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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치국가의 상소권 행사

    김윤섭 부장검사 (법무부 법무과장)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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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23일 서울고검에서 제1회 국가송무 상소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작년 11월 전국 5대 고검에 중대 국가소송사건의 상소 여부를 심의하는 위원회가 설치된 후 부산·대전고검에 이어 3번째 열린 위원회였다. 이날 위원회에서는 ‘유럽간첩단’ 사건으로 사형을 당한 고 박노수 교수의 유족들에 대한 일부 손해배상을 인정한 제1심 판결에 대해 위원 전원일치로 국가의 항소포기를 의결하였다.

    유럽간첩단 사건은 1960년대 발생한 대표적인 공안조작사건 중 하나로, 당시 박 교수는 해외유학 중 간첩활동을 하였다는 혐의로 중앙정보부에 불법체포·감금된 후 국가보안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돼 결국 사형까지 집행당하였다. 그 사건은 2015년 비로소 재심으로 무죄판결이 확정된다. 위원회에서 심의된 사건은 그 후 그 유족들이 국가의 위법한 수사 등으로 인해 입은 재산적·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청구한 국가배상소송에 대한 것이었다.

    국가가 불법을 행하는 경우, 그 잘못을 한 공무원을 대신하여 책임을 부담하게 된 것은 20세기 중반에 들어서서 확립된 일이다. 이제는 국가가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개인에게 가한 위법한 침해를 배상하여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은 현대 법치국가에서 당연한 제도다. 그러나 소송이 그렇듯 국가소송 역시 적법하게 소가 제기되어야 하고, 손해 등의 요건도 입증되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지루하게 소송이 계속되다 피해회복이 늦어지거나 국가가 당초 배상금보다 큰 지연이자액을 지급해야 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한편 과거의 잘못에 대해 현재 국민의 세금과 국가재원으로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형편도 현재 정부가 다툼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그래서 국가소송에서 국가의 관행적 상소로 소송이 지연되어 국민의 고통이 가중되거나 국가 재정이 낭비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무리한 상소를 자제하고, 소송 쟁점에 대해 신속히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법무부, 대검, 각 고검이 힘을 합하여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송무 상소심의위원회를 발족하고, 적정한 상소기준 마련 및 실질적 소송지휘 강화, 과거사 국가배상 Fast Track 등의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어 앞으로 법치국가의 또 하나의 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윤섭 부장검사 (법무부 법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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