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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청년시대

    평범의 매력

    임지웅 변호사(법무법인 P&K)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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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겨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체질상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야구를 하기도 보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야구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십년 묵은 체증까지도 쓸어내릴 듯한 시원한 홈런. 맥없이 허공만 가르게 만드는 헛스윙 삼진. 모두 통쾌함과 박진감을 선사하는 멋진 매력들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홈런보다도 삼진보다도, 더 멋진 야구의 매력은 수비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스포츠 하이라이트에 나올 정도의 호수비를 제외하면 수비라는 건 심지어 프로선수들에게도 지루하게 느껴지는 일입니다. 펜스까지 굴러가는 공을 허겁지겁 쫓아가는 일, 한여름 땡볕에 마스크에 프로텍터까지 차고 앉아 투수의 공을 받아내는 일. 생각만으로도 이미 귀찮고 지루하게만 느껴집니다.

    팬들은 또 어떻습니까? 평범한 플레이를 실수라도 하면 역적이 되는 건 순식간입니다. 그래서 수비는 시쳇말로 ‘잘해야 본전’입니다.

    그런 수비의 매력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야구의 고전인 ‘야구란 무엇인가?’(원제 : The Thinking Fan’s Guide to Baseball)의 저자 Leonard Koppett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타격(이는 거의 천부적인 재능이라 할 수 있다), 피칭(이것은 후천적인 연습으로 증진시킬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강한 어깨’를 타고나지 않으면 안 된다)보다 수비는 연습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는 폭이 훨씬 큰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수비는 천부적인 재능이나 자질이 없더라도 연습을 통해 얼마든지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력이 향상되었다고 해서 늘 멋지고 화려한 수비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비라는 플레이 자체가 대부분 일상적이고 평범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점이 수비를 더 지루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극히 평범한 그 플레이야말로 곧 지극히 치열한 플레이입니다. 그 지극히 평범한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그 몇 배 아니 몇 십 배의 땀을 흘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 뒤에 숨은 치열한 땀방울. 모든 것을, 많은 것을 가졌지만 땀을 흘리지 않는 자들은 결코 맛볼 수 없는 지극히 평범한 것의 가치.

    제가 수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그 지극한 평범함 때문입니다.

    아차, 하나 더!

    수비는 언제나 내 뒤에서 나의 실수를 대비하는 back-up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신감 있게 플레이에 임할 수 있고, 실수를 해도 금세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로는 실수를 하더라도 다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건 가족들이, 친구들이 우리의 back-up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늘 우리를 받쳐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래서 수비도 인생도 제게는 참 매력적입니다.

     

    임지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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