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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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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미 ‘사실무근’으로 발표되었던 사안에 대하여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재조사가 이루어졌던 것인데, 결과는 그러한 리스트는 없다는 것이다.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의 감을 지울 수는 없으나,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그러한 리스트의 존부를 떠나 사법부를 걱정하게 하는 내용들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법원행정처가 판사회의에 대한 견제를 시도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특정 학술단체나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동향 정보를 수집한 문건들이 발견되었다고 하며, 특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과 관련하여서는 청와대와의 교감을 의심스럽게 하는 정황까지 보이고 있다고 한다. 사법부가 법과 원칙을 벗어나 권력에 종속적이거나 외부와의 교감하에 재판을 한다고는 생각지도 않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추가조사위원회 스스로 "법원행정처는 그동안 '사법 불신에 대한 대응' 등을 이유로 공식적·비공식적 방법을 모두 동원해 법원의 운영과 법관의 업무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영역에 관해서도 광범위하게 정보수집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하거나, "이러한 문서는 대응 방안 실현 여부나 인사상의 불이익 조치가 있었는지 여부를 떠나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법부 내부로부터 재판의 독립이 지켜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은 법원행정처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법원행정처는 사법행정 관련 업무만 아니라 대정부, 대국회, 대언론 등 대외창구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사법행정의 관점에서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상대방이 있는 관계에서 얻고자 한다면 상대방에게도 주어야 한다는 것은 관계의 상식이다. 법원의 입장에서 줄 수 있는 것, 상대방이 법원으로부터 얻고 싶어 하는 것. 그것은 ‘재판’ 외에는 달리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기에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그동안 법원행정처가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벽을 우회하는 통로의 역할을 하여 왔던 것이 아닌지 의문스러운 것이다. 인터넷 포털을 보면 법원행정처에 대하여 '사법권 독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판의 독립 뿐만 아니라 사법부의 인사나 회계, 시설 및 사법행정에 관한 사무도 외부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립되어 있어야 한다. 법원행정처의 존재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그러기에 법원행정처의 존재이유를 법원에 대하여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법부 내에서의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원행정처의 비정상적 운영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본질이라고 생각된다. 블랙리스트의 존재 여부를 떠나 이제는 법원행정처가 해 왔던 일들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며, 법원행정처가 그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집중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때이다. 그것이 '국민의 법원'이 되기 위한 법원 개혁의 진정한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이번의 추가조사 결과 발표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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