유하는 도행역시(倒行逆施), 2014년은 의도적으로 옳고 그름을 바꾸어 놓는다는 의미의 지록위마(指鹿爲馬), 그리고 2015년은 바로 혼용무도였다. 하나같이 부정적인 뜻을 담은 사자성어였다. 사실 2001년부터 사자성어를 선정해 왔지만 긍정적인 사자성어는 한 번도 없었다.

    교수신문이 올해 초 선정한 희망의 말은 용비어천가의 한 구절인 '곶 됴코 여름 하나니'였다. '꽃이 정말 만발하고 열매가 풍성하다'는 뜻이다. 누구나 일하고 그 결실이 골고루 배분되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풍요로운 사회를 희망하는 문구다. 안타깝게도 그 기대는 빗나갔다. 국민의 염원은 꽃과 열매였지만 실상은 의혹이 만발하고 비리와 불의만 주렁주렁 풍성했던 한 해였다. 경제는 추락하고 서민의 삶은 팍팍해졌다. 꽃과 열매는 그림의 떡이었다. 권력의 편을 들고 대통령을 향해 용비어천가를 불러댄 자들만 넘쳐났다. 재벌, 언론, 검찰, 집권여당이 그들이다. 무능한 권력과 그 하수인들로 나라는 결딴나고 말았다.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는 무너져 버렸다.

    2017년은 세계가 놀란 ‘메이드인 코리아, 민주주의’가 열매 맺기를 기대한다. 광장에 만발한 촛불의 힘으로 민주주의가 복원되기를 희망한다. 무능과 부정에 대항하여 치켜든 촛불이 고장 난 민주주의를 수선해야 한다. 민주광장에 펼쳐진 촛불의 용기와 열정이 정치개혁, 검찰개혁, 재벌개혁의 결실을 거두어 훗날 역사에 ‘2016 촛불혁명’으로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2016년 올 해의 사자성어는 국민주권이 실현되는 ‘촛불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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