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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法臺에서

    당사자 본인 진술

    최기상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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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에서 슬럼프에 빠진 타자는 예전에 좋은 안타를 칠 때의 타격 장면을 반복해 보며 해법을 찾는다고 한다. 요즘도 '좋은 재판'을 하지 못해 부끄러워지면, '그 재판은 잘 했는데…'라며 혼자만 뿌듯한 사건들로 되돌아 가본다. 몇건 아니어서, 복기하면서 반성하는 데 별로 시간은 들지 않는다.


    나쁜 재판은 이유가 제각기 다르나 좋은 재판은 모두 엇비슷하다. 좋은 재판의 첫째는 결론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정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관계는 법관이 가장 적게 알고 그 다음에 변호사가 조금 알며, 마지막으로 당사자는 다 안다”고 하니,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최선의 방법은 당사자들이 법정에서 말로써 충분히 주장하고 상대방의 주장에 대하여도 반박하는 소통 과정에 있다. 재판부가 그 과정에서 능동적으로 의견을 밝히고 당사자들에게 반론의 기회를 제공하여 상호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면, 재판부와 당사자는 자연스럽게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공유하게 되어, 판결서 뿐만 아니라 그에 다다르는 과정 전체가 판결이 되는 ‘온전한 재판’을 이룰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당사자의 말을 직접 듣기 위하여 법원은 소송대리인이 있어도 당사자 본인을 출석하게 할 수 있다. 

     

    2015년 7월 1일부터 당사자 본인의 최종의견 진술제도를 시행하여, 민사재판 도중에 적어도 한 번은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었다. 2017년 2월 4일에는 진술보조인 제도가 시행되어, 질병·장애·연령 등으로 인한 제약 때문에 진술을 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당사자는 진술을 도와주는 사람(배우자, 직계친척, 형제자매, 가족, 동거인 등)과 함께 출석하여 진술할 수 있다. 당사자 본인 신문의 보충성도 진작 폐지되었으므로, 당사자 서로의 대질신문과 당사자와 증인의 대질신문도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민주공화국에서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갖고 이견을 말하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는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이다. 법관은 '당사자가 재판에 자유로이 참여하고 자기의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어야 한다'는 헌법상 기본권을 보장할 책무가 있다. “형해화된 5분의 (서면)재판을 구술집중변론에 기초한 경청과 토론의 30분 재판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결국 헌법과 민주주의의 문제다. 재판은 결코 법원의 시혜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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