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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청년시대] 나는 오늘도 투 잡을 꿈꾼다.

    김연기 변호사 (법률사무소 다옴)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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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잡. 안 그래도 변호사 일은 시간과 체력을 갈아 넣어서 겨우겨우 하는 일인데 이 일 외에 다른 일을 하겠다니. 오늘도 야근에 시달리는 대다수의 변호사라면 절대로 꺼내지 않을 소리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투 잡을 꿈꾼다.

    투잡으로 생각하는 첫 번째 일은 ‘축구 펍’을 운영하는 것이다. 더 자세히 말하면 스페인 축구클럽인 ‘레알 마드리드’를 응원하는 컨셉의 축구 펍을 운영하는 것이다. 벽에는 선수들의 유니폼과 클럽의 역사가 담긴 각종 사진, 트로피 등을 전시하고 매장 곳곳에 티비를 설치해 실시간 중계는 물론이거니와 과거의 유명한 경기를 24시간 틀어놓는 것이다. 맥주 한 병에 하루 종일 축구만 보는 손님도 환영이고, 단체 손님은 더 환영이고. 이런 축구 펍을 하나 운영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투 잡 중 하나다.

    다음으로 생각하는 투 잡은 조금 더 변호사 업무와 관련이 깊다. 축구 선수 에이전트를 하는 것이다. 내 또래의 상당수는 박찬호를 통해 스포츠 에이전트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되었고, 영화 ‘제리 맥과이어’를 보고서 스포츠 에이전트를 꿈꾸기도 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잠깐에 불과했지만.

    그런데 안타깝게도 세계 축구의 중심은 유럽이고, 한국은 유럽의 관심을 거의 못 받는 축구 변방국에 불과하다. 축구 시장의 규모도 작고, 변호사가 변호사업을 등한시한 채 오로지 스포츠 에이전트 일에만 몰두하기에는 여러 장애가 따른다.

    최근에 대한변호사협회가 주관한 KBO 에이전트 설명회에는 상당수의 변호사가 참석하여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고 한다. 한국 야구 시장은 내수만으로도 충분한 돈이 돌고 에이전트 시장의 규모 역시 제법 되는 것 같다. 야구 선수의 경우 한국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어도 수십억 원 규모의 FA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니 축구 팬의 입장에서는 마냥 부러운 환경이다.

    아무튼 나는 이렇게 레알 마드리드 펍도 운영하고, 축구 선수 에이전트도 하고 싶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대로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변호사 업은 누가 대신해줄 수가 없다. 변호사를 고용해서 서면 작업을 대신 시킬 수도 있고, 재판 업무 역시 다른 이에게 맡길 수도 있겠지만 이는 모두 의뢰인이 충분히 허락을 해줘야 가능한 일이다. 의뢰인은 본인이 사건을 맡기는 변호사 개인을 신뢰하고 사건을 맡기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변호사로서의 내 일은 누가 온전히 대신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축구 펍은 다른 사람을 고용하여 대신 일을 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반문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장이 다른 일에 매진하느라 가게를 제대로 안 챙긴다면 직원이 가게를 내 가게처럼 생각하고 운영해줄지가 의문이다. 사장이 버선발로 가게 밖까지 나가 손님 마중을 해야 직원은 하다못해 매장 안에서라도 손님에게 인사를 할텐데 장사를 시작하면서부터 남이 일을 대신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 장사는 딱 말아먹기 십상이다.

    어려움은 그 뿐만이 아니다. 난 근본적으로 내가 원하는 축구 펍을 만들만큼의 시설 투자비를 감당하기도 어렵고 매 달의 수익에 고민하며 살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라 축구 펍을 선뜻 시작할 수도 없다. 매 달 수 백, 수 천의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한다는데 지식도 경험도 없는 내가 무슨 자신감으로 사업을 시작하겠는가. 할 줄 아는 건 고작 변호사 사무실을 꾸리는 약간일 뿐이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변호사 업의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라는 개인의 개성을 보고 의뢰인이 일을 맡긴다는 점을 볼 때, 스포츠 에이전트나 변호사 모두 누가 대신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편 두 일 모두 결국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시간을 투여해야 하는데 내게 주어진 시간이 남들의 두 배도 아니고 내 몸 역시 두 개가 아니다. 결국 두 일 중 어느 하나 또는 둘 모두가 고소득 고효율의 일이 되지 아니하는 한 둘 중 어느 하나는 포기하는 편이 현명한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아직은 변호사 업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스포츠 에이전트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결국 투 잡은 너무도 요원한 일이 되고 그저 꿈으로만 남을 수밖에 없는 일이 되는 것이다. 어쩌겠나, 이것이 현실인 것을.

    하지만 마냥 좌절하지만은 않으려고 한다. 한 때는 변호사라도 되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힘든 건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 때 꿈꾸던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언젠가 나중에는 지금 생각하기에 어려운 투 잡을 즐겁게 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본다.
    나는 오늘도 아주 즐겁게 투 잡을 꿈꾼다.


    김연기 변호사(법률사무소 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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