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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소송규칙 147조를 아시나요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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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재판의 선고기일에는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초에 재판부에서도 변호인의 출석여부를 확인하지 않을 정도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이기는 하나, 공판기일에 조금 일찍 도착하면 앞 사건의 선고를 듣게 되는 일이 잦기 때문에 판결의 선고 자체가 낯설지는 않다.

    다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장면이 있는데 재판장이 선고 시에 피고인에게 훈계를 하는 모습이다. 대개는 집행유예 등의 선처를 할 때 훈계가 이루어진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이니 앞으로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가벼운 훈계부터, “재판 때마다 법정에 나오셔서 눈물을 흘리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라”는 맞춤형 훈계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심지어는 무죄를 선고하면서 “법률적으로 죄가 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하지만 피고인이 결코 잘했다는 것은 아니니 처신에 유의하도록 하라”는 식의 훈계를 하는 경우도 보았다. 이쯤 되면 과연 재판장의 훈계가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재판장의 훈계는 형사소송규칙 제147조 2항에 근거한다. 이 규정은 '재판장은 판결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에게 적절한 훈계를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상위법령인 형사소송법에서 찾아볼 수 없는 훈계 규정이 형사소송규칙에 포함된 연유는 알 수 없지만, 별다른 제한 없이 광범위한 훈계를 허용하는 것은 오늘날의 국민의식과 다소 동떨어져 보인다. 특히 무죄판결을 하면서까지 훈계를 하는 것은 지나치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고난의 시간을 보낸 끝에 힘겹게 무죄판결을 받아낸 피고인에게 ‘처신에 유의하라’고 훈계하는 것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길 뿐이다.

    물론 훈계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피고인이 뜻밖의 선처에 들떠 자신의 죄책을 가벼이 여길 여지가 있다면 따끔한 훈계로 자신을 돌아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상처가 깊은 피고인에게는 따듯한 울림이 있는 훈계로 마음을 보듬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피고인들은 재판장의 한마디 한마디를 잊지 못한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따뜻하게 남게 되는 훈계가 많아지기를 바래본다.

     

    류인규 변호사 (법무법인 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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