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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아동탈취협약’의 실무적 문제점

    임재성 변호사 (법무법인 해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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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2012년 12월 가입하고 2013년 3월 발효된 ‘국제적 아동탈취의 민사적 측면에 관한 협약’(이하 ‘협약’)에 따른 심판이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배우자 일방이 다른 배우자의 동의 없이 자녀를 타국으로 탈취(고전적 유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부모 일방 또는 후견인 등이 아동을 일방적으로 이동시키거나 또는 유치하는 행위)하는 사례 역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약은 16세 미만의 아동이 불법적으로 탈취된 경우, 아동을 신속하게 반환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속에서 1980년 성안되었고, 2015년 12월 기준 93개국을 체약국으로 확보하여 성공적인 협약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시아의 경우 2015년 12월 현재 중국(홍콩, 마카오만 해당), 싱가포르, 스리랑카, 태국, 한국, 일본 6개국이 가입한 상황이다. 협약은 아동이 탈취 전 양육되던 상거소 국가와 탈취 후 유치되어 있는 국가가 모두 협약에 가입한 경우에 한해 적용되는데(아동의 국적은 관계없음), 최근 국내 법원에서 일본에서 양육되던 아동이 한국으로 탈취된 사건들에 관한 심판들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 역시 한국과 일본에 비슷한 시기에 협약에 가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은 협약에 가입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관련 법령과 실무관행은 ‘아동의 신속한 반환’이라는 협약 취지에 부합하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 협약에 따른 국내 첫 인용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로서, 관련한 실무적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1. 아동소재파악에 있어서 행정당국의 조력이 절실히 요구됨


    아동탈취사건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협약은 ‘신속한 반환’, ‘가장 신속한 절차’ 등을 반복하여 강조하고 있으며(1, 2조), ‘절차개시일 부터 6주 이내에 결정에 이르지 못한 경우’ 당사자가 재판부에게 지연이유에 관한 설명을 요청할 권리까지 인정하고 있다(11조). 외국으로의 탈취는 양육환경이 크게 변화될 수밖에 없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협약에 따른 반환명령이 양육권 본안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절차가 아니라 불법탈취된 아동을 약식 절차에 따라 일단 원상회복시키는 사전처분의 성격을 가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위와 같은 신속한 절차진행 및 판단은 협약의 존재이유라고까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동을 불법적으로 탈취한 자의 국내 소재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고, 이로 인해 신청서 송달이 늦어져 심문기일이 잡히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담당한 사건(이하 ‘본 사건’이라고 함)을 예로 든다면, 신청서 접수일(2015. 9. 18.)로부터 심판(2016. 2. 2.)이 이루어지기까지 5개월이 조금 안 되는 기간이 소요되었는데, 그 중 3개월이 넘는 기간을 주소보정으로 허비하였다. 일본에서 모에 의해 양육된 자녀들을 한국으로 탈취한 부가 송달받을 수 있는 주소가 통상의 주소보정절차로는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소재파악의 어려움은 아동탈취사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기에, 협약은 법원뿐만 아니라 행정당국(한국의 경우 법무부)에게도 아동탈취사건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적절한 조치 중 하나가 ‘불법적으로 이동되거나 유치된 아동의 소재 파악’이다(제7조 가항). 그렇다면 앞서 예로든 사건에서와 같이 송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법원은 신청인에게 보정명령을 반복하여 내릴 것이 아니라 직권으로 신속하게 법무부에 아동 및 탈취자의 소재를 파악하도록 요청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법무부는 위와 같은 법원의 소재파악 요청을 받은 경우 신속하게 아동 및 탈취자의 소재를 파악해서 회신하여야 한다. 그런데 현재 법무부의 실무관행은 탈취 아동의 소재를 파악한 이후에도 이를 당사자나 법원에 알리지 않은 채, 아동 탈취자에게만 “아동반환 신청이 들어왔으니 적절한 해결을 바란다” 정도의 고지만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 사건에서도 송달이 계속 이루어지지 않자 재판부가 법무부에 사실조회의 형태로 아동 및 탈취자의 소재파악을 요청하였으나, 법무부는 이에 회신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법무부의 실무관행은 법원과 행정당국이 함께 공조하여 아동탈취사건을 해결하라는 협약의 취지와는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반드시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2. 아동반환 집행의 특수성을 고려한 절차규정이 필요함


    필자가 아동탈취사건 진행 과정에서 가장 크게 문제점을 느꼈던 부분은 반환심판이 이루어진 이후 집행의 문제였다. 집행대상이 ‘아동’이라는 특수성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협약을 구체화한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이행에 관한 법률’(이하 ‘이행 법률’)에는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한 집행규정이 없다. 다만, 이행명령-과태료-감치로 이어지는 간접강제 규정은 있는바(제13조), 필자는 본 사건 1심 아동반환심판이 이루어진 이후 탈취자에 의한 임의반환이 이루어지지 않자, 이행명령을 신청하였다. 그런데 이행명령 신청은 곧 ‘확정증명원’을 제출하라는 보정명령에 가로막히게 되었다. 탈취자가 1심 심판에 불복하여 항고를 한 상황이었는데, 보정명령의 취지에 따른다면 아동을 탈취당한 부모는 아동반환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간접강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행명령조차 신청할 수 없는 것이다.

    아동의 불법적인 유치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필자는 결국 1심 아동반환심판의 가집행 주문에 기해 집행관에게 아동인도에 관한 강제집행을 신청하는 방안을 택하였다. 담당 집행관조차 아동인도 강제집행은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사례가 드물었으나, 다행히 여러 조건들이 구비되었고, 아동의 의사 역시 일본의 모에게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으로 확인되어 무사히 아동반환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강제집행은 여러 요건들이 동시에 충족되는 예외적 상황에서만 가능한 것이었기에 적절한 집행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신속한 반환을 가능하게 하는 아동반환 강제집행의 요건과 절차가 명확하게 정비되어야 할 이유이다.

    본 사건을 진행하면서 앞서 지적한 실무적 문제점들을 확인하였던 것과 동시에 협약을 그 취지에 맞게 운용하고자 하는 주체들의 노력 역시 느낄 수 있었다. 법원은 비록 늦은 심문기일이었지만 1시간이 넘는 집중 심리를 통해 최대한 빠른 판단을 내려주었고, 법무부 담당부서 역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필자의 계속된 질의에 성실하게 답변해주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개별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협약이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실질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실무적 쟁점들이 우선 해결되어야 할 것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령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국보다 협약에 늦게 가입한 일본의 경우 이행법률은 153개 조문인 반면, 한국의 이행법률은 협약보다도 적은 17개 조문에 불과한 실정이다. 신속한 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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