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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례해설]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미지급 물품대금과 남한본사의 채무인수

    채영호 변호사

    채영호 변호사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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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개성공단에 입주한 A회사에게 물품을 납품하고도 개성공단폐쇄로 인해 물품대금을 받지 못한 원고가 A회사의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는 남한본사인 피고를 상대로 물품대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를 작성해 준 것은 채무인수”라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2. 16. 선고 2016가합551088 판결).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피고는 미합중국통화 1,000만 달러를 투자하여 개성공업지구에 A회사를 설립하였다. 원고는 미싱침, 부품의 도매업자로서 A회사에 물품을 납품하였으나, 2016. 2. 경 개성공단이 폐쇄되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실태를 조사하였는데, 원고는 2016. 3. 28. 피고에게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90,774,240원)가 첨부된 이 사건 공문을 보냈고, 피고는 첨부된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 하단에 피고의 법인인감을 날인하고, 피고의 법인인감증명서와 함께 원고에게 회신(회신하여 준 확인서를 ‘이 사건 확인서’라 한다)하여 주었다.


    이 사건 공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이해를 돕기 위해 판결문에 언급된 것을 그대로 싣는다).

    수신: 피고회사 대표이사

    참조: 피고회사 개성 법인장


    2.(생략) 통일부 주관 실태조사서를 작성하기 위해 본 공문을 보낼 수 밖에 없는 당사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려 주셨으면 합니다.

    3. 귀사와의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를 보내며, 본 내용은 2016. 2. 7. 까지 납품된 물품에 대한 미지급 내용만 표시하였습니다.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 하단에 대표이사의 이름과 함께 법인인감을 날인하여 주시고 법인인감증명서 1부와 함께 등기발송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첨부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90,774,240원)


    원고는 피고가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를 작성해줌으로써 90,774,240원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음을 인정하였다면서 물품대금청구를 하였고, 피고는 이는 원고가 통일부에 피해실태를 작성 제출하여야 하므로 원고와 A회사 간의 채권채무관계를 피고가 확인해 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1심 법원은 원고는 피고가 아닌 A회사에게 물품을 납품한 점, 이 사건 확인서에도 물품대금 90,774,240원을 피고가 지급하겠다는 명시적인 문구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 이 사건 확인서는 원고의 통일부에 대한 피해실태보고 용도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인정되나, ① 원고는 이 사건 공문에서 ‘귀사와의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를 보낸다’면서 90,774,240원의 물품대금을 피고가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를 밝힌 점, ② 피고는 원고로부터 물품을 납품 받은 회사가 아님에도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에 피고의 법인인감을 날인하고 법인인감증명서도 첨부하여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 원고에게 회신해 준 점, ③ 피고와 A회사의 특수한 관계, ④ 원고가 A회사로부터 물품대금을 직접 지급받을 수 있는 방법은 쉽게 찾기 어렵고, 이러한 사정을 피고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가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함으로써 A회사의 물품대금채무를 인수하여 원고에게 변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 확인서는 채권자(원고)와 인수인(피고)의 계약에 의한 채무인수(민법 제453조) 형식이다. 민법 제453조에 의한 채무인수가 되기 위해서는 채무가 특정되고 인수 가능하여야 하며, 인수인이 해당 채무를 인수한다는 것이 분명해야 한다. 이 사건 확인서가 작성되게 된 경위에 비추어보면 피고가 A회사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인수할 의사였는지는 의문이 있다. 그러나 이 사건 확인서는 ‘A회사의 원고에 대한 채무액수’가 아니라 ‘원고에 대한 미지급채무액수’를 피고가 확인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통상 회사에서 법인인감과 법인인감증명서가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라는 문서에 법인인감을 날인하고 법인인감증명서까지 첨부한다는 것은 1심 법원처럼 채무인수의 의사로 볼 수도 있다고 판단된다.


    대법원도 신탁회사가 건설회사에 ‘납품사실 확인분에 대해서는 당사가 공동시행자의 입장에서 납품업체에 대한 피해가 없도록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회신을 보낸 경우, 신탁회사가 건설회사의 레미콘 납품업체들에 대한 레미콘대금 지급채무를 보증하였거나 중첩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40858 판결).


    피고로서는 원고가 보낸 납품대금 미지급 확인서에 그대로 날인해 주는 것 아니라 “A회사의 원고에 대한 납품대금 미지급 금액이 90,774,240원임을 확인한다”라고 회신했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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