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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재판 통역

    배용준 부장판사 (울산지방법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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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2년 동안 외국인 범죄 재판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맡은 적이 있다. 당시 외국인 피고인들을 재판하면서, 피고인들마다 출신 국가의 사법적 수준, 문화적 토양 등에 따라 재판에 임하는 태도에 상당한 차이를 보여 재판 진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언어 문제였다.


    각급 법원별로 통역인 명부를 작성하여 통역인을 교육·관리하고 있고, 실무상 국어에 능통하지 못한 외국인 피고인에게는 국가의 부담으로 통역인을 붙여주고 있다. 그러나 통역인력풀의 한계, 예산상의 제약 등으로 유창한 외국어능력과 기본적 법률지식을 겸비한 통역인을 지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피고인이 사용하는 언어가 소수언어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했는데, 때로는 재판장과 피고인 사이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난감한 표정으로 통역인에게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는 피고인의 모습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다행히도 2016년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민사·가사·행정소송 등에서 영상통역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통역인은 반드시 재판이 진행되는 법원에 출석할 필요 없이, 접근이 편리한 법원에 출석하여 비디오 등 중계장치를 통해 통역역무를 제공할 수 있다. 대법원은 서울행정법원에 ‘통·번역 사법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상근통역인을 고용하여, 영어·프랑스어·인도네시아어에 대한 영상통역을 제공하고 있다. 영상통역이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뗐지만, 각급 법원의 영상신문실이 확대되고 우수한 통역인력에 관한 정보가 전국적으로 공유됨으로써 통역인의 지역적 편재, 소수언어 통역인의 희소성 등에서 비롯되는 통역인력풀의 한계를 극복하는 한편,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우수한 통역인력을 법정통역의 영역으로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형사소송에서는 아직 관련 형사소송법 규정의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탓에 영상통역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소송의 실제를 보면 오히려 형사소송절차가 다른 소송절차보다 양질의 통역이 제공되어야 할 필요성이 훨씬 크다. 하루빨리 관련 규정이 개정되어 외국인 피고인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다 충실히 보장하고, 외국인 범죄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부의 부담도 완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배용준 부장판사 (울산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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