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 상시채용
  • 기사제보
  • 法臺에서

    뇌물죄 단상Ⅰ

    서동칠 부장판사 (창원지법)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4.jpg

    약 3600년 전 은나라를 세운 탕왕은 왕위에 오른 이후 7년 동안 계속해서 흉년이 들자 6가지 점검 항목을 적은 반성문을 벽에 걸어놓고 하늘에 기도했다고 한다. 그중 다섯 번째 항목이 ‘뇌물이 성행하지 않았는가?’였다. 조선시대 여러 왕들은 국정이 난관에 봉착할 때면 이를 타개할 수단으로 탕왕의 반성문에 몇 가지 항목을 더하거나 빼서 비슷한 방법으로 사용하였는데, 어떤 경우에도 뇌물과 관련된 항목은 빠지는 법이 없었다. 임용한 등이 지은 ‘뇌물의 역사'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뇌물이 나라를 망칠 수도 있는 심각한 병폐라는 경계심이 인류 문명이 태동할 무렵부터 줄곧 이어져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의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았는지, 2007년 출범한 양형위원회가 살인, 성범죄 등과 함께 제일 먼저 양형기준을 설정한 범죄가 바로 뇌물죄였다.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엄정한 양형을 통해 부패의 고리를 끊고 청렴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국민들의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상당기간 동안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수뢰액이 1000만원 이상이면 최하 징역 1년, 3000만원 이상이면 최하 징역 3년에 처한다는 식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양형기준이 만들어졌다. 2008년에는 종전부터 있던 형법상 몰수·추징 규정에 더하여, 징역형과는 별도로 수뢰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반드시 병과하도록 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조항이 신설됨으로써 경제적으로도 크게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뇌물죄 형벌이 더욱 강화되었다.

    법관으로서는 당연히 관련 법률을 따르고 양형기준을 존중하여 형량을 결정하게 되는데, 막상 뇌물사건의 판결 선고가 이루어지는 법정에서는 선고결과를 듣고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실망하는 피고인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때로는 주문을 낭독하고 있는 동안 방청석 쪽에서 낮은 탄식이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이러한 광경은 심지어 양형기준으로 정한 최하한의 형이 선고될 경우에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필자는 형사재판을 하면서 유독 뇌물죄 등 부패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스스로 느끼는 죄의 무게와 국민들이 적정하다고 여기는 형량의 차이가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계속).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