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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프리즘

    우리 끼리 싸우지 맙시다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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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상대방 대리인이 제출한 서면에서 “지저분한 주장입니다”라는 문구를 보았다. 잠시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심호흡을 했지만 흐트러진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공격적인 서면을 받아보는 일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 때마다 마음이 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걱정스러운 것은 요즘 들어 그런 서면을 받아보는 빈도가 높아지고, 그 정도도 심해지는 것 같다는 점이다. 선배 변호사님들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또는 “아전인수격인 주장입니다”는 식의 표현을 접하고 분개했다고 하던데, 요즘 분위기에서 보면 그 정도는 점잖은 편이다.

    동료변호사들 중에는 “정말로 변호사가 작성한 것인지 의문입니다”라든지, “법리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라는 서면을 받아본 경우도 있다고 한다. 모 광역시에서는 초년 변호사가 준비서면에 “원고는 지금이라도 다른 변호사를 찾아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적었다가 변론기일에 재판장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는 말도 전해진다.

    물론 나름의 사정이 없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의뢰인이 요구하면 거절하기 곤란하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도 의뢰인으로부터 서면에 상대방에 대한 비난성 문구를 기재해 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몇 번 있다. 대개는 “격양되어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면 전체적인 신뢰가 떨어져 보일 수 있습니다”는 식으로 애둘러 거절하곤 하지만 부득불 우기는 경우에는 마지못해 공격적인 서면을 쓴 적이 있다.

    하지만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을 넘어 상대방을 대리하는 변호사의 인격과 자질까지 비난하는 것은 자중해야 한다. 이는 기본적 예의인 것은 물론이고, 사건을 맡긴 의뢰인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다.

    변호사들이 개선해주길 바라는 점으로 법원이 늘 지적하는 것이 '법정이나 서면에서 상대 소송대리인에게 인신공격적 발언을 하는 경우'라고 한다. 변호사들끼리 주고받는 인신공격으로 인해 재판부가 받는 피로도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당연히 재판의 결과에도 좋은 영향을 줄 리 없다. 예의를 찾기 어렵다면 실리를 생각해서라도 서로에 대한 공격을 멈추었으면 한다.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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